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1 01:4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연 보니]
개발 과정 2년 거친 창작 뮤지컬… 기다림과 사무치는 情恨 노래해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차디찬 서정(抒情)이었다. 슬픔이 엷게 깃든 노래를 타고 흰 눈이 갈매나무 위로 펑펑 흩날리는 듯했다. 분명 나이가 들었을 여인은
차디찬 서정(抒情)이었다. 슬픔이 엷게 깃든 노래를 타고 흰 눈이 갈매나무 위로 펑펑 흩날리는 듯했다. 분명 나이가 들었을 여인은
젊은 시절의 고운 자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하얀 양복의 '모던 보이'와 무대 위에서 재회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백석(白石·1912~1996).
한국 문학사의 대표적 시인 중 한 사람인 백석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박해림 작, 오세혁 연출)가 지난 주말 첫선을 보였다. 지난 27~29일 서울 동빙고동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본격 공연에 앞서 여는 시연)을 가진 것. 백석의 시에서 제목을 딴 이 작품은 우란문화재단(이사장 최기원)의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인 '시야 스튜디오'의 올해 첫 작품이다.
2년에 걸쳐 개발된 이 뮤지컬은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子夜)의 사랑 이야기를 90분 동안 담담한 색조로 이어가는 3인극이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길상사를 시주하게 된 여주인공 자야는 50여년 전 잠시 함께 살다 만주로 떠난 옛 연인 백석을 환상 속에서 되살린다. 두 사람은 모호한 시공간 속에서 오랜 기다림과 사무치는 정한을 노래한다.
'여우난곬족'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같은 백석 시를 바탕으로 채한울이 작곡한 삽입곡들은 피아노 반주와 함께 몽환적이고 애절하면서도 온갖 감정을 정화하는 듯이 흘렀다. 지난해 희곡 '지상 최후의 농담'으로 주목받았던 신진 연출가 오세혁의 솜씨는 깔끔했다. 백석 역 이상이와 자야 역 정인지는 예스러운 평안도 말투 대사로 작품 분위기를 살렸다.
지난해 나온 이윤택 연극 '백석우화'에 이은 백석극(劇)의 수작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개선할 부분도 많았다. 과묵하고 고독한 스타일이었다고 알려진 백석이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등장하는 것은 인물 해석의 문제점을 드러냈고,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백석의 만주행(行)이 시대와 불화한 백석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제작사 측은 "관객 반응을 보고 이르면 올해 안에 정식 공연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닷
2년에 걸쳐 개발된 이 뮤지컬은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子夜)의 사랑 이야기를 90분 동안 담담한 색조로 이어가는 3인극이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길상사를 시주하게 된 여주인공 자야는 50여년 전 잠시 함께 살다 만주로 떠난 옛 연인 백석을 환상 속에서 되살린다. 두 사람은 모호한 시공간 속에서 오랜 기다림과 사무치는 정한을 노래한다.
'여우난곬족'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같은 백석 시를 바탕으로 채한울이 작곡한 삽입곡들은 피아노 반주와 함께 몽환적이고 애절하면서도 온갖 감정을 정화하는 듯이 흘렀다. 지난해 희곡 '지상 최후의 농담'으로 주목받았던 신진 연출가 오세혁의 솜씨는 깔끔했다. 백석 역 이상이와 자야 역 정인지는 예스러운 평안도 말투 대사로 작품 분위기를 살렸다.
지난해 나온 이윤택 연극 '백석우화'에 이은 백석극(劇)의 수작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개선할 부분도 많았다. 과묵하고 고독한 스타일이었다고 알려진 백석이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등장하는 것은 인물 해석의 문제점을 드러냈고,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백석의 만주행(行)이 시대와 불화한 백석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았다. 제작사 측은 "관객 반응을 보고 이르면 올해 안에 정식 공연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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