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황지우- 나는 너다.

yellowday 2016. 9. 4. 08:33


제 목: [시집] 황지우- 나는 너다.
저작권:

황지우 詩集 [나는 너다]


503.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187.
대가리 꼿꼿이 세우고 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방울 소리를 내는 방울뱀. 자연의 경보장치, 르르르
나는 너의 領域을 밟았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다친다.
풀이여.


126.
나는 사막을 건너 왔다, 누란이여.
아, 모래 바람이 데리고 간 그 옛날의 강이여.
얼굴을 가린 여인들이 강가에서 울부짖는구나.
독수리 밥이 되기 위해 끌려가는 지아비, 지새끼들.
무엇을 지켰고, 이제 무엇이 남았는지.
흙으로 빚은 성곽, 다시 흙이 되어
내 손바닥에 서까래 한 줌.
잃어버린 나라, 누란을 지나
나는 사막을 건너간다.
나는 이미 보아 버렸으므로.
낙타야, 어서 가자.
바람이, 비단 같다, 길을 모두 지워 놨구나.


126-1.
물냄새를 맡은 낙타, 울음,
내가 더 목마르다.
이 괴로움 식혀 다오. 네 코에 닿는
水平線을 나는 볼 수가 없다.


126-2.
시리아 사막에 떨어지는, 식은 석양.
낙타가 긴 목을 늘어뜨려
붉은 天桃를 따먹는다.
비단길이여,
욕망이 길을 만들어 놓았구나.
끝없어라, 끝없어라
나로부터 갈래갈래 뻗어 갔다가
내 등뒤에 어느새 와 있는 이 길은.


130.
사식집이 즐비한 을지로 3가, 네거리에서
나는 사막을 체험한다.
여러 갈래 길, 어디로 갈테냐,
을지로를 다 가면
어느날 尹常源路가 나타나리라.
사랑하는 이여,
이 길은 隊商이 가던 비단길이 아니다.
살아서, 여럿이, 가자.


130-1.
너무 가지 말자.
너무 가면 없다!
너는 자꾸 마음만 너무 간다.


92.
聖母와 聖子와 목수,
하루 연탄 두 장과 쌀 여섯 홉을 배급받는 이 聖家族,
이 核家族을 보호하고 있는
서울의 순 진짜 참 복음교회.
아들아 다시 사막으로 가자.
샛강 너머로 가자.
모래내, 沙川을 넘어 구로동으로 가자.
최소한, 잉여인간은 되지 말자.


93.
전갈은 독이 오를 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띤다.
온몸에 번진 敵意여.
너를 목조르려고 올라타서 내려다보면
너는 나였다.
너와 內通하고 싶다.
투구 속의 너의 靈肉.
모래 바람에 의해 汝矣島가 한없이 이동한다.


86.
시인 정호승과 시인 최승자와 여의도에서
새벽 4시까지 술 마시다.
우리는 夜光蟲인가, 異敎徒인가.
광장을 걸어 나오는데 ×표로 야광 페인트를 한
청소부가 한 평생의 바다를 쓸고 있었다.
×, 너 나빠, 너 틀렸어, 정호승의, 서울의,
예수가 내게 다가와 빗자루 주고 간다.
이걸루 어디를 쓸란 말입니까.
엑스, 엑스.
발 밑의 무지개.


87.
너는 나를 벼랑에서 떨어뜨리는구나.
내 목숨의 칡넝쿨을 갉는 쥐새끼!
바람에서 네 口臭 난다.


88.
나의 一生33년간의 통금,
통금 해제.
받아라, 체제가 주는 선물이다.
04시 귀가.
골목 입구 전봇대 아래서 한 번 게우고,
보안등이 희미하게 밝히는
대문이 있는
긴 내장을 기어 들어간다.
내 집으로 들어가는 항문,
여보! 여보, 여보! 나야, 나.
동무들과 술 좀 했지.
모래내를 건너려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됐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나팔꽃.
나의 창녀 金마리아.
나는 너의 문 앞에 있다.
고개 숙이고


107.
새털구름 밑으로 수레바퀴 자국을 남기고
高空으로 올라간 나의 長兄은
지금 輪回를 빠져나가고 있다.
아우는 무단 가출하고 없다.
우리 집은 빈 집이다.
가랭이가 찢어지려 하는 이 자리가
바로 내 자리다.
아버지 忌日이 가끔 우리를 불러모을 따름
無影塔 속에서 올라오는 촛불.
不在가 우리를 있게 했다.


40.
미끼로 쓰는 작은 새.
끈끈이 액을 바른 막대에 붙어 파득거린다.
털이 다 빠진 너와 나의 因緣이여.
40-1.
이곳을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흰 석회 벽에 손톱으로 써 놓았다.
날개, 날개가 있다면.


40-2.
칼이 없으면
날개라도 있어야 해.

이건 네가 깨질 때면
맨날 하는 소리였지.

촛불이 타고 있는 동안
촛불의 靈魂은 타고 있다.

네가 너의 날개를 달면
나에게 날아오렴.

바람이 세운 石柱 위 둥지에
지지지 타들어가는 내 靈魂이 孵化하고 있어.

칼만 있으면
   
4.
번데기야, 번데기야
죽을 육신 속에서 얼마나 괴로왔느냐.


518.
無等山은 左翼, 右翼 거대한 兩翼을 쫙 벌리고
희망의 도시를 안고 날아오르는
죽음을 이긴 새, 불사조
地平線에 깃을 대고 파득파득 몸부림치고 있다.
白頭山까지 가소서.
피묻은 兩翼이여


98.
태풍 제프, 나사 같은 바람의 慰靈塔이여
인간이 돌로 일으킨 碑 하나가
무엇을 위로할 수 있겠느냐.


99.
인공위성이 보여준 東北아시아 새털구름 사진,
꽃구슬 속에 도는 새털구름, 같은 나라여
관악산 新林이 일제히 중국 연변정 쪽으로 엎드려 운다.
내 關節에서 문짝이 심하게 흔들릴 때
벌과 나비, 숲새들은 모두 어디로 잠적했을까.
來世로 가는 바람.


46.
영덕으로 가는 길목에서 짧게 엽서를 띄우오.
가슴이 콩콩 뛰고 퇴계로를 가다가도 혼자
엉엉 울어버리던 슬픔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소.
세상에서 가장 가련한 나라, 이 나라 슬픔을 횡단하여 오늘,
나, 무너지는 東海 앞에 섰소. 폭우의 예감을 잔득 진 바다 위로 내리
는 잿빛 빛의 雨傘, 소형 선박들이
급히 돌아오고 이곳에도 젖은 삶이 있다는 것을,
고된 그날그날과 아파하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다는 것을,
포구에 까욱거리는 육식의 굶은 갈매기 떼가 아우성치고 있소. 동해,
동해, 내 진흙같은 절망을
난타하는. 성난 닭의 깃털을 단 파도가
돌아가라, 빨리 돌아가라 하오. 내일 보경사 들렀다
상경하겠소. 경주는 안 가오.


70.
스시마 해협을 통과하는 핵잠.
물에 '기쓰(きず)' 난다.


81.
누가 뗏목 위에서 런닝 샤츠로 手旗를 흔든다.
뗏목이 불탄 사람들로 되어 있다.


