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얼굴 없는 천사

yellowday 2011. 12. 27. 06:40

미국 플로리다주 리 카운티의 구세군 자선냄비엔 연말이면 누군가 '자유 독수리(Liberty Eagle)'가 새겨진 1908년 발행 20달러짜리 금화를 떨군다. 올해로 일곱 해째다. 동전을 싼 쪽지에는 "사랑하는 미미를 추억하며"라고 쓰여 있다. 보존상태와 발행일에 따라 1800~3000달러쯤 쳐주는 귀한 금화다. 구세군은 기부자 뜻을 헤아려 몇 해 전 그를 찾는 일을 그만뒀다.

▶올해는 인근 마을에 '모방 기부'가 뒤따랐다. 자선냄비에서 1달러짜리 자유 독수리 은화가 두 개째 발견됐다. 동전을 싼 종이엔 "미미를 추억하는 분에게 감화를 받아서"라고 쓰여 있다. 언론은 "기부가 전염되는 기적"이라고 했다. 미국 자선단체 '얼굴 없는 천사'도 익명으로 기부를 받아 익명으로 전달한다. 25달러를 내면 '친구', 50달러부터는 '회원', 100달러 이상은 '스폰서', 250달러 이상 내면 '천사'로 부른다.

▶전북 전주에 12년째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그제 낮 노송동 주민센터로 4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 "부근 세탁소 앞 승용차 밑에 돈 상자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했다. 직원들이 달려가 보니 A4 용지 상자 안에 5만원짜리 현금뭉치 열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프린트된 편지엔 '어려운 이웃 도와주십시오. 힘 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썼다. 올해 이 사람의 기부금은 5000만원쯤이지만 2000년 첫해엔 50만원으로 시작했었다.

▶이 천사가 누굴까 추측이 무성했다. 철물점이나 약국을 하는 자영업자다, 무속인이다, 기업체 사장이다,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얼굴 없는 천사'는 용케 CCTV가 없는 곳에만 돈을 놓고 가고, 항상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온다. 주민센터는 오래전에 수소문을 관뒀다. "얼굴을 찾게 되면 천사가 아니다"며 동네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제 낮엔 서울 충정로 한국구세군 본부에 아흔한 살 할아버지와 여든여섯 할머니가 찾아왔다. 노부부는 1억원짜리 수표 두 장을 내밀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 청소년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2년 전에도 1억원을 냈던 이분들에게 성함을 여쭸지만 "다 쓸데없다. 감사 편지나 한 장 써주면 자식들에게 재산 대신 물려주겠다"고 했다.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잠깐 왔다가 사라질 때면 따뜻한 바람이 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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