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
咽嗚爾處米 열치매
露曉邪隱月羅理 나토얀 리
白雲音逐于浮去隱安支下 구룸 조초 가 안디하
沙是八陵隱汀理也中 새파 나리여
耆郞矣貌史是史藪邪 耆郞 즈 이슈라
逸烏川理叱積惡尸 일로 나릿
郞也持以支如賜烏隱 郞 디니다샤온
心未際叱 兮逐內良齊 좇누아져
阿耶 栢史叱枝次高支乎 아으 잣ㅅ가지 노파
雪是毛冬乃乎尸花判也 서리 몯누올 花判이여 - 양주동 해독
이 노래는 10구체 향가가 약간 변형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앞의 5구와 뒤의 3구에서 각기 현실과 이상을 대비시키고, ‘아아’로 시작되는 낙구(落句)에서 시상(詩想)을 고양시켜 흠모의 정을 절실히 표현한 작품으로, 월명사의 「제망매가(祭亡妹歌)」와 함께 향가의 빼어난 서정성을 잘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기파랑이라는 인물의 인품을 정적 소재와 동적 소재의 조화에 의해 이루어지는 청신함, 안정미, 생동감을 통해 표상하고 있다. 우선 달과 구름이 떠 있는 밤 하늘, 물, 그리고 거기에 비치는 달, 서리 내린 땅과 잣나무가 대조된다.
기본적으로 색감에 의해 청신한 느낌을 주지만 수평적인 것들인 구름, 시냇물, 지상과 수직적인 것들인 달, 물 속의 달, 마음의 끝, 잣나무가 공간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또 잣나무와 흰 구름, 달이 조화되어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이 부각되어 있는데, 특히 ‘달’, ‘잣나무’ 등은 영원과 생명을 표상하는 사물이다. 이같이 시·공간적으로 완결된 구조 속에 색감을 내포한 자연물을 통해 기파랑의 뛰어난 인품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여기서 ‘달’은 우리 고전 시가에서 광명과 염원을 상징하듯, 여기서도 서정적 자아가 바라보는 광명의 달이며, 그를 통하여 기파랑의 고매한 자태를 그려 볼 수 있는 그리움이 어려 있는 달이다. 그리고 낙구의 잣나무는 고결한 인품을 상징하며, 곧게 뻗은 가지는 강직한 성품을 나타낸다. 서리가 잣나무에 닥치는 시련이나 역경, 혹은 유혹을 비유하는 것이라면, 이 잣가지는 기파랑의 인격을 역경에 굴하지 않는 굳고 곧은 것으로 표현해 주는 중심 소재이다.
이 노래는 유사 권 2 경덕왕 충담사 조에 실려 있다. 그러나 직접 관련된 산문기록은 찾아 볼 수 없으며 다만 안민가에 대한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보인 바와 같이 경덕왕이 충담에게 묻기를 기파랑을 찬양하는 노래가 그 뜻이 높다고 하는 데 과연 그러냐고 하니 충담이 그렇다고 하였을 뿐이다. 기파랑은 이름에 의하여 화랑인 줄 알며 이 노래에 의해서 찬양할 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할 수 있으나, 그가 화랑으로서 어떤 일을 해서 찬양을 받았다는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
☞ 시어, 시구 풀이
열치매 : 열어젖히매
나토얀 다리 : 나타난 달이, 달은 기파랑의 인품을 흠모하는 존재, 숭앙의 대상
떠가난 : 관형형이나 명사형으로 쓰인 것으로 봄
안디하 : 아니냐?, 달에게 물음
나리여해: 시내에, 시내는 맑고 깨끗한 인품
즈이 : 모습이
일로 나릿 : 이로부터 나리의 / 일로내(시내 이름)의
재벽해 : 작벼리(물가모래벌판에 돌이 섞인 곳)에 / 조약돌에, 작벼리는 원만하고 강직한 인품
디니다샤온 : 지니시던, 과거회상 ‘더’와 주체존대 ‘시’의 교체
갓할: 가(가장자리, 끝)를
좇누아져 : 좇고 싶어라, 여기까지 달의 대답
아으 : 낙구, 격구. 10구체 향가의 특징 시조의 종장 첫 음보로 이어짐, 영탄법
잣ㅅ가지 : 고고한 기상
서리 : 고난, 시련, 세속적 욕망
몯누올 : 모를
花判(화반)이여 : 화랑의 우두머리. 돈호법. 영탄, 돈호→흠모의 심정 강조
☞ 핵심 정리
지은이 : 충담사(忠談師). 신라의 승려
갈래 : 10구체 향가
연대 : 신라 경덕왕 때
성격 : 추모가, 서정적, 예찬적
주제 : 기파랑의 고매한 인품을 추모/찬양함. 기파랑의 이상과 절조에 대한 찬미
형식 : 10구체 향가의 낙구(9~10행) - ‘시조’의 종장 첫 구절(감탄사)에 영향을 끼침.
☞ 10구체 향가의 특징 : 비연시, 내용상 3단 구성, 낙구 감탄사
의의 : ‘제망매가’와 함께 표현 기교 및 서정성이 돋보이는 향가의 백미.
표현 : 은유법, 상징법, 문답법, 색채 조화 : 흰색과 푸른 색의 조화, 공간적 요소(수평적인 것과 수직적인 것)의 조화,
시간적 요소(영원과 찰나)의 조화
☞ 작품 해설
화자는 시름에 잠겨, 신성한 가치가 사라져 가고 세속적인 현실의 논리가 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눈도 덮지 못하는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고 수풀만 우거지고 자갈만 가득한, 비속한 정경이 제시되고 있는 데서 화자가 대상을 그리워하는 근본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출처] 12. 10구체-찬 기파랑가(讚耆婆郞歌) (미루국어공동체) |작성자 alfn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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