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6.27 03:01
'미술관에 간 붓다' 쓴 명법 스님
경북 청도 운문사 대웅전엔 '악착보살'이란 조형물이 있다. 대웅전 천장 밑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무 조각상이다. 사연은 이렇다. 극락정토로 향하는 반야용선이 출발할 때 한발 늦은 보살에게 사공이 밧줄을 던져줬다. 항해 내내 보살은 '악착같이' 매달려 끝끝내 정토에 닿았다. 생사가 갈리는 상황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최근 발간된 '미술관에 간 붓다'(나무를 심는 사람들)는 이렇듯 일반인들이 사찰에서 목격하게 되는 다양한 미술적 상징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준다. 저자는 비구니 명법(明法) 스님. 서울대 불문과 82학번인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1994년 해인사로 출가, 운문사 승가대학 4년을 마치고 다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6일 만난 그는 "참선수행을 하고 싶어 출가했는데 계속 문자(文字)를 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도 만행이고 수행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최근 발간된 '미술관에 간 붓다'(나무를 심는 사람들)는 이렇듯 일반인들이 사찰에서 목격하게 되는 다양한 미술적 상징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풀어준다. 저자는 비구니 명법(明法) 스님. 서울대 불문과 82학번인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1994년 해인사로 출가, 운문사 승가대학 4년을 마치고 다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26일 만난 그는 "참선수행을 하고 싶어 출가했는데 계속 문자(文字)를 놓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도 만행이고 수행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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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붓다’를 펴낸 명법 스님. 그는 “이 책을 통해 사찰 곳곳에 깃든 정신적 수행의 흔적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책에서 그는 사천왕과 배트맨, 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비교해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설명한다. 아귀들이 득실대는 지옥과 신선들이 한가로이 바둑을 두는 천상(天上), 그리고 수륙재를 올리는 현실이 함께 묘사된 전통 감로화(甘露畵)와 해골들이 망자(亡者)를 끌고 가는 지옥과 에덴동산이 함께 그려진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을 나란히 비교하기도 한다. 또 불상(佛像)의 손가락 모양(手印)과 석탑의 유래와 의미를 풀어주는 등 수행 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사찰의 거의 모든 상징을 해설하듯 보여준다. 출가자이자 미학을 전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불화(佛畵)나 조각상 하나하나에도 불교와 동아시아적 상상력과 세계관, 정체성이 담겨 있는데 우리는 흔히 겉모습만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며 "불교문화의 특질을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로 옮겨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와 중앙승가대 등에서 강의하는 그는 사찰 건물 없이 불자들과 함께 공부하는 모임 '무빙 템플'과 상담 연구소 '은유와 마음'을 이끌고 있다. 명법 스님은 "다음엔 불교 상담 기록을 담은 책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일반 사회와 불교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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