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금강산 모 사찰에 주석하는 노승이 시작(詩作)에 있어서 독보적이라
대구(對句)에 어떤 사람도 당해내지 못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갔었다. 찾아가서
수인사 후에
<스님의 고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제 변변치 못란 시재를 가지고 스님께 누를
끼치게 될까 그것이 거정입니다.>하고 김삿갓이 운을 떼니 노스님은
<별걱정을 다 하시는구료 글랑 염려 마시오 오히려 시주님의 이가 성치 않을 텐데 그래도
괜찮겠오> 하였다
<괜찮다마다요 앞으로는 시작 시합에 패한 사람의 이는 빼지 마시지오>
시작을 겨루려고 온사람과 약조를 하되 이빨 빼기를 하기 때문에 지끔까지
여러 사람의 이가 노스님에게 뽑혔다는 것을 소문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주님도시상이 마르면 이 하나는 뽑힐 작정을 하셨소?>
< 잘 알았습니다.그럼 스님이 먼저 운(韻)을 놓으시지요>하니 노승이 당장 한귀절 읊조렸다
노승 ; 朝 登 立 石 雲 生 足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구름이 발 밑에서 일어나고
삿갓 ; 暮 飮 黃 泉 月 掛 脣
저녁에 황천 물을 마시니, 달그림자 입술에 걸리더라.
노승 ; 澗 松 南 臥 知 北 風
물가의 소나무가 남쪽으로 누우니 북풍이 부는 것을 알겠고
삿갓 ; 軒 竹 東 傾 覺 日 西
마루의 대나무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우니 날 저문 줄을 알겠더라
노승 ; 絶 壁 難 危 花 笑 立
절벽은 비록 위태로우나 꽃은 웃으며 피어 있고
삿갓 ; 陽 春 最 好 鳥 啼 歸
양춘은 가장 좋은 절기인데도 새는 울며 돌아가네
노승 ; 天 上 白 雲 明 日 雨
하늘의 흰 구름 내일에는 비가 되고
삿갓 ; 岩 間 落 葉 去 年 秋
바위 틈에 떨어진 잎은 지난 가을의 흔적이네
노승 ; 兩 姓 作 配 己 酉 日 最 吉
양성이 혼인 배필 맞으려면 기유일이 가장 길하고
삿갓 ; 半 夜 生 孫 亥 子 時 難 分
밤중에 아이를 낳는데는 해 자시가 어렵도다
노승 ; 影 浸 綠 水 衣 無 濕
그림자가 녹수에 잠겼는데도 옷은 젖지 아니하고
삿갓 ; 夢 踏 靑 山 脚 不 苦
꿈결에 청산을 밟고 왔으나 다리는 아프지 않네
노승 ; 群 鴉 影 裏 千戶 家
무리진 갈가마귀 그림자 속에 천호가의 마을이 저물고
삿갓 ; 一 雁 聲 中 四 海 秋
외기러기 울음소리에 사해는 온통 가을이네
노승 ; 假 憎 木 折 月 影 軒
가중나무 가지가 부러짐에 달 그림자가 마루에 어른거리고
삿갓 ; 眞 婦 菜 美 山 姙 春
참며느리 나물이 제맛이 드니 산은 봄을 머금었도다
노슨 ; 石 轉 千 年 方 到 地
산 위의 돌은 천년이나 굴러야 땅에 이를 듯하고
삿갓 ; 峰 高 一 尺 敢 摩 天
봉우리가 한 자만 높았더라면 하늘을 어루만젔을 것을
노승 ; 靑 山 買 得 雲 空 得
청산을 사고 보니 구름은 공짜로 얻게 되었고
삿갓 ; 白 水 臨 來 魚 自 來
백수에 다다르니 고기는 절로 오네
노승 ; 秋 雲 萬 里 魚 鱗 白
가을 구름이 만리에 뻗힌 것이 고기 비늘처럼 희고
삿갓 ; 枯 木 千 年 鹿 角 高
천년 묵은 고목은 사슴 뿔인 양 높구나
노승 ; 雲 從 樵 兒 頭 上 起
구름은 나무꾼 아이놈의 머리에서 일고
삿갓 ; 山 入 () 娥 手 中 鳴
산은 빨래하는 아낙의 방망이 소리에 울더라
노승 ; 登 山 鳥 來 艾
산에 오르니 새들이 올쑥올쑥 하며 울고
삿갓 ; 臨 海 魚 草 餠
바다에 오니 고기가 풀떡 풀덕하고 뛰더라
노승 ; 月 白 雪 白 天 地 白
달도 희고 눈도 희니 천지가 온통 하얗고
삿갓 ; 山 深 夜 深 客 愁 深
산도 깊고 밤도 깊고 나그네의 수심도 깊도다
노승 ; 燈 前 燈 後 分 晝 夜
등잔의 앞과 뒤는 밤과 낮처럼 구분 되어 있고
삿갓 ; 山 南 山 北 判 陰 陽
산은 남북으로 음지와 양지가 판별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