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천마총 특별전을 가다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 3종 등
국보·보물 포함 1600여 점 공개
지난 21일 오전 11시 30분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실. 이른 시간인데도 전시실 곳곳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우와~." "기가 막히는군!" 관람객들은 연방 감탄사를 쏟아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좁은 틈 사이로 금동 천마(天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금빛 천마는 당장에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듯한 모양새였다. 갈기와 꼬리털은 바람에 나부꼈다. 몸에는 반짝이는 비늘무늬와 마름모무늬가 가득했다. 비록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일부가 훼손됐지만, 신령스러운 기운은 바래지 않았다. '죽제 천마문 금동장식 말다래' 속 금동 천마도다.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됐지만, 최근 약품 처리하는 과정에서 41년 만에 처음 그 존재가 확인됐다. 18일 개막한 특별전시회 '천마, 다시 날다'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천마를 만날 수 있었다.
- ▲ 경주=이신영 기자
경북 경주의 천마총은 지금으로부터 1600여년 전후에 만들어진 '돌무지덧널무덤(덧널 위에 돌을 덮고 그 위에 봉토를 덮은 신라 시대 대표적인 무덤 양식)'이다. 발굴 당시 '황남동 155호분'이라고 불리다가 자작나무 껍질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흰말을 그린 '천마도(天馬圖·국보 제207호)'가 발견돼 천마총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번 특별전시는 경주 천마총의 모든 것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금관(국보 제188호) 등 국보·보물 10건 11점을 포함해 천마총에서 출토된 유물 136건 1600여 점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죽제 천마문 금동장식 말다래'였다.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만큼 관람객이 금동 천마도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터치 스크린 장치가 마련됐다. 류정한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금동 천마도가 장식된 대나무 말다래와 함께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백화수피제 말다래 한 점도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말다래는 말을 타는 사람에게 진흙이 튀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입니다. 안장 양쪽에 매달아 사용하기 때문에 2점이 한 쌍을 이루죠. 천마총에선 죽제, 백화수피(자작나무 껍질)제, 칠기제 말다래가 한 쌍씩 출토됐습니다. 기존에 공개된 천마도는 백화수피로 만든 말다래 한 쌍 중 아래 쪽에 있던 거예요. 위쪽에 있는 것에 비해 보존 상태가 좋았죠. 이번 특별전에선 천마총에서 확인된 총 3점의 천마도를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6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무료.
한눈에 보는 천마총 출토 유물 >>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상)
- ▲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상)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하)
죽제 천마문 금동장식 말다래
기존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의 천마와 비슷한 점이 많다. 표면이 여러 달개들로 장식됐던 점을 이뤄볼 때 실제로 사용했다기보다는 장례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말다래의 아래에서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가 겹쳐진 상태로 출토됐다.
금동제 팔뚝가리개
금동 투조장식 앞가리개
본래 마구는 말을 타거나 부릴 때 쓰이는 도구다. 하지만 고대 국가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말을 타는 이의 지위와 위세를 보여줄 수 있도록 장식 요소까지 고려해 만들었다. 그래서 장식 마구라고도 부른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마구도 금동과 은으로 만든 화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안장은 말을 안정적으로 다루기 위한 기본 마구다. 앞가리개를 안장의 앞에 놓이고 말을 탄 사람이 덜 흔들리게 해준다. 나무 바탕에 금동판 위에 투조장식된 금동판을 덧대었다. 무늬 가운데에는 거북등무늬 안에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듯한 것들이 있다. 가슴걸이에 연결하는 띠고리가 잘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