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7.08 03:02
[광주시립미술관 '변종곤-되돌리다'展]
장발 단속 싫어 떠난 뉴욕서 버려진 물건 활용한 작품 활동 펼쳐
'신용카드 들고 있는 모나리자' 등 익살·독설 공존하는 현대판 풍자畵
"서울서 오시느라 힘들었죠? 이리 와 봐. 내가 하나씩 다 설명해줄게."
창의력 공작소 같은 전시장에서 부스스한 파마머리 화가가 잡아끌었다. 푸른 템페라(물감의 일종)를 칠한 첼로와 비행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고, 벽에는 장난기 가득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신용카드를 들고 있는 모나리자, 수퍼맨 복장의 예수, 꾀죄죄한 한복을 입은 바비인형…. "전시가 정말 재밌다"고 인사하자, 그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 작품은 재밌어야지! 나는 내 작업이 재밌어서 못 견디겠거든."
창의력 공작소 같은 전시장에서 부스스한 파마머리 화가가 잡아끌었다. 푸른 템페라(물감의 일종)를 칠한 첼로와 비행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고, 벽에는 장난기 가득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신용카드를 들고 있는 모나리자, 수퍼맨 복장의 예수, 꾀죄죄한 한복을 입은 바비인형…. "전시가 정말 재밌다"고 인사하자, 그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에요. 작품은 재밌어야지! 나는 내 작업이 재밌어서 못 견디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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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 사막을 여행할 때 만난 인디언들을 그린 ‘굿모닝 아메리카’(2009). 흑백 가족사진 같은 인디언 부족 한가운데서 샤넬 향수만 빛나고 있다. 샤넬 회장이 이 그림을 구입하겠다고 뉴욕 스튜디오까지 찾아왔으나 단칼에 “노(No)” 했다고 한다. “왜냐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니까.”/김영근 기자
대구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때 이미 개인전을 열었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대구 대건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면서도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다. 1978년 철수한 미군 비행장을 그린 사실주의적 회화로 제1회 동아미술상 대상을 받은 그는 1981년 미국 뉴욕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당시 독재정권이 민감한 그림은 그리지 말라고 계속 압력을 넣었고, 장발 단속을 한 게 결정적 이유였다. 내 머리를 정부가 관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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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두(佛頭)에 인체 해부도 같은 몸통을 결합한 ‘부처’(1999). 작가는 “우리는 늘 종교에 해답을 구하지만, 실은 옆집 아저씨(인간)에게서 더 빨리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전시장엔 번득이는 작품이 넘쳐난다. 한국의 관상 부위도(部位圖)에 우주복을 입힌 그림 설명은 이렇다. "한국 올 때마다 헌책방에 가는데 1960년대 잡지에 이런 이미지가 많아요. 관상은 미신도 아니고 통계학이잖아. 통계는 미래와 연결되는 학문이니까 최첨단 우주복과 붙여봤지요. 어떤 문화 충돌이 일어나는지. 그런데 충돌은커녕 자연스럽게 연결되잖아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창의적으로 결합하는 그의 작품을 두고 미술평론가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는 "익살과 독설이 공존하는 현대판 풍자화"라고 평한다. 변씨는 종교와 인간의 실존, 현대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작업으로 뉴욕은 물론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3년 전엔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 마리 로지에가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찍어서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상영했다. 그는 "모마에서 동양 작가의 다큐가 상영된 건 처음이라 일대 사건이었다"고 했다.
작가는 "33년 전 도망치듯 떠난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라며 "얼마 전 서울 갔다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이 이렇게 문화에 관대해졌구나" 했다. 지금도 그는 작품이 팔릴 때마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물건을 수집한다. 현지에서 경험한 문화적 충돌이 합쳐지며 상상을 유발한다고 했다. "갓 마흔 넘은 작가가 시골 가서 자연을 벗한다며 폼 잡고 있는 걸 보면 웃겨요. 예술가는 나이 들수록 도심으로 들어가야 해. 온통 자극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오는 27일까지. (062)613-7141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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