100.
형제여
받아다오
이 가책받은 자의 기나긴 망명을
歸鄕을


102.
지친 한밤의 100원짜리 삼립빵,
가난한 목수 아들의 살에서 뜯은 빵이여
잔업이 잔업을 낳고
靈魂에 찰삭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利潤이라는 이름의 거머리.
이 피는 포도주가 아니다.
사제 목에 걸린 철십자가에 못 박힌 노동자.
나의 安樂이 너를 못박았다.
이 짐승들아, 가슴을 친다고 그게 뽑혀지느냐.


212.
미순아, 미안하다.
강의하러 양산리 한신대까지 가면서도
네가 일하고 있는 동일방직을 스치기만 하였다.
지난달 네 몸이 아프다고 하여 작은아버지가 완도에서 올라오셨다는
말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
배운 놈들 인정머리 없어서가 아니라
니가 노동자라는 사실에
이 못난 오빠는 가슴이 얹혔던 거다.
쉬는 날이면 집에 와서 몸도 녹이고 김치랑 밑반찬이라도 좀 챙겨 가
도록 해라.
어쨌든 몸 성하게 조심하고 연락 좀 해라.

(나는 편지를 찢어 버렸다.)
(나는 안양으로 갔다.)


508.
어머니는 우리들 앞에서, 종종, 느그 아부지는, 하고 말을 잇지 못할
때가 있다.
그 '느그 아부지'라는 말에는 너무나 괜찮은 세월이 들어 있다.


233.
어머니이, 이제 그 石棺에서 그만 나오세요오.
(어머니는 손수 高麗葬을 원하셨다.)
남 부끄럽게 그게 뭐예요오.
(어머니가 혼자 사시는 건 당신의 자존심이었다.)
아니다. 여기는 내 자리다.
(어머니는 아우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 놈 돌아올 때까진 내가 여길 지킬테니, 돌아들 가거라.
(어머니는 안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신림동은 진창이다.)


160.
고등학교 졸업하고 서울 왔지.
물론!
공부하러 왔어.
이제 한 십 오 년?
비슷한 그 시절 무일푼으로 함평서 몸뚱아리만 올라온
신림동 밤골 순대집 장씨가
나에게 이렇게 묻드라고.
"그래 집은 기반 좀 잡았읍디여?"
基盤?
이겠지.
나는 막 웃었어.
"뭐, 기반이라우?"

나는 안장에서 내려 걸어서 집으로 갔지.
소주잔에 낀 얼음 같은 세월.
經 몇 권 읽었다고 공부했다고 할 순 없지.
장씨의 기반은 나무바닥 밑으로 밤골 검은 또랑이
흐르는 순대집이 불린연립주택 한 채야.
브랜드가 박힌 낙타 한 필에 얹혀서 걸어온 나의 길,
내 대그빡에듬성듬성
버즘 핀 사막.
세상은 내 보폭에 자꾸 태클을 걸고
푹푹 빠지는 나의 기반, 나의 모래내.


37.
羊水膜에 가득 찬 막막한 海洋.
태아가 일억 년 저, 잃어버린 대륙을 찾아
헤맨다. 아부지, 아부지
내가 들어갈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르렁거리는 水深으로부터
부르르르 털을 털며 일어나
동물은 胎動소리를 들으러
우거진 下流로 내려간다.
배를 움켜잡고 적십자 병원을 찾아가는 젊은 임산부.
너는 태어나 영세민이 되는구나.


109-2.
내가 싼 똥을 내가 치운다.
들짐승처럼,
이상하다.
똥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
참외 씨 속의 참외 속의 참외씨 속의 참외 씨,
씨를 옮기는 動物의 똥.


109-3.
아빠, 내 우산은 먹구름을 뚫고 내려온
낙하산이야.
근데 있잖아, 바람에 날려
나를 흙탕물에 내려놨어.


109-4.
당신은 게으른 나무에요.
冥想하는 포즈로 팔 벌리고 구걸하고 있어요.
天上이 황금인 양.
당신의 이마를 鍍金시키는 노을.
열매를 떨어뜨려 주세요.


109-5.
치열하게 싸운 자는
敵이 내 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긋지긋한 집구석.


88.
마누라랑 싸우고 문을 쾅 닫고 나와버린다.
버스 속에서까지 그 소리가 나를 따라온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날고 있는 파리의 날개의 속도에 대해 나는 생각
하고 있다.


99-1.
사냥개가 냄새만으로 따라오듯.
내가 손 댄 곳, 발 디딘 곳.
돌아보지 말자.
알리바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너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너는 나를 徵集해 가도 된다.


33.
나는 다만 이 시대에 感電된 것이다.
새까맣게 타버린 오장육부,
이건 한 시대에 헌납한 아주 작은 징세에 불과하다.
나는 나를 부르는 곳으로 나갔었다.
너는 거기에 없었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333.
내 마음의 馬脚이
뚜벅뚜벅 너의 가슴을
짓밟고 갔구나.
사랑해!
라고 말하면서
나는 너를 다 갉아먹어 버렸어.
內心의 뼈만 남은 앙상한 果實,
苗板에다가 너의 生을 다시 移葬하련다.
사랑해!


164.
내가 터억하니 앉아 있는 이 데스크는
한때 보르네오 숲이었다.
잘 자라온 나이테의 배때기에 비계를 불리며 原木은 즐거이
인도양 바람을 키웠다.
벌목꾼 마하트라氏는 일당을 받고
쓴 침을 삼키며 집으로 가을 것이다.
仁川 大成木材.
하루 종일, 견습공 김석만은 그것을
샌드 페이퍼로 문질렀다. 끝도 없는, 사막 같은 일.
청소도 하고 경리도 보는, 月收 13만 원짜리 미스 리가
미결제 서류를 잔뜩 갖다 놓는다.
나의 노동은 매춘행위인가.
사방 데서 악쓰는 소리, 들린다.
내 몫, 내 몫,
내 놔라.
내가 터억하니 앉아 있는 이 데스크는
말하자면, 나의 위장취업이다.


125.
南山에 우뚝 발기한 男根.
그리고 서울역 앞 인구시계탑,
현재 우리나라 인구:
41214579
핏덩이를 쏟으며
'9'가 零으로 없어지는 순간,
고무장갑으로 받은 너. 너는
단지 무게일 뿐,
목동座에 앉을 자리가 없다.
별 하나에 사람 대가리 하나로
點描된 전갈 한 마리
두 눈에 퍼런 微光을 밝히고
다가온다.
늑대 온다!
응, 그래
늑대 오니?


104.
개그맨 김병조는 極右다. 맨날, 이
안에서만 놀아라,
한다.


5.
無風地帶의 작은 나뭇가지들,
간드러진다
대피 대피하라
惡의 날


23.
숨바꼭질,
어디어디 숨었니?
?표를 귀에 달고 참호에 엎드린
지명 수배자들.
꼭꼭 숨어라!
!표를 만들며 쫑끗,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는
숨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를 찾는 사람들이 오면 없다고 말해.
나는 없다,
나는 없다고 말해.


18.
棺에다가 쾅쾅 못을 박는다.
그대 航路는 멀다.
돌아오리라, 언젠가 다시
우리나라에, 우리나라여
내가 더 젊었을 때는
이 지구에서 하고많은 나라들 가운데
어쩌면 이런 거지 같은 나라에 태어났는가
억울해 했던 적이 있지.
인천 연안 부두에서 돈 주고 망원경을 빌어 본다.
옹진이여.
棺이 통통통 소리내며 섬으로 간다.
나를 密航者이게 하는 西海.
나뭇잎 만한 새가 나의 행선지를 占쳐준다.


