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日帝 시대 京城도 '짝퉁 범람'으로 몸살

yellowday 2016. 4. 22. 05:50

입력 : 2016.04.15 23:32

'모던 씨크 명랑'

모던 씨크 명랑김명환 지음ㅣ문학동네ㅣ360쪽ㅣ1만6500원

황소 그림 한가운데에 남성용 구두 한 짝이 떡하니 그려져 있다. 경성 종로 어느 구둣방이 1923년 10월 7일 자 조선일보에
낸 광고다. 메시지는 뚜렷하다. 소가죽으로 만들어 '堅固無比(견고무비)하다'는 것.

조선일보 사료연구실장을 지낸 저자는 근대 풍속사를 향한 호기심으로 옛 신문을 훑다가 하단 광고면에서 뜻밖에 발랄했던
식민지 조선인들의 의식주와 성생활을 건져 올렸다. 이 책은 1920년 3월부터 총독부에 강제 폐간된 1940년 8월까지 발행된
신문 6000여 부를 1년여간 뒤져 대중의 사생활과 민낯을 추려낸 기록. 화학조미료는 그때도 꿀맛을 만드는 신의 한 수였고,
박가분·활명수 등 히트 상품마다 '짝퉁'이 등장하는 바람에 광고에선 저마다 자신이 '오리지나루'임을 강조했다. '명랑한데
좀 에로틱한 영화' 같은 문구는 솔직해서 더 웃음이 난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시간 여행'이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