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주머니 든든한 다마(大모)부인 한국 여행·옷·화장품에 큰돈 쓴다

yellowday 2014. 6. 27. 16:05

입력 : 2014.06.27 06:00 / 수정 : 2014.06.27 11:03

수혜 업종·주식 분석

중국 상하이에는 ‘갑자기 불이 나는 것은 안 무서워도, 넘어지는 것은 무섭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넘어져 바지가 더러워지는, 이른바 ‘체면 문화’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에 의문부호가 켜지면서 소비심리는 다소 위축됐지만 ‘체면을 중시한다’는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까지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성향은 소비지향적인 다마부인 사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돈이 생기면 저축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중국인은 소득이 커질수록 다양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다마부인의 증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우리 기업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다마부인의 소비 증가로 수혜 받을 주식 종목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친환경·고령화 관련 업종과,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이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한 중년여성이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캠페인에 참가해 자원봉사자로부터 화장을 받고 있다.
중국의 한 중년여성이 아모레퍼시픽의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캠페인에 참가해 자원봉사자로부터 화장을 받고 있다.
전기밥솥, 중국 중산층 필수구입 품목

가령 삼익악기의 경우 중산층 부상의 수혜를 톡톡히 받는 종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4월 펴낸 ‘중국 피아노 시장 성장의 앞길은 탄탄대로’라는 증시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소득수준과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중국 피아노시장은 연평균 14%씩 성장하고 있지만 도시민의 피아노 보급률은 2.65%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민하 연구원은 “지난 2008년 인수한 독일브랜드 ‘자일러’는 유럽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중산층 수요와 맞물리면서 삼익악기의 대(對)중국 시장 매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향후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 필수 구입 품목으로 꼽히는 전기밥솥 ‘쿠첸’을 생산하는 리홈쿠첸은 연초보다 주가(5월16일 종가 기준)가 84.7%나 뛰었다. 리홈쿠첸의 전기밥솥은 지난 5월 초 노동절을 전후한 중국 황금연휴 기간 동안 국내 면세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이소라 리홈쿠첸 마케팅팀 대리는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올해는 중국 내 100만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화장품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기업 코스맥스도 중국 내 수요 증가로 인한 수혜주를 꼽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업종이다. 코스맥스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한 853억원을 기록했다. 기대치보다는 낮았지만 중국법인 매출이 같은 기간 32.2%나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로레알 등 유럽 화장품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코스맥스는 체면을 중시하는 다마부인의 소비 증가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다. 동종업체인 한국콜마 역시 대체로 전망은 비슷하다.

	주머니 든든한 다마부인 한국 여행·옷·화장품에 큰돈 쓴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한국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브랜드파워가 커지고 있는 종목이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저가라인인 마몽드 브랜드를 축소하고 상위 브랜드인 라네즈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백찬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17일 발표한 테마보고서 ‘중국 소비지왕(消費之王) 한국 따라잡기’에서 “도시화 진행과정에서 도시민의 소득 증대는 한국 기업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아모레퍼시픽”이라고 예상했다.

코웨이는 OEM 사업과 친환경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다마부인 수혜주로 분류된다. 코웨이의 지난해 중국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2년보다 두 배 늘어난 125만대였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내 대기오염 문제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4000억원이었던 중국 공기청정기 시장은 오는 2017년 5조원대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 연구원은 그러면서 “친환경에 눈을 뜨기 시작한 다마부인이 하나둘씩 구매하기 시작한다면 세계적 가전 메이커 필립스와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코웨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업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콘텐츠와 건강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홍매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다마부인이 금과 주택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다소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갖고 있다”면서 “주거안정이라는 일차적 목표가 달성됐다면 그 다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녀교육과 가족의 건강”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여행, 호텔 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지난해 중국관광협회가 발표한 중국 해외여행객 수는 9800만명으로, 2009년 4800만명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난 다마부인 등 중국 중산층 사이에 유행처럼 빠르게 퍼지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여행 시 받을 불이익을 막기 위해 관련 비용을 정상화시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여유법(旅遊法)’을 도입할 때만 해도 국내 여행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430만명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행업계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으로의 여행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요 숙박업소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면세점 사업을 함께 하는 호텔신라는 숙박과 유통 등 두 가지 사업에 모두 청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중국인 관광객들은 1인당 평균 150달러를 써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돈을 한국에서 사용했다.

자녀교육과 건강식품에 돈 펑펑 써

아울러 중국 중산층 사이에 먹거리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식투자에서 주목받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먹거리에 민감한 중국 여성들은 자국 것보다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관련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이 작성한 ‘2014년 중국을 움직이는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중국은 2013년부터 유기농, 건강을 콘셉트로 내세운 신선식품 거래가 매우 활발한 모습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상하이무역관 김명신 차장은 “톈마오, 이하오뎬 등 유명 온라인 쇼핑몰마다 아예 신선식품 전문 코너를 따로 마련할 정도며 유명 택배업체들도 지난해 5월부터 관련 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도시 외곽 지역에 땅을 빌려 자체적으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오리온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아울러 프리미엄식품 공급에 주력하고 있는 풀무원 등도 주목받는다.


/ 이코노미 조선
  송창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