3.
우리의 소원은 統一.
갈매기가 노량진 나뤄 수상구조대를 지나
간다. 참 멀리서 왔네, 멀리서
왔네.
要塞 속 바다로 가는 그대.


3-1.
바깥으로 손잡이가 달린 문.
西大門.
열리지 않는다.
이 벽은 내부가 외부다.
종로가 저 안에 깊숙이 갇혀 있다.
25번 버스가 이 벽 끝에서,
이 벽 저 끝까지 종일 왔다갔다 한다.
헤어나지 못하는구나.


43.
사이렌을 울리며 응급차가 차량 사이로 질주한다.
1985년 9월 14일,
오후 2시 32분.
太平路.
죽는 사람은 결국 혼자 죽는다.
아무도 너를 따라가 주지 못한다.
宗敎도 오후 3시 20분, 영안실까지만 갈 뿐,
있는 것은 네가 不在한 歷史일 뿐,
그 江 건너 太平路가 보이겠느냐.
다만 崇禮門이 꽃상여 한 채로 떠 있다.
永生은 기억이다.


74.
접시꽃 앞에서의 記憶

1. U.F.O.
2. 손은 자물쇠를 만지고 있다.
손은 열리지 않는 門의 운명과 만난다
그리운 下部


3. 이 잔은 이미 피를 맛보았다
살덩어리를 뜯고
입술을 댄
가시 돋친 테두리
聖盃 속으로 지친 해가 잠긴다


4. 꽃 속에서 벌건
좆이 푹 튀어나와 있다


5. 정체 불명의 비행 물체
왼쪽 골이 아프다
너는 누구냐
神仙思想硏究 5
골이 아프다
막대기로 여러 개의 접시를 돌리는 약장수


40.
날개에 줄무늬 文身을 그려넣은 나비, 빠삐용.
난, 꽃 키우고 돼지를 기를 수 있는 이 섬이 더 좋아.
안 간다. 너나 가라.
더스틴 호프만은 섬 중앙으로 걸어가버린다.
이마에 깊은 칼자국을 만드는 스티브 맥퀸, 돌아서
그는 絶海에 몸을 던진다.
까마득한 수평선에서 이 쪽을 향해 감자를 먹이는
스티브 맥퀸.


9.
당신과 나를 한 絃으로 잇는 緯度에 기어오른
쓰르라미 풀벌레, 소리, 밤과 낮을 교대시켜주고 있소.
가을이 몇 坪의 풀밭을 떼메고 와서 창가에 우는데
이 靈川의 물이 한란계 속 추운 西海에 닿기 전
나는 내 生을 세척하고 있소.
다친 데가 아물어 가오.


8.
나는 平面을 경계한다.
육면이 벽이니까.
독방에서는 온 세상이
대갈통으로만 온다.
경계하라!
사람에게 지르는 소리,
멱딴 내 목소리를 내가 듣는다.
이상하다, 내 속에 누가 들어와 있을가?
너, 누구냐?
너, 말야.
나?
그래, 여기서 더 이상 어떻게 속으로 들어가란 말이냐?


182.
비오는 날이면, 아내 무릎을 베고 누워. 우리는 하염없이 노래를 불렀
다. 우리가 젤 좋아하는 노래는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는 동요이다.
그 方舟 속의 권태롭고 지겨운 시절이, 이제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지복한 틈이었다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라. 華嚴의 넓은 세상.
들어가도, 들어가도, 가지고 나올 게 없는
액체의 나라.
나의 汚物을 지우는, 마침내 나를 지우는 바다.


10.
내가 떠나온 방,
지금 가족들은 냄새로 나를 찾을 것이다.
내가 죽은 직후처럼
내 지상의 한 칸은 나로 차 있으리라.
문 밖에서 누가 소주를 뿌리고
그놈, 참,
飮福한다.
풀이 난 나의 푸르른 惑星,
通房하러 뺑기통에 들어 간다.


17.
내 발가락이 발견한 마루 바닥의 관솔,
붉은 흉터.
가만히 보며는 파상 나이테를 거느린 중심이다.
흉터로부터 나이를 먹는구나.
우리 모두 起立하여 푸른 숲을 이룬
이일송저엉 푸우른 소오른


144.
샛별아.
이 밤길은 너는 먼저 달려가 새벽 산길을 비추고 있거라.
이 어둠 저편 누가 플래시를 버르장머리없이 비추며 온다.
두려워 말라. 그도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어둠 자체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
무서운 것은, 다가오는 물체를 크게 보는 내 마음속에 있다.
네가 자라서 너의 미래로 가는 길목에서 몇 차례
불심검문을 당하고 굴욕을 통과하여 더 탄탄해진
네 길을 갈 대 너도 알게 되리라.
쉽게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먼 새벽 산정에 이르르느 길을.


44.
1980년 5월 30일 오후 2시, 나는 청량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을 보았다. 그 문에 이르는 가파른 계단에서 사람들은 나를
힐끗힐끗 쳐다만 보았다. 가련한지고, 서울이여. 너희가 바라보는 동안
너희는 돌이 되고 있다. 화강암으로 빚은 衛星都市여, 바람으로 되리라.
너희가 보고만 있는 동안,
주주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웃비다, 최후의 일인까지!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내 소리를 못 듣느냐?
아, 갔구나, 갔어. 석고로 된 너희 심장을 내 꺼내리라.
나에게 대들어라. 이 쇠사슬로 골통을 패주리라.
왜 내가 너희의 임종을 지켜야 하는지! 잘 가라, 잘 가라.
문이 닫히고 나는 칼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로 갔다.
파란 유황불의 花環 속에서 나는 눈감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몸이
없어지는 것을 나는 경험했다. 부끄러움의
재 한줌.


145.
12월의 숲
눈맞는 겨울나무 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連帶해 있었다
눈맞는 겨울나무 숲은

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 숲은
聖者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내리고
겨울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 산의 積雪量을 엿보는 겨울나무 숲
나는 내내, 어떤 전갈이 오기를 기다렸다.


527.
한다. 시작한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온다. 온다. 온다. 온다. 소리난다.
울린다. 엎드린다. 연락한다. 포위한다. 좁힌다. 맞힌다. 맞는다. 맞힌다.
홀린다. 흐른다. 뚫린다. 넘어진다. 부러진다. 날아간다. 거꾸러진다. 페인
다. 이그러진다. 떨려나간다. 뻗는다. 벌린다. 나가떨어진다. 떤다. 찢어진
다. 갈라진다. 뽀개진다. 잘린다. 튄다. 튀어나가 붙는다. 금간다. 벌어진
다. 깨진다. 부서진다. 무너진다. 붙든다. 깔린다. 긴다.기어나간다. 붙드
린다. 손 올린다. 묶인다. 간다. 끌려간다. 아, 이제 다 가는구나. 어느 황
토 구덕에 잠들까. 눈감는다. 눈뜬다. 살아 있다. 있다.있다. 있다. 살아있
다. 산다.


208.
나는 양심의 복수를 받았다.
나는 어리석음의 축복을 받았다.
경상도 사투리가 왜이렇게 듣기 싫은지, 다 너 때문이야.
뭉퉁하고 자신만만하고 긍정적이고 천하다. 다음은
은평구청 민원상담실 병무과장이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양심과 어리석음에 대해서.


