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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연설문 왜 뛰어난가 봤더니, 최순실과 격이 다른…

yellowday 2016. 11. 9. 17:13

입력 : 2016.11.09 03:08

안용현 정치부 차장
안용현 정치부 차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 작성자는 리수레이(李書磊·52) 베이징시 기율위원회 서기로 알려졌다. 어려서부터 '신동(神童)' 소리를 들었던 리수레이는 초등학교 때 두 차례 월반한 덕에 14세이던 1978년 베이징대 도서관학과에 합격했다. 1978년은 문화대혁명(문혁) 10년의 광풍이 끝나고 대입 시험이 부활한 첫해였다. 문혁 시기 대학생은 노동자·농민·군인 중 공산당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선발됐다. 10년 만에 다시 치러진 대입에서 리수레이는 5~15세 많은 수험생과 경쟁해 최연소로 합격했다.

그는 도서관학과를 지원한 이유에 대해 "도서관에서 전문적으로 책만 읽으면 되는 학과인 줄 알았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백과사전' 인물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리수레이는 어릴 때부터 '수호지' '홍루몽' 같은 중국 고전에 빠져 살았다. 열 살 때 이미 1만자 분량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가 대학을 다녔던 1978~1982년은 문혁을 반성하고, 개혁과 현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던 시기였다. 리수레이는 1982년 베이징대 중문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중국 구(舊)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루쉰(魯迅) 소설을 특히 좋아했다. 그의 첫 직장은 1986년 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문학·역사교육연구실이었다. 이후 20년 넘게 당교에서 중국 문학과 역사를 파고들었다.

리수레이. /조선일보 DB

시 주석은 2007년 부주석 겸 중앙당교 교장을 맡았을 때 리수레이를 부교장으로 발탁했다. 당시는 시 주석이 최고 지도자 자리인 주석직을 놓고 리커창 총리와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칠 때였다. 공개 석상에서 연설할 일이 많았다. 리수레이의 손을 거친 시진핑 연설문은 유려했고, 어딜 가나 호평을 받았다. 시 주석은 최고 지도자에 오른 뒤에도 주요 연설문은 리수레이에게 맡겼다고 한다. 중국 고전과 현대 문학, 역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설문이 쏟아졌다. 시 주석은 남미에서 '논어'를 인용해 "대도(大道)를 실천하면 천하는 모든 사람의 것이 된다"고 했고, 독일에선 "대국은 천하의 지류를 받아들인다"는 '노자'의 말로 중국의 포용 외교를 설명했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범익지도 여시해행(凡益之道 與時偕行·아무리 세상에 이로운 일이라도 행할 때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문구는 지난해 세 번이나 연설문에 등장했다고 홍콩 매체가 분석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2014년 리수레이를 푸젠성 선전부장에 임명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베이징시 기율위 서기로 중용(重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를 읽었다는 것과 방중 때 중국어로 연설한 것을 두고 중국 친구들이 인상 깊다고 말했을 때 국민으로서 어깨가 절로 으쓱했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연설문이 '갑질 강남 아줌마'의 손을 탔을 거라고는 그들이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을 생각하니 이번엔 부끄럽기 그지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5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항저우 서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