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생일이나 축일을 맞는 신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추기경입니다"라는 전화를 받고 한 신부가 대꾸했다. "네가 추기경이면 나는 교황이다." 명절마다 대통령 선물을 배달하기에 앞서 택배업체는 받는 사람 이름과 주소를 확인하는 전화를 한다. "청와대에서 선물을 보낸다"고 말을 꺼내면 "사기치지 말라"는 대답부터 돌아오기 일쑤다. 청와대로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문의전화도 심심찮게 온다.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공화당 강경파 로스-레티넌에게 하원의원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 레티넌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건 거짓 전화로 여기고 끊어버렸다. 이어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전화했지만 다시 퇴짜를 놓았다. 그녀는 민주당의 버먼 외교위원장이 "오바마 전화였다"고 확인해준 뒤에야 "누구인지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다"고 사과했다.
▶퇴역 후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영웅 마이어에게 지난 9월 백악관 전화가 걸려왔다. 그에게 무공훈장을 준다는 소식을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알려줄 것이라는 예고였다. 그는 "근무시간엔 일에 집중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오바마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려 통화하면서 "전화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마이어는 "대통령과 맥주 한잔하고 싶다"고 했고 오바마는 훈장을 준 뒤 백악관 테라스에서 소원을 들어줬다.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 두 명이 열흘 전 김문수 경기지사 전화를 장난전화로 알고 응대했다가 전보됐다. 김 지사는 암환자 이송체계를 물어보려고 전화했다고 한다. 김 지사가 거듭 신분을 밝혔지만 근무자가 이름을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긴급전화 대응 매뉴얼은 '먼저 관등성명을 밝히고 지레 장난전화로 판단하지 말라'고 돼 있다. 실제로 2년 전 응급환자가 남양주소방서에 119전화를 걸었다가 장난으로 오인받아 얼어죽은 일이 있었다.
▶김 지사가 위급하지 않은 일로 응급전화를 쓴 것과 끝내 용건을 말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많다. 논란이 커지자 문책당한 근무자가 어제 "내 실수"라는 사과 글을 도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지사도 "소방본부에 직원 교육 잘하라고 했을 뿐 전보된 사실은 몰랐다"며 두 근무자를 복귀시켰다. 잘잘못을 떠나 김 지사는 이번 일을 오바마의 전화 일화와 비교하는 거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형마트 '한밤 영업' 금지 (0) | 2012.01.02 |
---|---|
새해 첫날 (0) | 2011.12.31 |
인터넷 문자옥(文字獄) (0) | 2011.12.31 |
슬픈 수컷 (0) | 2011.12.28 |
공산군과 계급장 (0) | 2011.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