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28 03:16
"저의 경제정책은 인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제 말을 믿고 밀어주시겠습니까." 5공화국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이름 날린 김재익은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그는 공무원 그만두려 사표 내고 나갔다가 신군부 국보위에 불려와 대통령 '경제 과외 교사'가 됐다. 전두환 대통령은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 정통 시장경제론자였던 김재익은 오랜 숙제였던 고(高)물가를 잡아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80년대 '3저 호황'의 기틀을 마련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심야에 서울 혜화동 김학렬 집을 찾았다. 두 사람은 콩나물국에 동동주 마시며 경제를 논했다. 취하면 '황성 옛터'도 함께 불렀다. 눈총 주는 김학렬 부인한테 "바깥양반은 내 과외 선생이야. 경제 배우러 과외 선생 집에 오는데 뭐가 잘못됐어?" 하며 웃었다고 한다. 김학렬은 재무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1968년 제1경제수석이 됐다. 대한민국 경제수석 1호다.
▶박정희 대통령이 심야에 서울 혜화동 김학렬 집을 찾았다. 두 사람은 콩나물국에 동동주 마시며 경제를 논했다. 취하면 '황성 옛터'도 함께 불렀다. 눈총 주는 김학렬 부인한테 "바깥양반은 내 과외 선생이야. 경제 배우러 과외 선생 집에 오는데 뭐가 잘못됐어?" 하며 웃었다고 한다. 김학렬은 재무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쳐 1968년 제1경제수석이 됐다. 대한민국 경제수석 1호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경무대에는 경제 담당 참모가 별도로 없었다. 경제수석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이듬해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된 김학렬은 부하들 호되게 일 시키기로 유명했다. "출근할 필요 없다. 종합 제철에만 매달려라. 이 일 잘 안되면 모두 한강에 가서 빠져 죽자." 격무 끝에 쉰이 안 된 나이에 그가 작고하자 박 대통령은 "이 사람아, 내가 자네를 죽였네" 하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성공 신화는 고비마다 안목 있고 실력 있는 경제수석들이 나라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
▶경남 창원 공업단지 시찰을 마치고 박정희 대통령이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은 오원철 제2경제수석을 기자들 앞에 불러냈다. "오원철이는 국보야, 국보!"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를 도약시킨 일곱 가지 중화학공업 육성책이 그의 건의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스캔들에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경련 시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 돈 내게 하는 데도, 최순실 지시로 대기업에 80억원 요구할 때도 그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가 경제정책 관련으로 무얼 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선 실세 심부름하느라 본업은 뒷전이었다. 언제부터 경제수석 자리가 변질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거의 경제수석들이 땅을 칠 일이다.
▶경남 창원 공업단지 시찰을 마치고 박정희 대통령이 간담회를 했다. 대통령은 오원철 제2경제수석을 기자들 앞에 불러냈다. "오원철이는 국보야, 국보!"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한국 경제를 도약시킨 일곱 가지 중화학공업 육성책이 그의 건의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스캔들에 당시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경련 시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 돈 내게 하는 데도, 최순실 지시로 대기업에 80억원 요구할 때도 그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가 경제정책 관련으로 무얼 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비선 실세 심부름하느라 본업은 뒷전이었다. 언제부터 경제수석 자리가 변질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과거의 경제수석들이 땅을 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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