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 정끝별
밥 하면 말문이 막히는
밥 하면 두 입술이 황급히 붙고 마는
밥 하면 순간 숨이 뚝 끊기는
밥들의 일촉즉발
밥들의 묵묵부답
아, 하고 벌린 입을 위아래로 쳐다보는
반쯤 남긴 밥사발의
저 무궁, 뜨겁다!
밥
(정끝별, ‘까마득한 날에’ 전문) 그는 <시인세계> 2012년 봄호에서 “밥은 슬프고 따뜻하고 존엄하고 비루하다.
밥이라는 주어는 어떤 술어든 다 수용할 수 있다. 그만큼 밥은 전체 또는 삶”이라고 말했다.
주말에는 빈 밥통에 새 밥을 채워넣을 생각이다. 고단했던 한 주를 마치고 밥의 포근함을 맞을 때다.
그 ‘슬프고 따뜻하고 존엄하고 비루한’ 존재를 맞을 시간이다. 뭐 밥이 잘될 가능성이 높진 않겠지만.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 ‘흰 책’ ‘삼천갑자 복사꽃’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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