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트루디 루드위그가 쓴 '내가 친구를 괴롭혔다고?'는 '불링'(bullying·왕따)을 가하는 아이가 들려주는 왕따 이야기다. 여자 아이 케이티는 친구를 괴롭히는 심리를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괴롭히면 내가 그 아이보다 훨씬 힘이 세다는 기분이 든다. 그 아이의 힘을 몽땅 빨아들이는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케이티는 "어떤 아이를 괴롭힐 때 다른 아이들이 웃거나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그 아이에게 더 잔인하게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다른 아이들은 케이티가 누군가를 괴롭힐수록 케이티에게 잘해준다. 자기도 케이티에게 당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학교에 친구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곁에 마음을 나눌 진정한 친구가 없어서 다른 아이를 괴롭혔다는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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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주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 2년생 휴대전화로 두 가해 학생이 보냈던 문자 메시지를 경찰이 복원해냈다. '숙제 15장 (대신) 할래? 내일 50분 (동안) 맞을래?' '요즘 안 맞아서 영 맛이 갔네, 답 늦을 때마다 (매) 2대 추가'…. 둘은 하루에 많게는 40~50개씩 문자를 보내 숙제와 온라인게임을 시키고 돈을 요구했다. 죽은 학생과 두 가해자는 초등학교 동창인 데다 같은 반이었다. 모두 맞벌이 중산층 가정 아들이고 공부도 평균은 됐다.
▶가해 학생은 경찰에서 "괴롭히긴 했지만 (당한 아이가) 죽을 만큼 힘들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한다. 왕따가 얼마나 비겁하고 잔인한 짓인지 자각조차 없다는 얘기다. '괜찮아 열일곱 살'을 쓴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말한다. "요즘 자식에게 가난하고 약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 감싸주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없다. 남을 배려하라, 절제하라고 이르지 않고 이겨야 한다고만 말한다." 학교와 가정교육의 붕괴가 아이들 안에 괴물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