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자 진사(辰砂) 연꽃무늬 항아리'
경기도 광주에 있는 분원(分院)백자자료관은 조선 백자 500년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분원 가마터에 세워진 것이다. 분원이란 본래 궁중의 그릇을 담당하는 사옹원(司饔院)에서 왕실 도자를 위하여 직접 운영하던 가마를 말한다. 15세기 성종 연간에 경기도 광주 도마리 일대에 처음 설치되었던 분원은 대개 10년마다 자리를 옮겨 우산리·번천리·금사리 등으로 이동했다. 땔나무를 원활히 조달할 수 있는 곳으로 가마를 이전한 것이다. 이것이 광주 일대에 있는 약 300곳의 가마터이다. 그러다 영조 28년(1752), 나라에서는 뱃길로 이동하기 좋은 이곳에 정착시키고 이후 130년간 분원 가마를 옮기지 않으며 조선백자의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분원백자는 대단히 우수한 도자기로 영정조 문예부흥기라는 말에 걸맞은 양과 질을 보여주었다. 특히 '갑발번조(匣鉢燔造)'라고 하여 목욕 대야처럼 생긴 갑발을 덮고 구어냄으로써 잡티 하나 없다. 분원에서는 왕실 자기뿐만 아니라 사대부를 소비자로 한 필통·연적 같은 문방구와 술병·항아리·반상기들도 제작하였다. 당시 갑발번조 그릇 몇 개 값이 유기반상기 한 세트와 맞먹었다고 한다. 분원백자는 빛깔·기형·문양 모두가 참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기형에는 풍요로움이 흐르고, 빛깔은 따뜻한 청백색이며, 문양은 아주 다양하고 그림 솜씨가 빼어나다.
분원백자의 명품은 하나 둘이 아니다. 그중 오사카 동양도자관에 소장된 '백자 진사(辰砂) 연꽃무늬 항아리'<사진>는 분원백자의 백미이다. 높이 45cm의 듬직한 스케일에 어깨는 풍만하고 허리로 내려오는 곡선이 유려하다. 어깨에 빛나는 청백색이 전형적인 분원백자 빛깔이다. 넓은 기면에 그려넣은 연꽃의 청아한 모습은 너무도 고고하다. 최순우 선생은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추정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가 분원가마의 정점이었다. 이후 분원가마는 왕조의 몰락과 함께 내리막을 걸으며 끝내는 왜사기에 밀려 고종 20년(1883)에 민영화되면서 조선백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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