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내가 태어나 정말 잘 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되어
이젠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이런 생각을 글로 쓸 수도 있겠다싶어 기억나는대로 몇자 적어본다.
초등에서 중학까지 내리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며 자라온 단짝 친구가 있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위로 오빠 둘이 있었다.
오빠들은 서울로 부산으로 가까운 친척집에서 고학을 하다시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내 친구는 어머니와 고향에서 단둘이 어려운 가정을 꾸려가고 있었다.
송곳 꽂을 땅 한 뙈기도 없었기에 짚으로 새끼도 꼬아서 내다팔고 남의 집 품팔이도 하며...
우리 둘은 배가 고프면 우리집에 와서 같이 밥도 먹고 목욕도 같이 하고,
네꺼내꺼를 따지지 않고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었다.
그런데, 같이 고등학교 입학을 해야하는데 친구는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기에
(그 시절만 해도 딸내미들은 중학교만 나와도 시집가는데 큰 지장이 없던,
그래서 웬만히 사는 집에서도 고교진학은 안 시키던 시절이였다.)
그래도 나는 마음이 더없이 아팠다.
* * *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내가 무슨 철이 있어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일이라~
누구의 안내도 받지 않았는데 면사무소에 가서 '要 구호대상자' = 요즘 '기초수급 대상자'란 서류를 떼어다가
학교에 제출하고 입학금을 면제받아 나머지 등록금은 내가 중학때까지 꼬깃꼬깃 모아 두었던
거금 1만2천원을 학교에 내고 입학을 허가 받아 드디어 친구와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래도 우린 서로가 자존심이 상한다든지 생색을 낸다든지 하는건 추호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내색도 하지 않았었다.
졸업 후 친구는 고등학교 선생님과 결혼을 해 슬하에 자녀 셋을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일인지...
오래전 동창회서 만나 같은 건물(신문사)에서 마침 玉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옥목걸이를 두 개 사서는 하나를 말없이 내게 걸어 주는것이 아닌가
지금도 가끔씩 목걸이를 꺼내어 걸어보곤 한다.
말은 안했어도 친구의 고마워 하는 마음이 알알이 박혀 있는것 같아서!
옛기억이 떠 올라 적긴 했는데 내자랑 한것 같아 뒷맛이 어째 좀 떨떠름하긴하네.
15'8/5 지난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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