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 2015-04-14 16:58 | 수정일 : 2015-04-14 17:28
⊙ 중국 사서(史書)에 신라시대부터 흰옷 즐겨 입었다는 기록… 염색기술 발달 못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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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관아에서의 ‘원님 재판’ 모습. 몇몇 관리를 제외하면 모두가 흰옷 차림이다. |
우리 민족을 흔히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한다. 우리 선대가 흰옷을 입는 것을 좋아한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려와 조선시대 역사를 보면 과연 그것이 맞는 얘기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조정에서 흰옷을 입는 것을 금하려 노력한 기록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 세종·성종 때의 학자 서거정(徐居正)이 지은 《필원잡기(筆苑雜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고려 충렬왕(忠烈王) 원년에 태사국(太史局, 천문·기상·풍수지리를 담당하는 관청)에서 아뢰기를 “동방은 오행(五行) 가운데 목(木)의 위치여서 푸른 색깔을 숭상하여야 하며, 흰 것은 오행 중에 금(金)의 색깔인데 지금 나라 사람들이 흰 모시 옷으로 웃옷을 많이 입으니 이것은 목이 금에 눌리는 형상입니다. 흰색의 옷을 입는 걸 금할 것을 주청합니다” 하니 왕은 그 말을 좇았다.〉
신라 말기의 승려로 풍수지리에 능했던 도선국사(道詵國師)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겼다.
〈동방은 목(木)에 속한다. 그래서 푸른 것을 숭상하여야 한다. 그런데 흰 것을 숭상하니 마치 금이 목을 이기는 형국이니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도선국사는 《도선비기(道詵秘記)》로 유명하였다. 왕건이 고려 건국의 태조가 될 것이라 예언하였다 하여 고려시대 내내 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이 컸다. 앞에서 본 태사국의 건의도 도선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복색상소(服色尙素)
고구려 무용총 벽화. 흰옷이 아니라 채색옷을 입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
옛 중국 사람들은 “고려인들은 흰옷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고려인이 그랬다면 그 이전 신라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려는 신라의 습속을 많이 따랐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서(史書)인 《북사(北史)》와 《수서(隋書)》에도 신라인이 흰색 의복을 좋아한다는 기록이 있다. 다만 중국 사서에는 ‘백의’라는 표현 대신 ‘복색상소(服色尙素)’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옷 색깔이 항상 무색(素)이다”라는 뜻이다. ‘무색’은 곧 ‘흰색’을 의미한다.
신라는 뽕나무와 삼을 많이 심었다. 누에에서 얻은 실로 명주를, 삼에서 실을 뽑아 삼베를 생산하였다. 당시 신라에서는 염색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명주나 삼베의 원래 색상, 즉 흰색으로 옷을 해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염색기술이 발달했던 중국인들이 보기에 신라인들의 옷은 ‘소복(素服)’이었을 것이다. 명주와 삼베는 목면포(木綿布)처럼 흰색은 아니었다. 특히 삼베는 약간 누런 빛깔을 띠고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흰옷이나 담색 옷을 입은 군인들이 있었다. 이런 옷은 쉽게 때가 묻고 더러워졌다. 이 때문에 짙은 황색이나 회색, 검은색 등 색깔 있는 옷을 입도록 했다. 그때는 이미 신라시대에 비해 염색기술이 발달했던 것이다.
한반도에 무명 피륙이 등장하게 된 것은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文益漸)이 원(元)나라에 사신으로 가 목화씨를 가져오면서부터였다. 목면의 원단은 표백을 하지 않아도 명주와 삼베보다 하얀색을 띠었다. 여기서 백의(白衣)란 말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이전에는 중국 사서에서처럼 소복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고려 공민왕 때 우필흥(于必興)은 임금에게 이렇게 간언했다.
〈우리나라는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끝나는데 그 형세가 수근(水根)과 목간(木幹)의 땅으로 검은색을 부모로 하고 푸른색은 제 몸으로 하였으니 토(土)에 순응하면 번창하고 토를 반대로 하면 재난을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문무백관(文武百官)을 흑의청립(黑衣靑笠·검은 옷에 푸른 삿갓)으로 하게 하고 승려의 옷은 흑건대관(黑巾大冠·검은 두건과 머리에 쓰는 큰 관)으로 하며 여복(女服)은 검은 비단으로 몸에 걸치게 하고 산에는 소나무를 심어 무성하게 하며 모든 그릇은 놋쇠, 구리, 토기(土器)를 사용케 하여 풍토에 순응토록 하소서.〉
여기서 보이는 ‘수근’과 ‘목간’이라는 말은 ‘땅을 두고 말할 때 물은 뿌리가 되고 나무는 줄기가 된다’는 의미이다. 이하생략 w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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