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
막내로 태어나 7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시고 큰형님 밑에서 자랐다고 하셨다.
심상소학교(일제 강점기)라고 하는 일본인이 세운 학교에 다니셨는데 한국 학생은 네명뿐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중 세분은 판검사로 재직하신다고...
그러나 아버지께선 큰형수님의 구박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소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본으로 밀항을 하셨다
(미운 일곱살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한 번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데 등 뒤에서 밀었다 한다.
발가락이 이상해서 여쭈어 보고서야 그 때 입은 화상때문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정직하고 올곧은 성품을 가지셨기에 일본에서 선박회사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을 부두에서 우연히 만나
양아들로 삼으시고는 중,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보내 주셨다 한다.
그 덕분으로 선장 면허까지 취득하시고 세계를 주름 잡으시다
마지막엔 대한해운공사(지금의 한진해운) 소속 상선을 타셨다.
* * *
부산에서 밤 여객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엔 새벽 2시쯤이면 충무항에 닿는다.
그 때쯤이면 저녁 먹은 배가 다 꺼지고 한참 출출할 시간이 된다.
아저씨들이 따뜻한 충무김밥을 갓 말아서 뱃전에 들고 올라온다.
쭈꾸미 무침. 납작하게 썬 무우김치가 온통 참기름 냄새로 진동을 한다.
주머니에 돈 있는 사람들은 사서 맛있게 허기를 채운다.
아버지께선 錢대에 돈이 가득 들어 있어도 그걸 선뜻 사 드시지 않았다고 하셨다.
집에서 기다리는 자식들 생각에... 후에 전해 들은 그 한마디로 지금의 나의 경제교육은 종결되었다.
나도 꼭 아버지를 닮았으니까...
내가 철이 들면서 이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유난히 나를 이뻐 하셨다.
가끔 집에 오시면 연년생인 남동생과 씨름을 시키기도 하셨고
무릎에 앉히시기도 하며 내가 원하는건 다 들어 주셨다.
호신용 유도책도 사다 주시며 동작을 익혀 놓으라' 하시고...
* * *
그 땐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라 명절이 돌아오면 멧쌀(제삿상에 올리는 메를 짓는 쌀)이 없는 집들이 더러 있었다
아버지께선 추석과 설엔 쌀 두어 가마니씩을 새로 찧어 다문 몇 됫박씩이라도 나누어 주시곤 하셨다
그러면서도 내가 고 3 졸업할 때까지 손목시계를 안 사 주셨다. 학생이 사치라고 하시며...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약간은 섭섭하기도 했었다.)
* * *
하늘나라에 계셔도 늘 나를 지켜 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땐 지혜를 주신다.
뒤숭한 큰딸이 못미더우신가 아니 지켜 주고싶으신가보다.
아버지의 베품 덕으로 이만큼이라도 살고 있지않나싶어 늘 감사하며!
아버지의 십분의 일이라도 따라 하고싶어도 실천이 잘 안 된다.
노력이 부족한 탓이리라!
아니 아마도 내가 욕심이 많아서일게다. 15'8/15 지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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