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山 * Korea

신안… '천사의 섬'에선 '하얀 금'을 캔다

yellowday 2015. 11. 30. 07:53

입력 : 2015.11.30 04:18

[16] 도약 꿈꾸는 섬의 고장

전국 천일염의 69% 생산, 올해 첫 중국 수출 성사
주요 섬 잇는 다리 건설… 흑산도엔 공항 건설 추진
서울과 1시간 하늘길로 연결

바다가 해를 삼켜 노을을 토해낸다. 섬도 발갛게 타오른다. 소금밭 일구던 아낙도, 산도 모두 붉게 물든다. 뭍은 멀찍이 있다. 낮이면 손에 잡힐 듯 다가섰다가도 밤이 되면 아스라이 도망친다. 섬들끼리 서로 속삭인다.

전남 신안(新安)은 섬의 고장이다. 서해(西海)의 끝자락 점점이 떠 있는 1025개 섬이 신안군을 이룬다. 전국의 섬 3358개 가운데 31%가 신안에 있다. 섬이 곧 신안이고, 신안이 섬인 까닭이다. 신안은 바위섬 스물한 개를 제외한 1004개 섬을 지역 브랜드로 내세웠다. '천사의 섬 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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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한 아낙이 소금밭을 일구고 있다. 소금밭 너머 뒷산에도 붉은 노을이 드리웠다. 1025개 섬이 있는 신안은 전국 천일염의 69%를 생산한다. 드넓은 갯벌, 강렬한 햇볕, 그리고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소금을 만들어낸다. /신안군 제공

 

서울 면적(605㎢)의 절반 가까운 갯벌과 강렬한 햇볕, 지칠 줄 모르는 바람은 섬이 주는 선물이다. 전국 염전 4092㏊ 중 2631㏊(64.2%)가 신안에 있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69%(21만3000t·484억5700만원)를 신안이 책임진다. 신안은 특산품인 천일염,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신안 천일염의 진가(眞價)는 해외에서 알아준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신안군은 특산물인 천일염의 해외 진출을 위해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올 초 군청 내에 중국마케팅팀을 신설했다. 지난 5월 신안군은 베이징 다싱구(大興區)와 자매결연을 하고, 다싱구 한복판에 홍보관도 만들었다. 홍보관에 천일염은 물론 김, 함초 제품을 진열했다. 지난 10월 톈진(天津)항으로 들어간 신안 천일염 14t(3780만원)이 중국 세관을 통과했다.

신안 천일염의 중국 시장 진출 전망은 밝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연간 식염(食鹽) 소비량은 800만t에 달한다. 그러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양은 320만달러어치(2013년)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가 소금판매를 독점하는 전매(專賣) 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600년 전 춘추시대부터 소금의 국가전매제도를 유지해 온 나라다. 그런 중국이 이르면 내년 전매 제도를 폐지할 전망이다. 소득이 늘면서 갈수록 다양해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흑산도 명물 홍어 사진 

 

흑산도 명물 홍어

 

과거엔 뭍과 떨어진 섬뿐인 신안의 자연환경이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엔진이 되고 있다.

신안은 1986년부터 뭍과 섬, 사람이 사는 72개 섬 가운데 주요 섬을 섬끼리 연결하는 연도교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슬로시티(느리게 사는 마을)와 태평염전으로 유명한 증도는 이미 다리로 연결돼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2008년 6월 목포와 압해도를 잇는 압해대교(1.84㎞)가 놓였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새천년대교(7.26㎞)는 2018년 12월, 지도와 임자도를 잇는 임자대교는 2019년 12월 개통된다. 이렇게 되면 목포에서 시작해 압해, 암태, 자은, 팔금, 안좌도 등 천혜의 자연을 차량으로 이동하며 감상할 수 있다. 길이 12㎞, 너비 300m로 광활함을 뽐내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도 자동차로 무시로 오갈 수 있다. 고길호 신안 군수는 "배를 타지 않고도 신안의 섬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홍어의 고향' 흑산도에는 2020년 개항을 목표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1758~1816)의 유배지였던 절해고도(絶海孤島)가 서울·중국과 1시간 하늘길로 연결되는 것이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