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뒷동산에 핀 진달래 한아름을 꺾어
조그만 질그릇 단지에 꽃아서는 대청마루 구석에다 고이 모셔두고
봄을 즐기곤 했던 어린시절
진달래가 피기전엔 노란 개나리가 그자리를 차지했었고
가끔은 앞개울에서 붕어새끼도 잡아다가 유리병에 넣어두고 보기만 하였다
마땅한 먹잇감도 없었거니와 어린 마음엔 붕어는 물만 먹고도 사는 줄 알았다
냉이는 지천에 깔려있었고 보리밭 사이에 듬성듬성난 달래도
호미만 들고가면 얼마든지 캐어 올 수 있었다
돌담장 밑엔 양하가 응달진곳엔 머위들이 온통 찬거리로 널려 있었고
밭언덕에는 돌나물이 외면당하다 지쳐 노란꽃을 잔뜩 피우고는
원망이라도 하듯 가슴을 풀어 헤치고 있었지
논언덕에서 갓 캐어온 쑥으로 국을 끓여 먹기도하고
조금 더 자란 쑥은 쑥버무리(우리 고향에선 쑥털털이라고 했다)를 해 먹었으며
뒷산에는 산나물이 많아 캐어 오기도 하고 망개(청미래)는 열기 시작부터
빨갛게 익는 가을까지 우리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내가 자란곳은 겨우 일곱가구가 사는 산골 마을이었다.
이제 나이들어 봄이 돌아오니 친정어머니 냄새같은 쏙떡이 생각난다
일단 쑥을 캐어와야겠기에 여기저기 쑥 있는곳을 짐작해보다가
도시내엔 마땅한 곳이없어 근교로 쑥사냥을 가기로했다.
아마도 어느 지하철 종점쯤 가면 쑥이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무작정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종점까지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도랑을 이루고 있는 방둑에 쑥들이 넘처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도 반가워 숨돌릴 겨를도 없이 마구마구 캐다보니 어느새 배낭에 한가득 차 올랐다.
어릴적 친구도 추억속으로 불러들여 함께 수다도 떨고 준비한 과일도 나눠먹으며...
방앗간 주인 말이 5월에 캔 쑥은 쓴맛이 강해 바로 떡을 해먹기엔 적합치가 않단다
(늙은 쑥은 데쳐 말려 두었다가 푹 삶아 쓴물을 충분히 우려낸후에 사용해야한다)
방앗간에서는 적어도 4월에 캔 쑥으로 1년치를 준비해 놓는다고...
허허 이나이 되도록 그것도 모르고 살았네
내딴엔 출처도 모르는 쑥보다는 직접 캔 쑥이 믿을수 있다는 일념에서 준비를 했는데
그래도 하는 수 없이 떡을 맞춰놓고 돌아오는 길이 영 마뜩지가 않았다
씁쓰레한 쑥떡을 애들과 나눠 먹으며 보약같은 떡이니 참고 먹자고
반강제로 너스레를 펼쳤다 ㅎ
오늘의 일기 21'5 /19 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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