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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은 굿 와이프였나

yellowday 2016. 9. 7. 07:43

입력 : 2016.09.06 18:27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신사임당(1504~1551). 초상화 속 근엄하고 현숙한 표정이 그녀의 전부였을까.
천재 화가로 불렸던 그녀 또한 사랑하고 욕망했으며 좌절하고 신음했던 여인이자 예술가이지 않았을까.
최근, 신사임당에 대한 활발한 재해석은 ‘이 시대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사임당은 딸만 다섯 둔 반가(班家)의 둘째 딸이었다. 여인의 재능은 미덕이 아니라 저주라 여겨지던 시절 사자 소학과

논어를 줄줄 외고 안견의 산수화를 똑같이 그려내 어른들 탄성을 자아냈다. 아들 소원하던 어른들은 그를 ‘개남이’라

불렀지만 ‘나는 항상 나’이고 싶어 스스로 ‘항아(恒我)’란 이름을 지었다.


5만원권 화폐에 들어간 이종상의 작품 ‘신사임당 초상’. /조선일보 DB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 평생 그 남자 품을 온 세상으로 알다가 죽어야 행복한 거야” 하시던 어머니 말씀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모 봉양, 자식 부양에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온화한 낯빛으로 화 한번 안 내고, 팔자 타령 한 적 없는 어머니는 과연 행복하실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떠나보내면서는 몸부림쳤다.

“이대로 어찌 평생을 산단 말인가. 이 꽉 막힌 수틀이 웬 말이고, 고상연한 그림은 다 무엇이며, 금수 같은 마음으로 글은 읽어 무엇하나.”

자연대로, 본성대로 살지 못하는 삶은 죽은 삶이라 믿은 그녀는 반짇고리에서 가위를 꺼내 오른손 손등을 힘껏 내리찍었다.

이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사임당, 신사임당(1504~1551)이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바로 그녀!

그러나 작가 권지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이 여인의 전혀 다른 면모를 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로 그려낸다.

그 당당한 ‘파격’은 사임당이 남긴 시(詩) 한 수에서 시작됐다.


‘밤마다 달을 향해 비는 이 마음/

살아생전 한 번 뵐 수 있기를.’


율곡의 ‘선비 행장’에 전하는 이 시를 읽고 작가는 “그녀가 이토록 그리워하는 이가 어머니가 아니라면?”이란 물음표를 던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초상화 속 근엄하고 현숙한 표정이 그녀의 전부였을까요?

천재 화가로 불렸던 그녀 또한 사랑하고 욕망했으며 좌절하고 신음했던 여인이자 예술가 아니었을까요?”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