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새해 첫날

yellowday 2011. 12. 31. 12:26

프랑스 농부들은 새해 첫날 풍향(風向)을 살핀다. 동풍이 불면 올 한 해 포도가 달게 익을 징조요, 서풍이 불면 물고기와 가축이 풍성한 생산을 낸다고 믿는다. 남풍은 일년 내내 날씨가 좋다는 뜻이고, 북풍이 몰아치면 흉작이 들겠으나, 사실 그곳에 북풍이 부는 일은 거의 없다. 농부들은 새해 3일까지 취하도록 마신다. 지난해 묵힌 와인 병을 깨끗이 비우지 못하면 새해를 맞을 자격이 없다고 핑계를 댄다.

캐나다·미국·영국·아일랜드·네덜란드에서는 새해 첫날 '북극곰 클럽' 회원들이 옷을 벗는다. "심장 튼튼!"을 외치며 바닷물에 뛰어드는데, 요즘은 대개 자선 모금 행사를 겸한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져와 모닥불을 피우고 젖은 몸을 말린다. 이날 대도시 중심가를 관통하는 퍼레이드가 있고, 럭비나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열리는 나라도 있다. 영국 템스 강변에서는 빅벤 시계 종소리가 새해 0시를 알릴 때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용띠 해가 밝았다. 엊그제 국토지리원이 우리나라 지명 150만 곳을 조사했더니 서울 '용산구(龍山區)'처럼 용과 연관된 지명이 1261곳이나 됐다. 호랑이 관련 지명 389곳의 3배, 토끼 관련 지명 158곳의 8배다. 우리에게 용은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 수호신이었다. 올해 임진년(壬辰年)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黑龍)의 해로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하다. 2007년 '황금돼지 해', 2010년 '백호랑이 해' 못지않은 출산 붐도 기대된다.

▶임정(臨政) 요인 58인들도 1920년 1월 1일 타국 땅 상하이에서 첫 신년하례를 겸해 기념사진을 찍었다. 1919년 4월 임시정부가 출범한 지 일곱 달 만이었다. 앞줄 의자에 이동휘·손정도·신규식·이동녕·이시영·안창호 같은 분들이 앉았다. 빛바랜 사진 속, 음식점 일품향 마당에 모인 독립운동가들은 나라 앞날을 걱정하느라 얼굴빛이 비장하다.

▶2012년은 대통령 선거만 열세 나라에서 치러질 만큼 정치 변화가 극심할 듯하다. 각국 지도자들의 새해 화두는 '위기 관리'와 '경제 살리기'가 제일 많다. 새해 첫날 국민이 잠시라도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으려면 나랏일을 살피는 지도자들이 비장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얼음물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정신을 차려야 새해엔 젊은 부부들도 마음 편하게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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