111.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미국방성의 한 비밀보고서에 의하면 미군은 태평양 지역에 21개의 핵
지뢰(ADM)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한국의 비무장지대 일대에 배
치되어 있다고 3일 워싱턴 포스트지에 게재된 '잭 앤더슨'칼럼이 주장했
다.
"자 봐라. 우리는 이런 것도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고 말없이 듣는다, 침묵의 高聲放歌.
그대는 사랑의 50가지 流行蜚語에 대해 말해 줄 수 있겠나?
광화문 지하도에서 웬 실성한 여자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
어디로 가면 개마고원이 나오는거유?
어머니, 전 영세민의 아들입니다.
버섯구름 낀 서울을 떠날 수도 없어요.
우리는 이산가족이어요. 빤히 보이는 거리를 두고.
해골이 되는 50가지의 길.


175-1.
自然保護하는
基地에로의 3박 4일 관광여행 :
핵지뢰밭 위의 푸른 도라지밭을 마구 밟고 다니는 노루.
山까치가 콩알만한 불티로 레이다 그물을 빠져나간다.
새는 그물보다 높이높이 난다.


213.
이 지구는 미국의 부동산인가?
'스타워즈'

오매 징한 거
뱀도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

주둔군 병사가 빤스만 입고 남영동 쪽으로조깅을 한다.
행인들은 그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138.
지하상가.
맥도널드 햄버거 집에서 시작하여
카세트와 사쿠라 필름을 파는 레코드 가게에서 끝나는
장장 1킬로미터가 넘는 이 자본주의의 긴 갱도를
우산대로 두들겨 가며, 나는 盲人先知者 흉내를 내며,
지나간다.
저 出口에 이젠 비 그쳐을까?
당신은 英語를 말할 줄 압니까?
너의 이름은 뭐니?


137.
요즘 여자들은 노출을 위해 옷을 걸친다.
내 길을 막는 백인 마네킨. 누구시더라?
전에 어디선가 당신을 본 기억이 나긴 나는데. 그녀가 말한다.
너는 웃음도 複製?다.
네가 두렵다.
당신은 왜 이미 지나온 폐광으로 가시죠? 그녀가 묻는다.
아냐. 나는 지금 목마르다.
내 몸에 샘이 있는데. 그녀가 말한다.
나는지금 사막으로 가고 있어.
거짓말. 넌 내 자궁을 못 빠져나갈 거야. 그녀가 말한다.
나쁜 것! 물러가라. 넌 不死냐?
그렇다. 넌 可死다. 난 안 썩어. 그녀가 말한다.
너너 저주받은거야. 넌 치부에서 이자를 알까는구나.
좋다. 너는 굶어죽어라.
곧너는 내 앞에서 다친 무릎이 될 거야. 그녀가 말한다.
웃기는구나. 죽을 줄도 모르는 게.
나는 병이므로 병들지 않아, 이 바보야. 그녀가 말한다.
너의 밥, 돈에서 구린내가 난다.
네가 싼거야. 이 빗쟁이야. 그녀가 말한다.
잡년! 난 배때기에서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증오가 너를 눈멀게 했다. 네 길이나 잘 더듬어 가렴. 그녀가 말한다.
넌 女神도 미이라도 아냐.
흙더미일 뿐. 잿더미일 뿐.
너의 이름은 뭐니?
당신은 英語를 말할 줄 압니까?
鐘路 5가에서 왼쪽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러면 무덤이 나올 것입니다.


139.
지팡이로 좌우를 두들겨가며 맹인이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간다.
보도 블록을 들어올리는 풀잎.
더 잘보려면 눈을 감아라.
나를 가로막는 것은 나이노니.


136.
하얀 것이 무섭다.
가장 무서운 병은 아내와 그 짓을 할 때도
머리 속으로는 음란 비디오의 그 白人 여자에게
성기를 박고 있는 참상이다.
하얀 것은 참 더럽다.


67.
"南山 제 1호선 터널, 붕괴 직전"이라고 해도
차량들은 여전히, 태연히,
어쩌면 붕괴될지도 모르르 개연성이 있는, 남산을 통과할 수 있게 하
는 제 1호선 터널, 그 칙칙하고 컴컴하고 매캐하고 긴 구멍 속으로 들
어간다.
다 뒈져도 나만은 九死一生으로 살아남을 거야
하는 심정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건지.

利己心은 얼굴에 철판을 깔게 하고
良心은 가슴에 기부스를 하고

서울사람들을 세련되게 하는 것은 신경질과 무감각이다.
심장에 맹장염이 걸릴 수도 있다.


189.
이 사막도 월트 디즈니씨 소유다.
값싼 '이데아( )' 하나로
純 모래와 純 물만으로 빚은,
홍콩으로 올라가는 기똥찬 계단.
톱니바퀴에서 웃음을 빼내며
교활한 딱따구리가
내 골을 요란하게 쪼아 먹는다.
월트 디즈니씨는 천진난만하다.
멀쩡한 사람을 쥐새끼性에 가두다니!


101.
일요일밤의 대행진을 보는 넋나간 중산층들,
내 믿을 수 없는 惡妻여.
나는 외박 중이다.
누군가 팔 벌리고 서서 나를 못 가게 한다.
너는 누구냐?
그대는 我方이냐?
내 肉身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진 내 그림자,
너는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積載했다.
나는 내가 버겁다.


148.
아침에 내가 깨어날 시간을 下達받은 自鳴鐘시계를 머리맡에 놓고 눕
는다. 잠이 안 온다. 하루살이는 一生을 다하여 하루를 산다.내일 아침
내가 깨어날 수 있을까? 心室의 두근거리는 時限爆彈.
136.
한때는 저기여기 결혼식장에 다니느라 바빴다.
이제는 애들 돌잔치 챙기면서 우리들은 만난다.
時事를 이야기하고 누구를 위하여 돈을 걷고,
상다리를 숟가락으로 두둘기며 흘러간
'아침이슬'이나 '꿈꾸는 백마강'을 부른다.
이 애들 시집 장가 보내는 식장에서 서로의 안부와 건강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는 問喪客이 될 것이다.
그때,
야, 니는 어떻게 살았니?


59.
용산, 철도병원 붉은 벽돌 집,
天上의 플랫폼,
땅에서 올라온 담쟁이가 실핏줄처럼 번져
꽉 움켜쥐고 있다.
살려다오, 살려다오.


39.
누에는 제 壽命을 줄여가면서 집을 짓는다.
아이고, 내 집이 나를 가두다니!
나의 깊이는 나의 한계였으니.
39-1.
집달팽이가 풀잎 우의 자기 길을 느릿느릿 간다.
내가 내 몸 안에서 무엇을 보겠느냐?
딸 아이를 목욕시키면서 본
어린 잠지 속의 冥府殿.
죽어야 환해지는빈 집 한 채 머리에 이고
집달팽이가 觸覺 밖, 몇 만 칸델라의 빛에 對한다.
눈 붓라, 저 밖에 무엇인가가 있구나.
풀잎 우의 자기 길.


116.
거미는 함정을 집으로하여 산다.

제 똥구멍으로 질질 흘린 침이 지은 집.
집이 늘어나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면서
숨쉬는 것 같다.
거미는 함정속에 神性을 물질화시키고 있다.


