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님
너를 잃고 / 김수영
늬가 없어도 나는 산단다
억만 번 늬가 없어 서러워한 끝에
억만 걸음 떨어져 있는
너는 억만 개의 모욕이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늬가 없어도 산단다
늬가 없이 사는 삶이 보람 있기 위하여 나는 돈을 벌지 않고
늬가 주는 모욕의 억만 배의 모욕을 사기를 좋아하고
억만 인의 여자를 보지 않고 산다
나의 생활의 원주(圓周) 위에 어느 날이고
늬가 서기를 바라고
나의 애정의 원주가 진정으로 위대해지기 바라고
그리하여 이 공허한 원주가 가장 찬란해지는 무렵
나는 또 하나 다른 유성을 향하여 달아날 것을 알고
(기진맥진해져)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나는 또한 영원히 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 하겠지
나는 억만무려(億萬無慮)의 모욕인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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