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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발명의 어머니… 우엉서 '찍찍이', 민들레서 낙하산이 탄생

yellowday 2015. 3. 28. 16:02

입력 : 2015.03.28 03:00 | 수정 : 2015.03.28 03:43

선농일체(禪農一體)라고 정녕 텃밭은 나의 배움터다. 밭 흙을 뒤집으며 자갈을 골라내고 가랑잎도 주섬주섬 줍는다.

흙 알갱이를 알알이 조물조물 부숴 흙고물을 만든다.

그때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싸늘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은 필설로 다 못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베고 죽는다'고 했다.

씨알이나 새알이나 알이란 알은 죄다 둥글다. 저 작은 한 톨의 종자에 푸짐한 남새와 청청거목이 이미 들었다니 신비롭다.

"바보도 사과 속의 씨는 헤아리지만 한 개의 씨앗에 든 사과는 신만이 헤아릴 수 있다"는 서양 격언이 실감이 간다.


	민들레
/조선일보 DB

뿌리부터 내리는 종자가 싹을 틔우려면 물·산소·온도가 필수적 요소다. 씨앗이 적당한 온도에서 물을 흡수하면, 아밀라아제(amylase) 같은 효소가 떡잎이나 배젖의 고분자 영양분을 매우 간단한 포도당·아미노산·지방산 등으로 분해한다.

산소는 이것들을 산화시켜 발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내도록 한다. 그래서 콩과 콩나물, 보리와 엿기름의 영양소가 저마다 다른 것이다.

싹이 트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무르익은 종자도 금세 발아하지 않고 일정한 휴면기(休眠期)를 지내야 하니 이를 후숙(後熟)이라 한다. 그리고 생뚱맞게도 산불에 씨앗이 그을려야 발아하는 것이 있고, 동물이 먼저 섭취해 뱃속에서 소화 효소에 껍질이 녹은 뒤 배설된 다음에야 싹을 틔우는 것도 있다.

종자를 퍼뜨리는 방법도 식물에 따라 가지가지다. 괭이밥이나 봉선화는 스스로 터져서, 도깨비바늘과 도꼬마리는 딴 동물에 묻어서, 단풍나무는 팔랑개비로 날아서, 상추나 민들레는 갓털(冠毛·관모)로 바람에 날려 널리 흩어진다<사진>.

또 제비꽃 씨앗 같은 것에는 달콤한 지방산과 단백질 덩어리인 하얀 엘라이오솜(elaiosome)이 붙어 있다. 개미는 꽃씨를 제 집으로 물고 가 엘라이오솜만 똑 떼먹고 버린다. 번식에 개미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씨앗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낙하산은 민들레 씨앗이 바람 타고 나는 모습을, 헬리콥터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씨앗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을, 흔히'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velcro)는 우엉 씨앗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배움이 그렇듯 파종도 때가 있고, 흙의 썩힘과 곡식의 자람에서 기다림을 배운다. 가르침과 가꿈도 마냥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 결코 드잡이하고 닦달한다고 되지 않는다. 새싹 목을 억지로 잡아 뽑는다고 크지 않듯 말이다. w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