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 나혜석 | 정규웅 지음 | 책이 있는 마을 | 336쪽 | 1만3000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삶을 재조명한 장편 소설이다.
지난달 나혜석 유족이 미공개 자화상을 포함한 작품 2점을 수원시에 기증해 다시 문화계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그녀의 불꽃 같은 삶을 형상화한 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지난 2003년 나혜석 기념사업회 청탁을 받아
'나혜석 평전-내 무덤에 꽃 한 송이 꽂아주오'를 펴낸 적이 있다.
나혜석은 1930년대 신여성으로 살면서 봉건적 가부장제에 맞서는 일탈과 저항의 신화를 일궜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냉대 속에 쓸쓸히 행려병자로 마감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격동적 삶을 차분하게 객관화하는 입장을 취했다.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의 두 시점으로
나혜석을 재조명하는 형식이다. 실제로 나혜석을 사랑했던 일본 화가 사토 야타가 소설의 과거 부분을 이끌어간다.
가상 인물로 등장하는 여성 화가 진연희가 오늘의 관점에서 나혜석을 재조명한다.
이 소설에 나타난 나혜석은 '남녀 차별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눈엔 너무 순수해서 무모하고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성일 뿐이다.
그녀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걸어갈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그녀의 삶은 예술가들이 앓는 '병든 낭만주의'의 전형이었다. 소설가 오정희는 책의 뒤표지에 쓴 추천사를 통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여성을 만났다. 22세기쯤에 만났어야 할 여인"이라고 밝혔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