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21 04:41
식사쿠폰·서류 내는 일 없이 부모가 동사무소 신청하면 '끝'
아낀 예산으로 급식 質 유지
19일 낮 12시쯤 울산시 남구 동백초등학교 구내식당. 점심 급식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줄지어 섰다. 탕수육·미역줄기볶음·김치·무채국 등 반찬과 밥을 받아든 학생들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좀 더 주세요"라는 말들을 쏟아냈다. 900여명이 순서대로 식당에 들어왔지만, 별도의 식사쿠폰 등을 내는 학생은 없었다. 박금옥 영양교사는 "이 학생들 중엔 무상으로 밥을 먹는 애도 있고, 돈을 내는 애도 있지만 누가 내고 안 내는지 서로 모른다"고 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으로 전국이 들끓는 가운데, 울산시는 일부에게만 무상급식 하면서도 학생들 간 위화감이 생기지 않게 급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동백초등학교 학생들은 "그런 거 모르는데요"라고 했다. 친구들 중 누가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 지원을 받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이상욱 울산시 교육혁신도시담당관은 "누가 무상급식을 받는지 아무도 알 수 없도록 지원하고 있는 시스템 덕"이라 했다.
울산시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상급식 하는 방법은 이렇다. 울산의 무상급식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등을 포함해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570만원 미만인 가구 학생이다. 이 학생의 부모가 동사무소에 무상급식을 신청하면 동사무소가 해당 학교에 알려주고, 학교는 지역 교육지청에 해당 학생의 급식비를 신청해 받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 학생이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거나, 쿠폰을 받아 급식 때 내는 등의 절차가 전혀 없다.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 아닌 학생의 부모는 은행 계좌를 학교에 등록하고 계좌에서 자동으로 급식비가 학교 측으로 이체되도록 해야 한다. 급식비를 내는 학생들도 급식비 제출 과정에 전혀 끼어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울산시에서 이렇게 맞춤형 무상급식이 이뤄지는 학교는 전체 236개 초·중·고교 가운데 농어촌 지역 학교 등을 제외한 149곳이다. 농어촌 지역 등을 포함한 울산시 전체 초·중·고교생 15만7000여명 중 36%가량인 6만7000여명만 무상급식 지원 대상이다. 전국 평균 69%의 절반 수준으로, 가장 낮다. 울산시와 구·군 등 지자체가 부담하는 무상급식 예산도 올해 60억원으로 규모가 작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평균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가장 적다. 이상욱 담당관은 "잘사는 계층 학생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할 경우 어려운 계층에 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고 결국 급식 질도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울산은 이런 방식의 맞춤형 무상급식 덕에 아낀 예산을 급식 질을 높이는 데 사용하고 있다. 2012년 30억원이던 친환경 학교급식 식품 구입 예산이 2013년 36억원, 올해 48억원으로 늘었다. 울산은 내년 무상급식 관련 예산도 별도 증액 없이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을 정도로 재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획일적 무상급식 비용을 부담하느라 신규 교원 임용과 명퇴 희망교원의 퇴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교육여건 개선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무차별적 복지가 남용될 경우 필연적으로 재정 파탄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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