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16] 변관식 '내금강진주담'
- 변관식‘내금강진주담(內金剛眞珠潭)’, 1960
화면은 상하로 3등분되는 구도를 보이는데, 앞쪽의 못과 바위를 타고 내리는 물줄기가 이루는 근경,
바위와 수목으로 이루어지는 중경, 그리고 그 너머로 돌올하게 솟아오른 원산의 전개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굴곡 있는 변화로 계곡의 깊이와 돌출하는 산세의 웅장함이 더해진다.
위로 솟구치는 산세와 급히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서로 교차하면서 화면은 더욱 긴장감이 넘치는 경관을 만들어 놓는다.
속진을 벗어난 금강 선경의 맑은 정기가 선뜻 다가온다. 화면 가운데쯤 넓은 바위 위에 두루마기 입은 세 노인네가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시조라도 읊고 있는 모습이다.
금강산은 조선시대부터 많이 다루어지기 시작하여 근대로 이어졌다. 소정(小亭) 변관식(卞寬植·1899~1976)은
30년대부터 금강산을 답사하면서 진주담, 보덕굴, 삼선암, 구룡포, 단발령 등 금강의 여러 명소를 실사했다.
조선 후기의 진경산수 전통이 퇴락할 무렵 소정은 금강산 사생을 통해 우리 산수의 독특한 정취를 구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광복 후 갈 수 없는 금강산은 그의 오랜 사생 여행을 통해 입력된 기억으로 재현되었고, 진경산수의
맥을 되살렸다. 청전(이상범)이 펑퍼짐한 야산을 무대로 한 넉넉한 한국 산수의 한 전형을 만들었다면,
소정은 변화가 풍부한 산곡의 풍경을 힘찬 필력과 웅장한 구도로 구현해내었다.
극동 삼국을 통틀어 근대기 수묵산수의 이만한 걸작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금강의 선경과 더불어
그 속에 약동하는 소정의 치열한 사생 정신 앞에 잠시 넋을 잃는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