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에 덮인 진안 마이산(馬耳山)
무주·진안·장수 세 땅을 합쳐서 무진장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전라북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전북 동북쪽 산악지대다. 명절날 서울에서 한번 내려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리던 곳이다. 지금은 길이 과할 정도로 좋아져서 진안까지 세 시간이면 닿는다. 마이산(馬耳山)은 진안에 있다. 말 귀를 닮았다고 마이산이라 한다.수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 탑사에는 태풍에도 거뜬한 천탑(千塔)이 있고, 탑사 마당에는 대야에 떠놓은 정화수에서 고드름이 솟구치는, 이래저래 신비한 곳이다. 가을이 되면 헐벗다시피 한 두 바위 봉우리에 물든 단풍이 예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마이산에서 가까운 부귀산에서 마이산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고 사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 운해(雲海) 위로 섬처럼 솟아 있는 두 봉우리와 주변 산줄기를 한꺼번에 구경하기 위해 부귀산을 오른다. 마이산 자체는 그다음이다. 마이산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포인트로 소문이 나면서 진안군에서는 촬영 포인트에 전망대를 설치하고 등산로 초입에 철계단을 놓고 있다. 완공은 다음 주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후사동'과 '두남리' 두 군데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내비게이션에 '매내미재'를 치면 후사동 코스가 나온다. 매내미재 이후로는 길이 말도 못하게 가파르다. 후사동삼거리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 뒤 마을을 지나면 임도가 나오고, 문득 고개가 시작된다. 이쯤에 차를 대놓고 걷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교행도 불가능하고, 전망대 아래에는 주차 공간도 좁다. 거리는 마을에서 대략 4㎞ 정도다. 반대편 두남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를 돌릴 수 없으니, 하산은 진행 방향으로 하면 된다.
이른 아침 부귀산 산행을 마친 다음에 죽도에도 가보고, 메타세쿼이아길도 걸어본다. 섬 아닌 강변 섬마을 죽도에 가면 1970년대에 인공폭포를 만들다 만, 토막 난 절벽을 볼 수 있다. 단골 영화 촬영지다. 메타세쿼이아길 또한 호젓하고 낭만적인 여행지다. 산행, 촬영, 나들이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할 수 있는 코스다.
1. 추천 숙소 남원 호텔마음. 마이산에서 한 시간 거리, 광한루 건너편 모텔촌. 객실도 깔끔하고 주변 야경도 훌륭. 4만원부터. (063)631-9999
2. 추천 맛집 배넘실마을 산들엄니식당.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한 농가 맛집. 자체 수확한 산야초 효소와 산채로 만든 정식 및 칼국수, 비빔밥. '와 맛있다'보다는 '건강에 좋겠다'는 평. 하루 전 예약 필수. 마을 황토방 펜션도 알선. 정식 2만원, 비빔밥 1만원. (063)432-1566, (011)9446-9892. 상전면 월포리 금지2길 4-3
3. 놓치면 후회할 주변 명소 2군데(괄호 안은 내비게이션 검색어·별표=5개 만점) ①죽도(죽도마을/장전마을·★★★): 조선조 학자 정여립이 즐겨 찾던 곳. 반역자로 몰려 죽게 되자 이 섬 아닌 섬마을에서 자결했다는 전설. 장전마을 쪽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②메타세쿼이아길(모래재휴게소·★★★★★): 담양 메타세쿼이아길만큼 낭만적인 공간. 역시 촬영 명소로 소문나 공원 공사중. ③홍삼스파(진안 홍삼스파·★★★): 진안 특산인 홍삼을 이용한 스파. 숙박 겸. www.redginsengspa.kr 마이산 옆. 조선트레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