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한국 우표 발행 130주년 기획] 우리가 몰랐던 우표

yellowday 2014. 8. 10. 18:14

2014.08.06 16:05

 

조그만 종잇조각이 편지 배달부로… 우표 이야기 들어볼래?

올해는 우리나라에 '우표'가 등장한 지 130주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우정사업본부는 오늘(7일)부터 12일까지 코엑스(서울 삼성동)에서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를 연다. 우편 요금을 냈다는 증표의 기능을 넘어, 문화유산이자 예술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우표'. 이 '조그만 네모'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우편 요금, 편하게 낼 순 없을까…' 로랜드 힐, 우표를 만들다

>> 1840년 5월, 영국서 세계 첫 우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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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니 우표(왼쪽), 2펜스 우표.

우표는 지금으로부터 174년 전인 1840년 영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물론 이전에도 우편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우편의 무게, 우편물이 가는 거리, 편지의 장수에 따라 받는 사람이 요금을 지불하는 등 요금 체계가 복잡했다. 우체부는 편지를 전해줄 때마다 일일이 편지 장수를 센 뒤 그 자리에서 요금을 계산했다. 편지 받는 사람이 돈이 없어서 "나중에 다시 와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불편한 우편 제도를 개혁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영국의 교육자이자 세금 개혁가인 로랜드 힐(1795~1879년·오른쪽 위)이다. 그는 1836년 발신자가 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여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의 우편 제도 개혁안을 내놨다. 로랜드 힐의 아이디어는 1839년 빅토리아 여왕의 허가를 받아 1840년부터 시행됐다.

편지에 우표를 붙이자는 안이 확정되자 영국 정부는 우표 디자인을 공모했다. 총 2600건이 접수됐지만 모두 불합격했다. 로랜드 힐은 직접 우표 디자인에 나섰고,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담긴 기념 메달을 모델로 디자인을 완성했다. 1840년 5월 6일 마침내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이 새겨진 세계 최초의 우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페니짜리 흑색 우표와 2펜스짜리 청색 우표 두 종류였다.

우표 주인공, 독도도 있고 뽀로로·라바도 있어요

>> '문위우표'부터 '뽀로로 우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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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위우표(1884년) 2 독도우표(1954년) 3 뽀로로 우표(2011년)

영국에 로랜드 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홍영식(1855~1884년)이 있다. 그는 1884년 4월 22일 우리나라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을 세워 신식 우편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발행된 게 바로 '문위우표'다. 당시 통용되던 화폐의 단위가 '문(文)'이라 훗날 수집가들에 의해 이렇게 불렸다.

우편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의 명칭은 이후 수차례 바뀌었고, 1949년 '우편국'이 '우체국'으로 개칭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발행되는 우표들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진화했다. 1954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도우표'가 발행됐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개최를 기리는 우표가 나왔다. 1996년 무궁화위성 발사 성공 기념 우표,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 우표 등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다양한 우표들도 잇따라 발행됐다.

최근 들어서는 디자인 중심의 캐릭터 우표들이 강세다. 2011년 발매된 '뽀로로 우표'는 작품의 유명세에 힘입어 한 달 만에 400만 매가 팔렸다. 뿌까와 친구들(2012년), 로보카폴리(2013년)에 이어 올해는 '라바' 우표가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모양 뒤집혀서, 잘못 인쇄된 색상 때문에… 몸값 수십억원까지

>> 한 장에 '수십억원' 희귀 우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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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집힌 제니. 2 브리티시 가이아나 2센트. 3 세계에서 가장 비싼 '1센트 마젠타'.
이번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에서는 100여 개국 700여점의 귀한 우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우표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희소성'. 세상에 단 몇 장 남은 우표들은 경매에서 수십억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뒤집힌 제니'다. 1918년 미국에서 발행된 이 우표는 제작 과정상의 실수로 우표 속의 비행기 '커티스 제니'가 뒤집혀 인쇄됐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두 가지 색을 사용해 제작된 '뒤집힌 제니' 우표는 현재 전 세계에 100장 존재하며, 예상가는 한 장에 약 10억원이다.

색깔이 잘못 나와 몸값이 올라간 경우도 있다. 1852년 영국 식민지 가이아나(현 가이아나 공화국)에서 인쇄된 '브리티시 가이아나 2센트'는 애초에 장미색으로 계획됐지만 파란색으로 잘못 인쇄됐다. 26장 남아 있는 이 우표의 예상가 역시 10억원. 이 밖에 중국 최초로 발행된 '캔더린 라지 드래곤' 우표가 9장이나 붙은 봉투(약 17억원), 우리나라 '정부수립 기념 우표'(1000만원) 등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볼 수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1센트 마젠타'다. 1856년 가이아나에서 발행된 붉은색 우표로 딱 한 장만 남아 있다. 이 우표는 1873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12세 소년이 찾아냈다. 봉투에서 우표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한쪽 귀가 찢겨나가자 소년은 나머지 세 귀퉁이를 모두 잘라버렸고 우표는 팔각형 모양이 됐다고 한다. 지난 6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9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7억원에 낙찰됐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