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2 11:38
경상남도 산청에는 담장이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하부에는 큼지막한 돌을 쌓고 그 위에 작은 돌과 진흙을
교대로 쌓아 만든 2미터 높이의 담장. 또 전형적인 농촌가옥들과 어우러지는 담장은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예부터 '등 따습고 배부른 마을'로 손꼽히며 세도가와 부농이 모여 살아 큰 고택이 즐비한 이곳! 바로 산청군 신등면에 위치한 '단계마을'이다.
![경상남도 산청 단계마을은 담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12/02/2014120201600_0.jpg)
▲ 경상남도 산청 단계마을은 담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단계마을의 처음 이미지는 일반적인 시골마을과 다름없다. 마을 중심에 큰길이 있고 옆으로 개천이 흐르는 풍경 말이다.
하지만 마을을 차근차근 둘러본다면 그 생각은 180도 달라진다.
이곳의 독특함은 먼저 마을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서부터 시작된다. 2층으로 구성된 경찰서는 건물 위로 2단으로 된
기와가 휘황찬란하게 쭉쭉 뻗어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을 초등학교 정문은 여느 서원에서나 볼법한 삼문(三門)으로 조성돼
삭비문(數飛門)이라는 현판을 걸고 있다. 삭비는 '새끼 새가 날갯짓을 배운다'를 말한다.
이외에도 마을 대부분 건물은 현대식이지만 지붕만큼은 전통 한옥양식을 품고 있다.
![파출소(위)와 단계초등학교 정문(아래)의 모습.](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12/02/2014120201600_1.jpg)
▲ 파출소(위)와 단계초등학교 정문(아래)의 모습.
무엇보다 마을의 자랑은 골목 따라 길게 이어진 담장이다. '단계마을 돌담길'로 불리는 이곳은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특히 이를 토대로 지난 2006년 6월 19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돌담길은 대한민국 등록문화재 제260호로 등재됐다.
담장이 길게 늘어서 있는 돌담길은 마치 미로에 발을 딛는 느낌을 들게 해준다. 담장의 높이가 2미터로 한국 평균신장(남자 : 175.26cm,
여자 162.56cm)보다 높다. 때문에 길과 벽, 담장보다 높은 건물들의 처마만 보인다.
이렇게 돌담길을 거닐다 보면 중간에 고택들을 마주하게 된다. 예닐곱 채의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쉬운 점은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돼 있다. 몇몇 고택에는 사람이 살아 관리는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폐허마냥 남아 있다.
고택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박씨고가다. 이곳은 조선 인조 8년(1630)에 지은 전통주택으로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가 ㄷ자형 평면구조를
보이는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전형적인 부농의 가옥형태를 띠고 있다.
![단계마을에 있는 고택들의 모습.](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12/02/2014120201600_2.jpg)
▲ 단계마을에 있는 고택들의 모습.
이런 고택 외에도 마을에는 새롭게 단장한 한옥도 있다. 바로 지난해 2월 개원해 한옥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율수원'이다. '스스로
덕을 닦는 집'이라는 뜻을 지진 율수원은 과거 순천 박씨 고헌고택이 있던 자리에 지역성을 반영해 새로 조성한 한옥스테이 시설이다.
특별히 이곳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의 품격과 현대적 실용성을 더한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수 한옥스테이'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참고로 율수원 탐방과 시설 이용을 위해서는 예약은 필수다.
![단계마을의 지역성을 반영해 조성한 한옥스테이 시설, 산청율수원의 모습.](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12/02/2014120201600_3.jpg)
▲ 단계마을의 지역성을 반영해 조성한 한옥스테이 시설, 산청율수원의 모습.
어느 여행지를 가든지 겉모습만을 보고 그 장소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단계마을도 마찬가지다. 겉모습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고즈넉한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골목골목 숨겨진 마을의 풍경을 만난다면 그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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