朝日報 萬物相

학교로 간 조폭

yellowday 2012. 1. 6. 18:49

바람 드센 이탈리아 시칠리아엔 풍력발전기지 서른 곳이 들어서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대주고 생산된 전기도 후한 값에 사 주는 덕분이다. 몇 년 전 북구에서 시칠리아 항구로 들어온 풍력발전탑 두 대가 폭파됐다. 시들어가던 마피아가 신(新)사업으로 풍력발전에 나서면서 경쟁 업자들을 겁주려고 한 짓이었다. 마피아가 내세운 사업가는 뇌물로 풍력기지 허가를 따내 43개 회사를 운영하며 '바람의 제왕'으로 불렸다. 2010년 경찰에 압수당한 자산만 19억달러였다.

▶21세기 이탈리아 마피아가 첨단 그린에너지에까지 손댄 것과 달리 일본 야쿠자는 좀스러워졌다. 친인척이나 경찰을 가장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하는 '오레오레' 사기가 새 업종으로 등장했다. 공중 화장실, 온천 탈의실 같은 곳에 몰래카메라를 달아 동영상을 팔기도 한다. 야쿠자가 서민은 괴롭히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깨게 된 것은 큰 수입원 사채시장이 오랜 불황으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폭도 나름 '21세기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검정 양복, 깍두기 머리, 용 문신 같은 조폭 티를 내지 않아 겉으로 봐선 분간이 안 된다. 회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연장질' 대신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주가 조작과 인수합병에 진출했다. 조폭 단속을 경찰 강력반이 아니라 지능계에서 맡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1년 윤제균 감독의 '두사부일체'는 '조폭도 배워야 산다'는 모티프에 착안해 히트했다. 조폭 중간보스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 오라는 보스의 명령에 따라 사립고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사학 재단의 횡포에 맞서 싸워 학생과 교사들을 구한다. 어제 사회면에 실린 '학교로 간 조폭' 기사는 영화 뺨치지만 거꾸로 학생회를 거덜낸 경우다.

▶광양의 조폭 중간보스는 서른 살과 서른두 살 때인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 광양의 전문대 미달 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을 협박해 단독으로 학생회장에 당선된 뒤 학생회비를 조직 자금으로 빼돌렸다. 그가 학생회장 임기 1년을 마치면 다른 학생을 '바지 회장'으로 당선시켰다. 그렇게 해서 빼낸 돈이 4억원에 이른다. 새로운 사업 찾기 '신(新)경제화(化)'에 머리를 싸매는 야쿠자도 혀를 내두를 발상이다.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치열한 조폭정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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