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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향집 / 오늘의 일기 13'8/9 yellowday

yellowday 2015. 10. 18. 00:50

 

 

 

 

옛 고향집 / yellowday

 

 

내가 나고 자란 옛 고향집

아무도 살지 않는, 풀만 무성한

그래서 폐허가 된 옛 고향집

엄마 돌아 가시고

처음으로 찾아본 옛 고향집

 

육남매 웃음소리

지금도 들리는듯...

여름날 밤이면 앞마당에 멍석깔고

오리온 별자리가 새벽녘을 달리도록 꿈을 키우며

도란도란 애기꽃을 피웠었고

풀먹인 빨랫감이 밤이슬 맞기전에

손다리미에 숯불 피워

치맛자락 당겨드리면 어머닌 곱게도 다리셨지

 

여름날 우물가에 등목하던 맏이 남동생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 버렸고

만만해서 뭐든 부려먹던, 그래도 친구같던 첫째 여동생

그도 부름을 받고 천국으로 가고 없다.

 

육남매 낳아 키워 주신

부모님도 벌써 먼길 떠나셨고...

그래도 기와집이라곤 근동에서 우리집 한 채밖에 없었는데

우리가 나고 자란 터전이 이렇게 허무하게 이즈러졌단말인가

 

옛 영화는 어디로 가고

무성한 잡초만 옛집을 지키고 있었기에

무서워 들어가지도 못하고 대문이 있던 자리에 서서

물끄러미 들여다 보기만 하고 돌아온 심정

무어라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마을이라야 겨우 여섯 가구밖에 없는 산골이기에

들어와 살 사람도 없나보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버린

외숙모님 세 분만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당신들의 집을 뎅그머니 지키며 살고 계신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상전이 벽해되는 도시를 등지고

외갓댁으로 피란길에 올라

그냥 눌러 살게 된 연유로 지금의 옛 고향집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나도 나이 들어 고향집처럼 낡아가고

生의 졸업반에 들어섰기에

돌아보고싶은 마음에 찾아 갔지만

서글픈 마음만 눈가에서 이슬로 맴돈다.

 

13'8/9 오늘의 일기 yellow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