233.
나는 어란으로 가기 위하여 읍내 '나그네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집은 어디서 왔다요?" 성도 이름도 없는 여자가 묻는다.
"수상해?" "북에서 내려왔어."
그녀가 나를 꼬집는다.
"너는 어디서 왔냐?"
여수에서 영등포로, 미아리에서 부산으로, 목포로, 완도로, 해남으로
왔다, 그녀는. 대흥사 여관동네에서 한 2년?, 있다 장터까지 왔다, 그녀
는.
"너도 끝장까지 왔구나."
"아저씨는 눈이 내 애인 닮았소잉."
"뭐 하는 놈인데?"
"중."
밤 늦게까지 그는 그녀에게 막걸리 주전자를 따라주고 암자로 올라가
곤 했다, 그 중은. 산 전체가 단풍으로 色이 탱탱할 때, 그는 通道寺로
가버렸다, 그 중은. 그녀는 광주 공용터미날까지 가서 배웅했다, 그녀는.
슬픈 가을 산으로 돌아왔다.
"내가 환속한 그 중놈이야, 내가." 쓰게 웃는다, 그녀가.
그녀는 내 품 안으로 파고든다.
못생기고 늙은 이 작은 여자를 나는 넓은 가슴에 묻는다.
"집은 어디 간다요?"
"어란."
"어란 어디?"
"솔섬."
"거기 누가 있소?"
"아니, 아무도 살지 않아."
횃대로 올라가는 닭, 그녀는 이내 잠이 든다.
1983년 12월 24일, 나는 지상에서 한 여자를 재웠다.
첫 미사를 알리는 천주교 종소리에 깨어났을 때, 그녀는 없었다. 2만
원만 챙기고 내 호주머니에 3만원을 넣어 두고 간 그녀의 발자욱을 금
세 눈이 지우고 있었다.
나는 어란으로 가기 위하여, '나그네의 집'을 나왔다.


234.
눈 받는 어란항.
솔섬은 보이지 않는다.
솔섬은 없다.
선창에 밧줄을 대고 저만치 떠 있는 빈 木船들,
흰 상여들.

이 明堂에 묻히고 싶다.


190.
꼭 10년만에 옛날 근무하던 臨津江을 가 보았다. 연대 앞 위병소에서
내려 버스가 남긴 황토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10년간
의 외출을 마치고 막 귀대한 육군 병장 황병장이었다. 10년, 10년간의
외출. 애인을 만나고 그 애인과 한 10년 늘어지게 살다가, 어유지리 마
을로 들어가는다리, 포플라나무, 감기료 웨슬레이씨가 들어와서 지은 돌
벽 교회, 산드기 씀밧골로 가는 작전도로, 나는 문서 수발을 끝내고 돌
아가는그 전령의 외로운 길을 걸어갔다. 능선에 옥수수밭이 쓰러지도록
무성하고, 강 건너 너도밤나무 숲이 있는 民統線까지. 不歸, 不歸의 강,
임진강.


18.
수많은 '너' 안에서 나는 '나'를 증언하게 된다.
너를 찾아서 영동 유흥가를 지나갔었다.
신흥 시가지 좋은 집들 사이에,
아, 나는 황토에 뿌리 박은 옥수수나무 몇 그루를 본다.
어디로 갔느냐, 너, 원주민이여?
거기 사람 있으면 소리 지르고 나오시오.
대답 없고
옥수수나무만이 털을 꺼내놓고 手淫을 한다.

가을, 내 마음의 개마고원이 靑灰色의 개마고원으로 옮겨간다.

살아 있으세요. 없어서 그리운 당신.


41.
처마 밑
저 놈의 거미는 며칠째 꼼짝 않고 있다.
斷食鬪爭하고 있는 것일가?
자신의 體液에서 뽑은 집, 집구석에 하루 종일 틀어박ㅎ.
얼른 눈에 안 띄는 그의 집의 투명성 속으로
잡아먹을 듯이 쳐들어가는 바람 :
누구쇼?
그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지금 誕生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외롭니?


200.
울고 싶으면 혼자 제 1 한강교 위를 걷습니다.
이 강 거슬러 거슬러 남한강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지류로 거슬러 치악산에 이르겠지요.
이 길은 退路ㅂ니까?
바로 앞에 소주 한 잔 따라놓고 그것을 형님은
하루 종일 바라보고 계시겠지요.
이마 가운데 핏줄을 돋우고
형님이 따라주는 소주 몇 잔이 치악산을 한바퀴 돌아
지류로 남한강으로 뚝섬으로 잠수교 위로
미 8군과 국립묘지를 잇는 동작대교 아래로
흘러 흘러
의심 많은 이 아우의 凶凶한 흉부로 흘러들어옵니다.
종이에 싸여 흘러온 放生의 촛불이여.
그리고 도도한 한강은
1천만 명의 똥물과 하이타이물과 콧물과 정액과 피고름과 함께
華嚴의 서해로 고요히 흘러갑니다.
進路여, 進路여.


214.
양떼구름 뒤 사람 발자국
굴착기가 아스팔트를 뚫고 순결한 흙을 만난다.
무더운 여름, 이 짓이겨진 땅 위에서는 성고문이, 있었다.
수녀들이 돔 천장 아래서 가슴을 치며 사죄했다.
무너진 흙구덩을 떠나는 일개미떼, 알을 물로 새 집으로 이동하던 날
나도 그 가해자라고 생각했다.
굴착기는 내 가슴에 얹힌 암반을 콩콩 뚫고 이다.
반창고 아래 곪은 내 영혼, 돌고드름이 질질 흐르고
멕시코 灣에 올라와 숨 거둔 고래들의 해외 토픽을 스크랩해 둔다.
껀 내가 증거 인멸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반공주의자들은 언제나 근육을 자랑한다.
어제 개축한 방공호를 오늘 까부수고
굴착기는 못 뚫을 것이 없다.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은 틀린 번역이다.
요는,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다.
밧줄은 바늘 구멍을 들어갈 수 있다.
못 믿는 내 큰골이 그만큼 연약하다.
믿음을 주기 위한 돔 양식은 두려움을 주기 위한 동굴을 흉내낸 것이
다.
돌고드름이 송곳니 같이 돋아난 목젖, 악취 나는 내 내장이 내다보이

