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19 06:16
'다른 남자의 씨가 분명하다. 아내도 무심결에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버지는 피를 팔아 번 돈으로 키운 아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버리기는커녕 장남이 급성간염으로 쓰러지자 아버지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목숨을 걸고 피를 팔았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는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에서 국공내전과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이라는 현대사의 거센 물결 속에서 피를 팔아 가며 가족을 지킨 아버지 허삼관의 얘기를 풀어냈다. 장남 일락은 아내가 결혼 전에 잠시 만났던 남자의 아이가 분명한데도 허삼관은 끝까지 감싸 안았다.
바람을 피운 아내를 둔 남자를 두고 '오쟁이 졌다'고 한다. 영어에선 이런 남자를 뱁새가 뻐꾸기(cuckoo) 새끼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해서 'cuckold'라고 한다. 야생에선 심하면 한 둥지의 새끼 중 40%가 다른 둥지 수컷의 씨로 드러나기도 한다. 오쟁이 진 것도 울화통 터지는데 허삼관은 뱁새처럼 남의 씨까지 책임지고 산다. 그렇다면 인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허삼관이 있을까.
아내에게 속아서 남의 아이를 키운 남자 얘기는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 초서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지금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시대다. 법원에 친자(親子) 확인 소송을 낸 남자의 10~30%는 유전적으로 아이의 친부(親父)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 남자들이 분개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벨기에 루뱅대의 마르틴 라르무소 교수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트렌드'에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는 아이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리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그리고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통하는 법칙이었다.
중국 작가 위화(余華)는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에서 국공내전과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이라는 현대사의 거센 물결 속에서 피를 팔아 가며 가족을 지킨 아버지 허삼관의 얘기를 풀어냈다. 장남 일락은 아내가 결혼 전에 잠시 만났던 남자의 아이가 분명한데도 허삼관은 끝까지 감싸 안았다.
바람을 피운 아내를 둔 남자를 두고 '오쟁이 졌다'고 한다. 영어에선 이런 남자를 뱁새가 뻐꾸기(cuckoo) 새끼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해서 'cuckold'라고 한다. 야생에선 심하면 한 둥지의 새끼 중 40%가 다른 둥지 수컷의 씨로 드러나기도 한다. 오쟁이 진 것도 울화통 터지는데 허삼관은 뱁새처럼 남의 씨까지 책임지고 산다. 그렇다면 인간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허삼관이 있을까.
아내에게 속아서 남의 아이를 키운 남자 얘기는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 초서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다. 지금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시대다. 법원에 친자(親子) 확인 소송을 낸 남자의 10~30%는 유전적으로 아이의 친부(親父)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 남자들이 분개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벨기에 루뱅대의 마르틴 라르무소 교수 연구진은 이달 초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 트렌드'에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는 아이의 비율은 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리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그리고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통하는 법칙이었다.
남의 자식 키운 소설 속 허삼관
뻐꾸기알 대신 품은 뱁새 신세
인간계에선 1~2%가 親父 달라
父系 유전 Y염색체 통해 밝혀내
자연에서는 원래 一夫多妻 선호
性病 전파 막으려 一夫一妻 전환
일단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한 남자들은 아내의 부정을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정당한 표본 집단이 될 수 없다. 무작위로 선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친자 관계를 조사해 나온 결과여야 의미가 있다. 루뱅대 연구진은 출생 기록이 확실한 벨기에인을 대상으로 남성의 Y염색체를 해독했다. 남성을 결정짓는 Y염색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이어진다. 아버지와 아들의 Y염색체 유전자가 다른 경우는 인구의 1%가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럽 산업국가들은 물론, 아프리카의 농경사회인 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은 벨기에 서부 플랑드르 지역에서 프랑스식 성(姓)을 쓰는 남자들의 Y염색체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지역은 1500년대부터 프랑스인들이 이민을 왔다. 만약 과거에 오쟁이 진 남자가 흔했다면 500년도 넘게 지난 지금은 같은 성을 쓰더라도 유전자가 각양각색이어야 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오쟁이 진 남자는 있었지만 극소수였다는 뜻이다.
친부·친자 논란은 인간 사회가 자연계에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一夫一妻) 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간도 생물학적으로는 다른 동물들처럼 일부다처(一夫多妻)에 맞다. 남성의 몸집이 여성보다 크다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폭력성도 남성에서 두드러진다. 일부다처제 동물은 대부분 그렇다. 암컷보다 여린 수컷이 제 짝을 두고 한눈을 팔기는 어려운 일이다. Y염색체 유전자의 다양성이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보다 적은 것도 과거 인간 사회가 일부다처를 더 선호했다는 증거가 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다양성이 크다는 것은 우리 조상에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많았다는 말이다. 서구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 인간 사회의 80% 이상이 일부다처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벨기에 서부 플랑드르 지역에서 프랑스식 성(姓)을 쓰는 남자들의 Y염색체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지역은 1500년대부터 프랑스인들이 이민을 왔다. 만약 과거에 오쟁이 진 남자가 흔했다면 500년도 넘게 지난 지금은 같은 성을 쓰더라도 유전자가 각양각색이어야 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오쟁이 진 남자는 있었지만 극소수였다는 뜻이다.
친부·친자 논란은 인간 사회가 자연계에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一夫一妻) 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간도 생물학적으로는 다른 동물들처럼 일부다처(一夫多妻)에 맞다. 남성의 몸집이 여성보다 크다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이다. 폭력성도 남성에서 두드러진다. 일부다처제 동물은 대부분 그렇다. 암컷보다 여린 수컷이 제 짝을 두고 한눈을 팔기는 어려운 일이다. Y염색체 유전자의 다양성이 모계(母系)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보다 적은 것도 과거 인간 사회가 일부다처를 더 선호했다는 증거가 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다양성이 크다는 것은 우리 조상에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많았다는 말이다. 서구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기 전 인간 사회의 80% 이상이 일부다처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자연의 본성에 위배되는 일부일처제를 택해놓고는 짝을 의심하느라 속을 썩일까. 캐나다 워털루대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에 "인간 사회를 일부일처제로 이끈 것은 성병(性病)"이라는 도발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인구가 300명 이상인 대규모 사회가 일부다처 제도를 택할 경우 성병이 만연해 결국 인구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다처제를 하고도 성병에 견딜 수 있는 사회는 30명 이하의 소규모 사회였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면서 사회가 급격히 커졌다. 이런 사회에서 성병이 퍼지면 재앙이 될 수 있다. 결국 일부일처는 농경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말이다. 의심이라는 부작용을 감내하는 것이 일부다처로 가는 것보다 사회를 보존하는 데 유리하니 남자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허삼관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나. 조닷
'쉬어가는 亭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황의 파격적 권고문, "성관계·쾌락 추구는 하느님의 선물…" - '사랑의 기쁨'에 대한 교황의 권고 (0) | 2016.04.21 |
---|---|
"구마모토 지진, 아주 좋은 타이밍에 발생" 망언 뭇매 - 日 보수야당대표 (0) | 2016.04.20 |
줄어들고 늘어나고… (0) | 2016.04.07 |
슬픔을 빨리 극복하려면, 슬픈 음악에 푹 젖어라? (0) | 2016.03.31 |
'민들레 영토' 40주년 이해인 수녀 - "순수에 대한 동경, 채워주고 싶어요" (0) | 201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