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0 11:36
2차대전의 참혹함을 알린 전쟁 영화들이 많았고 그 중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도 있었다.
흥행에 성공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도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 한 영화다. 그에 비해 언브로큰은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실제 삶의 이야기와 그가 겪은 전쟁의 이면-포로수용소의 참혹함-을 볼 수 있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영화의 내용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주인공 루이가 마라토너로 성공한 뒤 2차 대전에 참전해 45일간 표류하다가
일본군함에 발견되어 포로수용소에서 850일간 비참한 생활을 한다는 얘기다.
이 영화는 개봉 전 많은 뉴스를 제공했다. 특히, 일본 우익의 공격 대상이었다는 점이 나를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무엇때문에 일본 우익이
그것도 친미주의자일 것이 분명한 그들이 미국인을 소재로 하고 미국인이 만든 영화에 그렇게 맹렬히 반대하는지 궁금했다.
영화로 확인한 것은 역시 일본인들의 속성이다.
그들은 같은 2차대전의 패전국 독일과는 현저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아우슈비츠와 홀로코스트를 인정하고 오히려 기념관으로 만들어
후세들에게 보여주며 선조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독일과 정반대로 일본은 철처히 자신들의 선조들을
옹호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오늘 아침 뉴스에도 아베총리가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한 인터뷰가 나왔다. 내용은 1차 내각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은 것이 통한의 극치란 내용이다. 또 이어진 소식으로 저들의 교과서에 위안부, 침략 내용이 완전히 빠졌으며, 아베 내각의
우경화 정책에 영향을 입은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다.
어제 언브로큰을 볼 때만 하더라도 감상문따위는 쓰지 않으리란 생각이었는데 뉴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일본인에게 덜 당했으면 덜 당했지 더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은 자국민의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그림으로서
조용하면서도 은근하게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는 일본이 독도 관련 발언을 할 때나 혹은 오늘 아침 뉴스의 일본이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한 뉴스를 접할 때는 굉장히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이틀이 지나면 수면속으로 가라앉는 이른바 '냄비근성'을 보여줄 뿐 이런 조용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뉴욕 타임즈에 독도는 우리땅이란 광고를 내고 서울광장에서 일본 규탄 대회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하고 문화예술인은 언브로큰 같은 작품-일본의 실상을 전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그런 작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공모전 등을 기획해 감동적인 실화를 찾아내서 이른바
문화전쟁으로 일본을 세계 여론이라는 킬로틴 앞에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 민족은 참으면 이긴다. 진실은 나중에 승리한다는 맥없는 소리만 하다가 결국 앞장 서 권리를 주장하는 자들에게 당한 것이 아닌가.
예전에 법을 읽으며 좋은 구절을 하나 발견한 적 있다. "법은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다.
자신의 권리가 있으면서도 진실은 언젠가는 승리하겠지 하는 소극적이고 방만한 자세는 늘 외세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감독 데뷔작이자 흥행작이 되어버린 영화 언브로큰.
전쟁이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재치있는 대사로 커버하며 진실에 접근해간 구성이 돋보인다.
수작이다.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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