나는 모 출판사의 변절이 즐겁지 않다.
내 컴컴한 목구멍에서 우산을 쓰고 외출하는 박쥐들이여,
싸우고 들어온 날은 이렇게내가 아프다.
내 혓바닥에서 나온 독으로 나를 핥으로 그 새끼를 핥고 있다.
몇 번씩 찧은 적이 있는 그 문턱에 또 이마를 찧을 때 처럼
후회는 늘 새롭고 오류는 맨 처음의 오류이다.
그 망할 놈들이 먼저 白旗 아래 가 있다.
性行爲와 拷問은 더 이상 짜낼 것이 없는 것을 짜내려 한다.
담배를 꼰아 물고 패를 고르는 악당처럼 나는 내 미래를 암산해 본
다.
내가 와해를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는 없었다.
노처녀들이 음탕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노래책을 놓고 유행가를 따라 부르는 것처럼 따분한 일도 없으리라.
내 삶을 들여다보는 지금이 꼭 그렇고
내 그림자의 등이 몹시 가렵다.
그 자리만 삽으로 파내어버릴 수만 있다면!
내 葬地에서 되돌아가는 나의 친지들은 곧 나를 잊을 것이다.
맑은 물 밑 모래 바닥에 내려간 피라미 그림자들, 흐르는 물 속에
그대로 있다, 내가 세월에 삭고 있는 동안,
청자 고동은 아름다운 靑瓷를 남긴다. 헛되어라!
새벽 산정에 야호, 소리 한 번 지르려고 사람들은 하산하고
기회주의자들이 삶을 훨씬 멀리 보고 있다.
사람이 현명을 얻으면 쓸쓸해지는 법.
쓸쓸하여라! 기다란 벌레가 시궁창 가 봉숭아 꽃 그늘을 통과해 가다.
바보들은 아무거나 좋아한다.
경멸로써 고고해지는 범죄, 맞았어, 나의 言表는 범죄다.
밧줄은 바늘 구멍에 들어갈 수 없다.
굴착기는 물을 뚫을 수 없다.
반공주의자들은 두려움이 많다.
내 원고지 2매와 부등가 교환인 대가를 벌기 위해
노동자들은 뻘뻘뻘 노동으로 전쟁을 치르고
학자들은 고래들의 자살을 설명하지 못한다.
야구장에서 파울 볼을 잡으려고 환장하는 실업자들, 그들만이 이해한
다,
잔디밭 굼벵이를 파먹으며 운동장에 들어가는 집비둘기들을.
사람의 입이 못 먹을 것이 없다. 개고기도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애인은 나환자처럼, 이 세상에서 제일 쓸쓸한
곳에만
있으려 한다. 청자 고동이 남긴 靑瓷가 헛되이 물 속에 구르고
일개미떼가 입에 알을 물고 새 집으로 이동하던 날
눈부신 양떼 구름 한떼가 동작대교 쪽으로 몰려간다.
물위로 양치기들의 털신이 첨벙첨벙 물 튀기며
노량진 水産市場 쪽으로 간다.


66.
애인이 내 앞에서 짬뽕을 먹는다.
아름답다.
나는 지금 사발에 든 너의 똥을 본다.
너의 썩은 棺에서 송장 메뚜기들이 통통 점프한다.


219.
사자가 한 번 부르짖으니 여우의 머리골이 찢어지도다
《臨濟錄》, 六十四, 致明化

바퀴벌레야, 바퀴벌레야, 이리 나온!
죽여 줄게.

애인을 만나고 들어온 날 밤,
아내는 빈 껍데기뿐이다.

빚더미에 밀려서 전철이 달려간다.
市廳 앞에서 내려야 할 사람이 종착역에서까지 졸고 있다.

그대 가슴 속에 모셔진 神位,
그대가 부재하는 날을 위해 촛불이 흔들린다.

세상에, 네 마음이 다 내 마음 같다고 생각하는 놈들.
추종자들은 이용한 다음 처단할 것.

나는 너를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안하다.
그날이 오면 너는 나를 처형할 것이다.

글세, 그 씹새끼가 그러잖아.
그러니깐 내가 뭐래든. 상종하지도 말랬잖아!

매미는 3년간 캄캄한 땅 속에서 입에 흙을 부비고 살다가
여름 한 달 노래 부르다 죽는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저는 말할 것이 없습니다." 臨濟가 말했다.
"화살 한 촉이 벌써 西天을 지나가 버렸습니다."

혁명가를 보면 혁명가로 살고 싶고
호스티스를 보면 호스티스와 살고 싶다.

旋風機가 좌우로 돌고 있다.
무엇인가 부정하고 있다.

넌, 맨날 결심만 하고 사는구나.
해피 버스 데이 투 유, 해피 데스 데이 투 유.

그리움의 뒤편은 두려움이다.
너를 안 만날 걸 그랬어. 널 껴안으면 네가 없어.

나무에 靈魂이 있다고 생각한 뒤론 그 나무를 베어 버렸다.
잘린 목에 흰 물이 햇빛 아래 영롱하다.

네가 여기 저기 다니며 나를 비방할 때, 네가 나를 믿지 못할 사람이
라고
할 때, 나는 또 얼마나 더 살아야 하나.

네가 원하는 증거란 게 焚身을 뜻하는지.
이유는 변명하는 사람들에겐 군번 인식표와 같지. 목에 걸고 다녀.

나는 무당을 피해 다닌다. 지남철에 붙은 맨 마지막 못처럼.
이제 밖으로 나가야 할까봐. 너무 꾸물거렸어.

네온 싸인으로 만든,
붉은 십자가 위 피뢰침.
61.
태어나자마자, 나는
부끄러웠다.
깨복쟁이 때 동네 아줌마들이 내 고추를 따먹으면
두 눈을 꽉 닫아버렸다.
국어 시간이 젤 싫었다.
얼굴이 서뻘개지고 국어가 안 보였다.
여러 사람은 나의 공포였다.
처음으로 숭므을 실시한 사춘기 때부터
이 부끄러움은 약탈, 동성연애감정, 광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변성기 안 온 앞좌석 놈을 꼬여 입을 맞추고
다음날 그 놈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
미류나무 숲 소나기 속으로 뛰어갔고
내가 싫었다.
담배, 술, 또 수음, 자살계획, 폭행.
승려가 될까? 항해사가 될까? 직업군인이 되려고도 했다.
선생에게 대들었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도록
선생을 무서워했다.
스무 살, 나는 하늘만큼 커졌고 무지무지하게 방종해다.
나 이외는 아무도 없었다. 거만했고 안하무인이었다.
나보다 더 잘생기고 인생공부 많이 한 놈은
일보 앞으로 나와봐!
군대, 육군 쫄따구, 송충이 하나 둘 셋 넷, 나는
송충이만큼 작아졌고 무지무지하게 작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인칭이었다. 여러 사람 속에서,
나는 새빨갛게 부끄러웠다.
감옥엘 다녀와도 부끄러웠고,
이후, 나이드고 시인의 아들 달을 두고
지금까지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
살아가는 날들 앞에 두고, 전라도 말로,
무장무장 여럽다.


62.
이 부끄러움의 심층, 멘탈 스트락처를 모르고
나를 올ㄴ라타 제 살인지도 모르고 찍고 씹고 찌르는
머리가좀 모자라거나 둔한
괄호 속에 문학평론가라고는 꼭 써넣는 자를
나는 동정한다.
詩를 휴지 삼아 제 컴플렉스나 제 혐의점을 코 푸는 자도 이와 同.


63.
그는 얼마나 아플까.
아플까?
毒 화살촉처럼 뾰쪽 나온 내 혓바닥.
301.
나는 靑春이 싫다.
터지지 않은 化膿이 화끈화끈 애린다.
어서 늙고, 병 나아야지.

내 사타구니에서
덜렁덜렁 鍾치는 붉은 鍾樓,
때가 되었다고
운다.


500.
너만 있는 건 主體가 아냐. 나도 그래.
千年王國이야 벌집 속에 있지이.
우리도 種類로 있는 거 아냐?
아가리를 벌리고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정글을
유유히, 落点을 찍도 다니는 極樂鳥, 봐.
그 색채, 그 몸매, 그 모양새 배후에 누군가 있을거야.
그의 의지는 아닐 걸?
악어가 흙탕물을 튀기며 좋아하는 거 좀 봐.
너의 다섯 개밖에 안 되는 감각의 구멍으로 들여다봐.


