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김정일의 딸

yellowday 2011. 12. 27. 06:43

 

"자네 아우토반(고속도로)이 폐쇄됐다는 말 들었나?" "아니, 아우토반이 왜 폐쇄돼?""그것도 몰라? 에다 괴링이 걸음마를 시작했잖아." 1939년 무렵 나치 치하 독일에서 유행한 농담이다. 히틀러 후계자 격이던 헤르만 괴링이 얼마나 딸을 애지중지하는지 풍자한 말이었다. 괴링이 막 걸음마 시작한 딸의 안전을 위해 차도 함부로 못 다니게 할 정도였다는 뜻이다. 아버지의 사랑 덕에 괴링의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스타였다. 당시 독일 전역의 문방구들이 괴링 딸 모습이 담긴 우편엽서를 팔았다.

▶나치의 권력자들은 대부분 집에선 한없이 다정한 아빠였다. '나치 중의 나치'로 악명 높았던 SS친위대 대장 히믈러는 유럽 곳곳에 유태인 강제수용소를 설치해 가스처형과 생체실험으로 수백만 유태인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다. 그러나 딸과 함께 다하우 유태인수용소를 방문했을 때는 딸에게 허브밭을 보여주며 자상하게 설명할 정도로 가정적이었다. 딸이 철조망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자 "정치범 흉악범들"이라고 했다.

▶1000만명 넘는 국민을 학살한 소련 독재자 스탈린 역시 외동딸 스베틀라나를 '작은 참새'라 부르며 사랑했다. 집에서 파티가 열리면 스베틀라나는 늘 안주인 대접을 받았다. 소련 국민들은 스베틀라나를 '공주'라고 불렀고, 소련 부모들 사이에 딸 이름을 '스베틀라나'라고 짓는 게 유행했다. '스베틀라나'라는 이름의 향수(香水)도 나와 인기를 끌었다.

▶어제 아침 신문에 김정일의 딸 김여정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김정은 뒤에서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조문객을 맞는 모습이 실렸다. 셋째 부인 고영희와의 사이에 태어난 김여정을 김정일은 식사 때면 왼쪽 옆자리에 앉히고 '여정 공주'라 부르며 귀여워했다고 한다.

▶히틀러는 아이가 없어서 그랬는지 개에게 사랑을 쏟았다. 그는 '블론디'란 이름의 셰퍼드와 밥을 함께 먹고 침실에서 함께 잤다. 독재자들이 백성의 생명과 안녕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자기 딸이나 동물에게는 지극한 사랑을 쏟는 정신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스탈린의 딸은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해 아버지를 부정하는 삶을 살다 최근 죽었다. 괴링의 딸은 "다른 사람들이 악인(惡人)이었을 뿐 내 아버지는 정상이었다"고 했다. 김여정은 자기 아버지가 세계에 유례없는 공산 세습 독재를 이어가며 수백만 인민을 굶어죽게 한 사실을 알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朝日報 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산군과 계급장  (0) 2011.12.28
왕따 가해 심리  (0) 2011.12.27
교사의 말  (0) 2011.12.27
얼굴 없는 천사  (0) 2011.12.27
北 휴대전화 특종  (0) 201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