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6일 오후 서울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알록달록한 파자마 차림의 여성 몇 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쇼핑카트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니다가 "잠 좀 잡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계산대를 빠져나왔다.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대형마트 여성 노동자들의 심야 노동 반대 표시로 펼친 '점령하라(Occupy) 대형마트' 퍼포먼스 장면이다. 여성노동자의 잦은 야간 근무는 신체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잦은 야간 근무를 하면 수명이 10년 이상 짧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프랑스·이탈리아에선 대형 점포들이 평일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고 일요일·공휴일엔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 역시 대형 유통시설의 일요일·공휴일 영업을 막고 있고, 영국은 280㎡ 이상 대형 점포 경우 일요일엔 오전 10시~오후 6시 사이의 6시간만 영업을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유럽 많은 나라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제한하는 명분은 노동자의 휴식권 보호다. 실제론 주변 소상인을 돕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독일은 대형마트가 인근 소규모 상가 기존 매출에 10% 이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아예 허가하지 않는다. 대형 유통체인점이 일정 기간 매입원가 이하로 물건을 파는 행위도 금지된다. 프랑스도 300㎡ 이상 중대형 마트의 경우 엄격한 허가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달부터 국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의 영업시간이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제한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내 대형마트에 대해 한 달에 1~2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고,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현재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사가 전국에 운영하는 점포는 359개이고 이 중 24시간 영업점은 80곳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 재래시장 등 골목 상권 보호로 이어질지, 아니면 24시간 편의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이 반사이익을 챙기게 될지 미지수다. 2001년 대형마트 셔틀버스 운행 금지 때처럼 재래시장 매출은 늘지 않으면서 맞벌이부부 등 소비자들만 불편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50원, 100원이라도 값을 깎는 재미가 있는 재래시장, 값은 좀 비싸도 만나면 웃고 인사를 나누는 동네 구멍가게의 인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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