289.
구반포 상가를 걸어가는 낙타
이수교에서 고속터미날로 가는 방향으로 오른쪽이 되는 구반포 상가
앞 버스 정류장으로 건거가기 위해 그녀는 건널목에 서 있다.
전화 박스 속에서 보았던, 赤信號에 걸린 거리, 오후 6시 반.
인간의 내장을 긁어내주는 屠殺場으로 가는 길이 어디에요?
어디냐니깐요? 운명의 전갈좌가 가리키는 곳 말에요?
이미 물렸어요. 번지는 독을 해독해주는 藥局이 건너편에 있나요?
魔法에서 풀려날 수 있는 방법은 환멸뿐인가요?
집 나올 때 문에다가 이미 못을 다 박어버렸어요.
아뇨, 네, 네, 아니라니간요. 주소는 잊어버렸대두요.
미국 가는 날짜 말인가요? 아직 두 달이나 남았는데요.
그녀는 그때야 그녀를 와강하게 가로 막고 있는 게 적신호만이 아니
었다는 걸 깨닫는다. 이쪽에서 저족으로, 그리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사
람들이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흰색의 횡단선을 넘어 정차해 있는
차들 앞을 그녀는 타박타박, 천천히 걸어서 건넜다. 청신호는 벌서 깜박
깜박 그것의 短命을 알렸다.
건넌다는 게 뭘까, 그녀는 생각했다. 이수교에서 고속터미날로 가는
그 길은, 검은 페이브먼트 때문이었을까, 자기의 棺을 타고 건너는 검은
강물 같았다.
반포 켄터키 치킨. 냉방완비.
모가지와 발목이 잘린 닭들이 꼬챙이에 꽂혀 전기구이통 속에서 실타
래처럼 뱅뱅 돌려지고 있는 것을 그녀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시체를 기름에 튀겨서 맛있게 뜯어먹는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잃
어버린, 황금 비늘로 덮인, 억센 발톱에 대해, 투쟁의 피흘리는 벼슬을
기념하기 위한 붉은 王冠에 대해, 새벽의 숲을 일깨우는, 황금 뿔로 된
부리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아냐, 그게 아냐, 그녀이 마음 속에 있는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먹이만 보면 일렬횡대로 꽥꽥 소리지르며 몰
려드는 양계장 폐닭들이었을 거야, 그녀는 생각했다. 치킨집 문이 열릴
때마다 양념으로 가린 닭살의 누린내가 문의 풀무질에 의해 밖으로 뿜
어져 나왔다. 하필이면 정류장이 치킨집 앞에 있을 게 뭐람, 그녀의 마
음속에 있는 이마에 칼자국같은 주름이 새겨졌다. 반바지차림을 한 중
년남자가 그의 가족을 데리고 치킨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그녀는 보았
다.
오늘 사냥은 위험함 것이었소, 여보.
이 놈의 눈깔은 어두운 데서 날 지켜보고 있었어. 보라구. 이 놈의 살
의의 이빨들. 하마터면 이 놈의 이빨이 나를 물고 그의 가족들의 으르
렁거리는 食慾 앞에 끌고 갔을 뻔했소. 그들이 지금 그런 것처럼.
내장을 긁어낸 도살장에서의 단란한 저녁 한 끼, 그녀는
육식의 가족을 경멸했다. 느끼한 것들은 참을 수가 없단 말야, 혐오감
이 그녀의 胃를 또 쓰리게 한다. 다치기 쉬운 밥통을 달고 날아 다니는
새.
위병을 앓고 있는 그녀에게, 김선생 요즘 밥통은 괜찮아요, 당돌한 그
남자는 말했었다. 모래가 가득 찬 밥통을 그녀는 달고 있다고 그녀는
지금 생각했다, 어떨지 몰라, 내장을 모두 도려내버리면. 내 영혼은 증
발할까?
먹을 필요를 떼내버리고 날아다니는새. 지평선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흙 묻은 날개깃. 양산리 들판을 지나가는 미군 폭격기의 그림자를 그녀
는 생각했다. 푸른 띠와 붉은 별들로 장식된, 순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한글 아크릴 간판을 단 '맥도널드 도우넛' 집을 그녀는
본다.후리후리한 서양 남자가 스매시를 멕이기 위해 라켓을 높이 쳐
들고 있는 마네킨을 쇼우 윈도우에 내놓은스포츠 용구 전문점 '월드컵'
을 그녀는
본다. 카페 '추억'과 레스토랑 '숲속의 빈터'를 그녀는
본다.
그녀는 어스름이 석회수의 침전처럼 내리고 있는 거리를 보았다.
동대문 야구장을 한바퀴 돌고 오는 289 버스가 붉은 '서울대'라고 쓰
인 終点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진흙으로 빚은 사람들을 가득 담고.
산나를 끼얹어도 안 탈 사람들을 가득 담고. 불구덩으로 들어가는 진흙
인형.
너 어디 가니? 미국! 미이이이이국!
거기나 네 터미날이니? 아냐, 터미날은 사람들이 떠나는 곳을 의미하
지 않니?
이수교에서 고속터미날로 가는 방향으로 오른쪽이 되는 반포치킨집
앞 버스 정류장에 그녀는 서 있었다. 그녀는, 버스 정류장 옆,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가래침을 배도록 되어 있는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 쓰레기통에 부착된, 이장호 감독, 안성
기 이보희 주연의, 철 지난 '무릎과 무릎 사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기쁨은 오로지 生殖器 근처에 있으며,
이 시대의 사랑은 오로지 癡情이야.
자기를 치근덕거리며 따라오는, 자기를 김선생이라고 부르는 그 당돌
한 남자가, 그녀는 지겨웠다.
뭐하러 그곳에는 가는거요, 회한을 늘리러? 지겨운 그 남자가 물었다.
아뇨.
그럼? 깨지러 가는거요? 그 지겨운 남자가 물었다.
아뇨, 깨질 것도 없는걸요.
남자가 말했다. 벼랑에까지만 동행해 주겠다고.
왜 가로막는 거에요? 비켜주세요!
남자는 말했다. 이건 개입이 아니라 동행이라고.
그녀는 정류장 이정표를 올려다보았다.
328951324번 : 武陵洞 무지개 아파트
29471325번 : 桃花洞 진달래 아파트.
그래,난 지금 전갈좌에게 가고 있는 중이야, 그녀는 속으로 말했다.
난 不老草를 캐러 가는 게 아냐, 너희에게 蘇生의 닭 피를 먹여줄 聖
杯를 찾ㅇ러 가는 것도 아니란 말야, 그녀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있지?
난 전갈좌의 독을 훔쳐와야 해, 독에서 깨어나는 순간 난 잠들거야,
그녀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 무릉동의 휘황한 무지개 기둥에 스며드는 물의 높이로 재는 시간
으로는, 몇 초쯤 지났을가? 그 도화동의 진달래 꽃잎 위에 소름처럼 돋
은 이슬방울에 저녁노을이 스치는 순간만큼 지났을까?
그녀는 타박타박,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타박타박.
그리고 타박타박, 자신의 등 뒤에서 따라오는 자신의 발소리를 그녀
는 들었다. 타박타박.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은 변명하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지, 타박
타박.
되돌아보면 돌소금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는두려움이 그녀로 하여
금 되돌아보게 했다.
어머, 너 언제부터 여기까지 따라왔니?
그녀의 등 뒤에는, 놀랍게도, 눈부신 금빛으로 도금된 낙타 한 마리가
꼴 먹으러 따라온 굶은 소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냐, 내 손에는 너와 연결된 고삐가 없다구.
낙타는 너무나 찬란해서 만져지지가 않았다. 너무 선명했기 때문에
낙타는 냄새도 소리도 가 닿을 수 없는, 다만 빛의 윤곽만을 가지고 있
었다. 그랬기 때문에 낙타는 영화 기법으로 말한다면 '오우버 랩' 수법
으로 차량들과 사람들과 가두 신문대와 버스 토큰 판매소 속을 그대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니지 천문대를 기준으로 하는 지상의 시간으로
피 엠 8 : 30을 가리키는, 구반포 상가 앞을 통과하는, 영등포 - 천호동
구간의 21번 버스가, 상계동 - 봉천동 구간의 303번 버스가, 신세계 백
화점 - 방배동 구간의 42번 좌석 버스가 막 낙타의 몸을 지나갔다.
신기해. 넌 어떻게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공간 속에 있을 수 있
니?
저 아파트 좀 봐. 사람들은 空中에까지도 私的 所有의 공간을 만들어
놓고 神聖不可侵의 가격을 매겨 논 거. 넌 다치게 하지도 무너뜨리지도
않고 지나가는구나.
그녀는 이제, 구반포 삼거리에서 강변에 이르는 길로 꺾어 들어갔다.
그 길은 어둑어둑했다. 수양버들 가로수 그림자 때문에. 그렇지만 수
은등 불빛을 받는 수양버들은 분수의 꼭대기 같앴다, 그녀는 생각했다.
낙타야, 목마른 낙타야, 너의 염통에는 순수한 의미의 물만 흐르고 있
게지? 먼 길을 온 너의 밥통엔 나처럼 모래만 가득하겠구나, 그녀는 생
각했다.
그녀는,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의 그늘진 등성이 같은 황금 낙타
의 등을 힐끗, 쳐다본다. 목욕탕에 게으르게 드러누운 여자의 알몸 같
애, 그녀는 생각했다. 내 몸에 가까이 오지 마랏. 내 영역에 발들여놓는
자의 발을 전갈이 물으리라. 그녀는 하악의 뼈가 드러나게 이를 악물었
다.
낙타, 넌 질량이 없어, 없어, 넌, 내장이, 넌 기쁨도 괴로움도 없어.
낙타, 넌 臨在할 뿐, 不在했어.
그녀는 지나온 길에 남긴 발자욱마다 자신의 핏자국을 남긴 것처럼
온몸에서 힘이 쑥 빠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어쩌면 그런 흔적으로써,
변명할 길 없는 나의 부재를 옹호하게 될지도 몰라, 그녀는 속으로 중
얼거렸다. 피곤하다, 그녀는 느꼈다. 그녀는 어둡고 후미진 곳을 먼 눈
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현기증을 뚫고 반포 주공 아파트 2단지 열 관
리소의 굴뚝이 높이 치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칼칼한 목구멍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보온의 下水口.
편히 잠들고 싶어하는 주민들의 男根崇拜 같애, 그녀는 생각했다.
그들에게 따뜻한 물의 행복감을 보내주는 복잡한 배관을 하체에 묻
은, 지금은 식어 있는 根,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에
서약하고 정관수술을 받고 입주한 그들의.
그녀는 수양버드나무에 기대었다. 한강 쪽에서 여름밤 강바람이 불어
왔고, 수양버들은 냇물에 머리를 감는 조선조 중엽의 여인네처럼 머리
를 풀었다.
사람들이 모래와 시멘트를 짓이겨서 집을 짓고 보도 블록을 깔고 검
은 역청으로 길을 덮기 전, 여기는 강물이 제 입으로 물어다 쌓아놓은
모래밭이었을거야, 그녀는 사라진 강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오한을 느꼈다, 갑자기, 나는 이제 서른 한 살이야, 그녀는 떨
었다.
서른 한 살, 작은 디 엔 에이 정보를 가진 벌레가 이렇게 다 커버렸
다니, 그녀는 떨렸다.
낙타야, 나의, 낙타야 어서 온. 나를 태워다오.
여기서부터 벼랑이야. 일생에 단 한 번만 건너는 것을 허용하는 강이
야.
희망이 우리를 건너게 할 거야. 希望이.

