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돛단배
한강 / 김 광 국
금강산 골짜기 늙은 소나무
솔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
바위에 떨어져 굴러 내려와
땅 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긴 어둠 지나가고 동녘이 밝아 올 때
가녀린 물 줄기로 다시 태어나
백제의 여울 되고 신라의 시냇물 되어
남쪽으로 서쪽으로 몇 천년을 흘러 왔다
아득한 옛날 우리의 할아버지가 고기 잡던 북한강
태백산 골짜기 바위 틈에서
솟아 오른 한 줄기 맑은 샘물
울창한 숲을 지나 고려의 냇물 되고
가파른 산을 돌아 조선의 강물 되었다
때로는 진양조로 논을 적시고
때로는 휘몰이로 들판을 지나
물속에 고기들 뛰놀게 하고
물가에 철새들 기르면서
북쪽으로 서쪽으로 몇천년을 흘러 왔다.
아득한 옛날 우리의 할머니가 머리 감던 남한강
해를 따라 달을 좇아 흘러온 두 강물
양수리에서 몸 섞어 소용돌이 치고
팔당호에서 한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더욱 깊고, 더욱 넓고, 더욱 푸른
한국의 큰 강이 되었다
배를 뛰우고 다리를 놓고 댐을 세우며
온 세계의 물과 섞인다
품 속에 고래를 기르면서 용의 마음 가다듬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눈과 비로 내리면서
온 세상 곳곳마다 한강의 얼굴 펼친다
누가 한강을 다스릴 수 있으랴
강물의 모습 눈여겨 보고
강물의 소리 귀담아 듣고
강물의 갈 길 뚫어 놓으면
한강은 우리의 땅 기름지게 하고
한강은 우리의 하늘 드높게 하리라.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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