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연(鳶)에 관한 소고(小考)

yellowday 2016. 2. 12. 21:57





연(鳶)에 관한 소고(小考) - 늙은 홍당무

 

 

정월대보름

누님의 눈빛보다 밝은 달빛에 실어

한 해의 액을 막는답시고

저 산 너머 남촌에 연을 날려

요행히 나와 누님에게 닥칠 액은 막는다손 치더라도

 

그 연이

홀어미와 단둘이 사는 순이네 지붕에 떨어져

순이네가 나와 누님의 액까지 덮어쓰고

지붕이 폭삭 내려앉아 버리면

어쩌나, 이를 어쩌나

정말 어쩌나

 

혹여 순이네 지붕이 폭삭 내려앉지는 않더라도

지붕을 둥글게 감싸 안은 정월대보름달빛을

면도날처럼 시퍼렇게 세우면, 어쩌나

이를 어쩌나

정말 어쩌나

 


[후기]

 

 내가 초등학교 오륙학년 때의 일이니까, 오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정월대보름날 아버님께서 연을 만들어 그 연에 내 이름을 썼던가 봅니다. 그 연을 저녁쯤에 액막이로 날렸는데 남쪽으로 직선거리 사오 킬로미터쯤 되는 곳에 떨어졌나 봅니다. 정월대보름이 지나 학교에 갔더니 한 여학생이 일러 주기를 내 연이 자기 집 마당에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일을 그 당시도 그렇거니와 그동안 대수롭게 여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서울에 사는 불알동무의 전언에 의하면 내 연을 자기 집 마당에서 주웠던 그 옛날의 초등학생 계집애가 남편과의 불화로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새삼 오십여 년 전의 연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연이 액운의 단초가 되어 자살에까지 이르렀을 리가 없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죄의식의 싹이 돋는 것을 또한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에게 오는 액을 쫓았더니 그 액이 다른 사람에게 덮씌워져 그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액막이로서의 연날리기 풍속을 마냥 아름답다고는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 동창생 ‘순이’가 저 세상에서나마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연의 추락을 기피하다

 1566년 1월 15일 [명종실록]에 따르면 여염집 사람들이 멋대로 연을 날려 궁중에 많이 추락하게 된 것에 대해서 오부 관령을 추고(推考- 죄과를 추문하여 고찰함)하여 치죄(治罪- 가려내어 벌줌)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당시 풍속으로는 연이 추락한 집에는 그 해에 재앙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 명에 대해서 실록을 기록한 사관은 정월대보름에 연을 날리는 것은 오랜 풍속인데, 임금이 이를 의심하고 민간에 떠도는 말로 아동들의 놀이를 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평을 하기도 했다.

 1782년 1월 8일자 [일성록(日省錄)]에는 파수군(把守軍) 전우룡(田雨龍)이란 자가 몰래 종묘의 무너진 곳에 들어와 손에 종이 연을 가지고 도로 나가다가 잡힌 사건을 적고 있다. 사람들은 연이 민가에 추락하는 것을 피했다. 권필(權韠, 1569〜1612)이 쓴 [석주집(石州集)]에 등장하는 다음과 시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 우리 집의 모든 액운일랑 네가 가져가서, 인가에 떨어지지 말고 들판 나무에 걸려라.
   그러면 봄 하늘에 비바람이 칠 때에, 자연히 액운 소멸해 찾을 곳도 없어지리.”

 

                                                                           - 네이버 캐스트, 「연날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