나이 : 서른 하나, 성별 : 여자, 직업 : 미상, 주소 : 미상인 한 '사람'
이 1986년 6월 19일 (목요일) 21시, 검은 강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17.
내가 먼저 待接받기를 바라진 않았어! 그러나
하루라도 싸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으니.
다시 이쪽을 바라보기 위해
나를 對岸으로 데려가려 하는
환장하는 내 바바리 돛폭.
만약 내가 없다면
이 강을 나는 건널 수 있으리.
나를 없애는 방법,
죽기 아니면 사랑하기 뿐!
사랑하니까
네 앞에서
나는 없다.
작두날 위에 나를 무주력으로 세우는
그 힘.


191.
표적
보이지, 꼬리치는 미끼?
속으면 너, 죽어.

먹이 속에 든 갈쿠리 : 밥상 위의 갈치 속에서 물음표(?)를 젖가락으
로 끄집어내다. 피묻은 실에 딸려나온 식욕.

중산층은 곧 배반할 거야. 혐오감은 곧 지나가.
쑬한 처녀막에 난 고속도로. 釜山은 진창이야.

실업 불황 강요하는 미일 자본 몰아내자!
침묵하는 자는 부역자다.

난 알았지, 네가 누군지.
내 혈관에서 '헌혈'이라는 이름으로, '혈맹'이라는 이름으로 採血하는
너.

우리 나라 똥구멍을 타고 흐르는 낙동강.
그리고 낙동강은 똥물이 되어 고요히 쓰시마 해협으로 흘러간다.

그는 하루에 일만 번 에어 드라이버 버튼을 누른다.
그들은 그를 가난해야 일을 하려 드는 족속이라고 부른다.

'초과 이윤'을 그들은 '자본의 연금술'이라 부르기도 하며,
자동화 사격장 표적처럼 불쑥불쑥 일어선다.

그러나 신분증 없이는 한 구간도 지나갈 수 없는 거리.
병정 개미들이 날개 달린 곤충의 목을 끊어 놓는다.

젊음이 죄야. 젊은 놈들은 모두 용의자야.
지하도에서 가는 길을 묻는 자에게 새占을 쳐주는 늙은 예언자.

불 꺼! 1309호 불 안 끌거야? 시발년아 불 안 끌래? 방위병이
가게 문짝을 발로 걷어찬다. 먹구름 밑 항공로를 긴 혀로 핥는 探照


어린 시절 참새집에 들이댄 후라쉬, 아 새들도 잠을 자는구나1
까만 작은 눈을 뜬 채 끌려 나오는 일가족.

그대들은 아버지 없는 세대, 후레자식들이다.
내가 아버지가 되다니.

내 좆으로부터 태어난 미래여, 덤벼라, 나에게!
우주선이 電送한 지구사진. 하염없이, 잎이 피고 눈 내린다. 사람들이
산다.

검은 라이방 안경을 쓴 朴正熙少將 강을 건넌다.
덴노이까 반자이! 도스께끼1 앞으로 갈수록 뒤로 '빠꾸'하는 수레바퀴
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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