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화려한 안무 돋보이지만 각 장면 따로 놀아

yellowday 2014. 7. 8. 16:54

입력 : 2014.07.07 03:02 / 수정 : 2014.07.07 11:47

인스부르크 발레단, 강수진의 '나비부인'

게이샤 초초상이 긴 일본도(日本刀)를 꺼내 휘두르더니 자신의 배를 휙 긋는다. 붉은 피가 무대에 흩뿌려지고, 쓰러진 여주인공 위로 사쿠라(벚꽃) 꽃잎이 수북이 떨어진다…. 지난 4~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 '나비부인'의 국내 초연은 감각적이고 비장미(悲壯美) 넘치는 장면으로 끝났다. 국립발레단장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발레리나 강수진이 주연을 맡아 화제를 낳았던 이 공연은 거의 빈 좌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만 47세인 강수진의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2막의 두 번째 장면,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느 갠 날'이 흐르는 가운데 추는 독무(獨舞)는 대단했다. 나비처럼 사뿐히 무대 위에 내려앉다가도 소프라노의 고음과 함께 격정적으로 도약하는 몸짓 하나하나에, 고독과 절망에서 환희와 희망으로 바뀌는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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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일본도로 자결하는 강수진 주연 발레‘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 /크레디아 제공
하지만 이 작품을 과연 '새로운 걸작'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데 이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강수진의 춤은 '카멜리아 레이디' 등 기존 강수진 작품의 자기 복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초연 때 유럽 관객들을 홀렸던 작품의 '새로운' 요소라면 사실상 일본색(日本色)이었다. 기모노를 입은 여성 무용수들이 굽 높은 게다(일본 나막신)를 신고 탭댄스 같은 군무(群舞)를 추는가 하면, 작품 내내 일본 전통 북인 다이코(太鼓) 반주가 귀청을 울렸다. 동양 문화를 어설프게 이해한 안무가가 일본 문화 중에서 자극적인 요소만 골라 난삽하게 섞은 느낌이었다.

작품은 장르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웠다.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이 흐르는 고전 발레가 나오는가 하면, 모던 발레, 일본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이 접목된 부토(舞踏), 심지어 1930년대 빅 밴드 재즈 '싱싱싱'과 스윙 댄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마치 갈라 쇼를 보는 듯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삐걱거렸다. 한마디로, 작품의 완성도에 의문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