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뉴스 時事

'태후' 유시진처럼... 요우커 4000명 삼계탕 파티

yellowday 2016. 5. 7. 09:14
  •                

입력 : 2016.05.07 03:00

[황금연휴 유커 15만명 서울 점령]

- 잠수교옆 달빛광장서 닭고기 뜯어
"유시진 대위가 끓여줬던 그것" 태양의 후예 콘서트까지 즐겨
자세히보기 CLICK

- 작년보다 中관광객 10% 증가
1인당 지출액도 331만원… 日관광객 107만원의 3배

안개 같은 가랑비가 흩날리던 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시민공원 잠수교 옆 달빛광장. 흰색 비옷과 주황색 단체 점퍼를 입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4000여명이 축구장 3개 면적인 2만㎡ 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들이 테이블 400개에 10명씩 앉자 스태프 400여명이 "샤오신 탕, 칭 만용(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맛있게 드세요)"이라 외치며 삼계탕 뚝배기를 나르기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육계협회가 중국 수출을 앞둔 삼계탕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중마이(中脈) 그룹 관광객이 가득 메운 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 전경. 이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뚝배기에 담겨 나온 삼계탕을 맛봤고, 만찬 후엔 드라마‘태양의 후예 OST 콘서트’를 관람했다. /김지호 기자
중국 중마이(中脈)그룹 직원 리진진(34)씨는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가 여자친구에게 끓여줬던 게 바로 이 삼계탕"이라며 닭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이날 45인승 버스 100대에 나눠 타고 온 4000명의 유커들은 난징(南京)에 본사를 둔 건강식품 업체인 중마이 그룹이 포상 휴가로 한국에 보낸 임직원들이다. 9일에도 추가로 4000명이 한국을 방문해 10일 저녁 삼계탕 파티를 가질 예정이다. 중마이 그룹 임직원들은 삼계탕과 캔맥주, 홍삼드링크 등으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송중기·송혜교가 주연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OST(드라마음악) 콘서트를 즐기고 오후 10시쯤 서울시내 16곳 호텔로 흩어졌다.

중국 중마이(中脈)그룹 단체 관광객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삼계탕 파티에 참가해 삼계탕과 음료를 즐기고 있다.
중국 중마이(中脈)그룹 단체 관광객들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삼계탕 파티에 참가해 삼계탕과 음료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어린이날부터 나흘 동안 이어진 이번 연휴 기간에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이태원 거리 등 주요 관광지는 온통 중국 관광객들 차지였다. 6일 오후 2시 서울 롯데면세점 소공점 9층의 화장품 매장은 중국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방에서 "둬사오첸(얼마예요)"이라는 중국말이 들렸다. 송혜교가 광고모델을 맡고 있는 한 화장품 매장 앞엔 송혜교가 드라마에서 사용한 립스틱 제품을 사려는 중국인 여성 20여명이 길게 줄을 섰다. 중국 저장성에서 온 류팅(23)씨는 "친구들이 모두 사다 달라고 해서 립스틱 5000위안(약 89만원)어치를 샀다"고 했다.

숫자로 보는 중마이 그룹 단체 한국 방문
이날 종일 비가 내렸지만, 서울 홍대 앞과 이태원엔 우산을 쓰고 골목 곳곳을 누비는 중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홍대 앞 한 화장품숍을 찾은 중국 대학생 안야(22)씨는 "스마트폰을 보고 일단 가게만 찾아가면 주인이나 종업원이 중국어를 잘해 무척 편하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백만성 홍보과장은 "전통적인 히트 상품인 드라마뿐 아니라 K패션, K푸드 등 한류 열풍이 생활속으로 침투하면서 중국인들이 찾는 관광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점심 식사를 하러 서울 명동에 나온 회사원 장모(29)씨는 "을지로와 명동 거리에 한국 사람은 안 보이고 중국말만 들려, 내가 중국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중국 3대 연휴인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2일)가 포함된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엿새 동안 한국을 찾은 중화권(중국·대만·홍콩) 입국자 수는 14만7000여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전인 작년 5월 초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관광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는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 29일~5월 8일)를 한국에서 보내려는 일본인 입국자(4만3000명)의 3.5배에 달했다.

중국 관광객은 숫자뿐 아니라 씀씀이도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서울시의 '2015 서울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 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331만원으로 2011년(260 만원)보다 70만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관광객 지출액은 1인당 190만원에서 107만원으로 80만원 줄었다. 한양대 관광학부 이연택 교수는 "유커들의 한국 방문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재방문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