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24 03:02
황금빛 찬란한 후광을 두른 성인이 남의 집 벽을 기어올라가 창문으로 뭔가를 밀어 넣고 있다. 4세기경, 소아시아의 도시 미라(Myra)의 주교이자 이후 성인이 된 성 니콜라우스다. 그는 풍랑을 멈추고, 억울하게 죽은 자를 살리고, 물 위를 걷는 등 수많은 기적을 일으켜 기독교권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추앙을 받는다. 그런 성인도 하늘을 날지는 못했는지, 애써 돌을 딛고 벽을 타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화가, 비치 디 로렌조(Bicci di Lorenzo· 1373~1452)는 제단화의 하단에 성 니콜라우스의 행적 중, 가난한 아비의 세 딸에게 지참금을 주는 모습을 그렸다. 부유한 부모로부터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성인은 이웃집에 딸 셋이 있는데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밤에 몰래 금덩이 셋을 천에 둘둘 말아 그 집에 던져넣었다고 한다. 요즘에도 많은 이가 경제력이 없어 결혼을 포기한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특히 여자가 늦도록 결혼하지 못하면 사창가에 팔려나가는 길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성인의 깜짝 선물이 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성인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한밤중에 몰래 다녀갔다고 한다. 혹자는 금덩이가 난롯가에 널어 놓 은 양말 속에 들어갔다고도 한다. 그가 바로 원조 '산타클로스'였던 것이다. 물 위를 걷고,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은 신이 주신 능력이니 오히려 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가 누릴 황금을 곤궁한 이웃에게 티도 내지 않고 주는 건 인간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기적 같은 선물을 이웃과 나누는 성 니콜라우스의 축복이 가득하면 좋겠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성인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한밤중에 몰래 다녀갔다고 한다. 혹자는 금덩이가 난롯가에 널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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