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28 11:27 | 수정 : 2014.02.02 09:23
이보다 리얼하고, 이보다 코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천송이를 연기하는 전지현 오랜만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그래서 준비했다. 천송이 vs 전지현!
무려 14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이병헌, 송승헌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한 SBS 드라마 <해피투게더> 이후 전지현은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왔다.
그만큼 고민도 많았을 법하다. 그런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캐릭터가 자신과 비슷해서라는데.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게 이상했을 거예요. 대본을 받으면서 ‘왜 그동안 만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들어맞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작가나 연출진 역시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썼으며, 시청자들 역시 “과연 전지현이 아니었으면 이런 캐릭터를 누가 소화했을까?” 하는 분위기.
이러니 드라마 속 천송이와 실제 전지현이 얼마나 비슷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백치미?!
천송이는 카페 모카를 마시며 “문익점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모카를 마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가 망신을 당한다. 목화를 모카로 오인한 것.
게다가 커피를 마시는 듯한 허세 사진만 SNS에 올린 뒤 살찐다는 이유로 커피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넘긴다. 갈릭 피자를 먹으며 “여러분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나요” 하는 건 예사다. 이러니 소속사에서 SNS를 못하게 말릴 수밖에.
게다가 천송이는 민폐도 일삼는다. 김수현이 수집해온 가격을 매길 수 없이 귀한 도자기를 깨고 나서 “내가 하나 사줄게. 이런 건 경기도 이천 가면 많아”라고
하거나, 도민준의 서가를 둘러보고 “다 읽은 거야? 읽을 거야?”라고 물어본 뒤, “읽은 거다”라고 답하니, “다 읽은 건 남 주지, 왜 가지고 있냐”며 오히려 한심해한다.
천송이 캐릭터의 핵심인 백치미에 대해서는 전지현이 인터뷰를 통해 직접 언급한 적이 있다.
“천송이는 백치미가 있어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대사를 하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 완전히 백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똑 닮은 것도 아니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전지현은 오랫동안 신비주의를 고수해왔다. 이번 드라마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제외하면, 대개 청순하거나 신비한 분위기의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예능이나 토크쇼에 출연한 적도 없다. 천송이처럼 SNS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대중은 영화를 앞두고 열리는 간담회나 인터뷰를 통해 그녀를 알게 될 뿐이다. 한마디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 그러나 공식 석상에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혹여나 말실수를 하거나 의도가 잘못 전달될까 싶어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천송이와는 다르다. 대신 유머 감각은 있다. 간담회에서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가다가도, “김수현 씨와 만나는 게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그러니, 수현아?” 하고 가벼운 농담을 섞기도 한다.
10% 외계인도 울고 갈 노래 실력
천송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래를 한다. “잔인한 여자라 나를 욕하지는 마….”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춤까지 추며 파워풀한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웬만한 가창력의 소유자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소찬휘의 ‘Tears’다.
천송이가 매니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차(일명 ‘붕붕이’)를 운전해 학교에 가던 날, 기분이 업된 나머지 이번에는 랩을 선보였다. “천송이가 랩을 한다. 송송송. 우리 언니 만송이 내 동생은 백송이….”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함께 부른 노래 ‘해볼라고’ 중 랩 부분을 개사해 부른 것. <별그대>의 명장면 중 하나다.
배우 전지현은 이제껏 노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낸 적이 없다. 다만 천송이처럼 노래를 즐기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해 11월 초 진행된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과감하게 노래를 불렀다고 알려진다. 첫 만남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 자리에서 전지현은 대본에 있는 ‘차라리 나를 미워해 이제 그만 내게 미련을 보이지 마’라는 가사를 그냥 읊은 게 아니라 음까지 넣어 노래했다고 한다. (대본 리딩에서는 보통 그런 부분은 적당히 넘기곤 한다.) 이 덕분에 전지현은 자리에 모인 제작진과 다른 연기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천송이가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취하는 액션은 전지현의 댄스 실력에서 나온다. 아시다시피 전지현은 모 광고 속 테크노댄스로 스타가 된 댄싱 퀸이다.
60% 배우 천송이 vs 배우 전지현
천송이는 한유라의 죽음에 대한 누명을 쓰고 소속사로부터 계약 해지마저 당했다. 그동안 늘 손과 발이 되어주던 매니저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사람이 아니다. 이에 매니저는 천송이를 찾아와 다음 매니저를 위한 편지를 남기고 간다.
“우리 누나, 술은 절대로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돼요. 메디컬 드라마는 안 돼요. 의학 용어 못 외워요. 사극도 안 돼요. 조선시대 싫어해요.”
이 장면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명장면을 패러디한 것으로, 영화의 OST인 신승훈의 ‘I believe’까지 배경에 흘러 즐거움을 더했다.
전지현의 주량은 알려진 바 없으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천송이와 다르지 않다. 의학 드라마와 사극은 전지현이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장르. 공포 스릴러 <4인용 식탁>, 미스터리 멜로 <시월애>, 액션 로맨스 <데이지>, 휴먼 코미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액션 스릴러 <베를린> 등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소화해냈지만, 메디컬이나 사극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실제로 의학 용어를 못 외우는지, 또 조선시대를 싫어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 부분에서 일치하는 것은 분명하다.
천송이는 발연기에 논란에 시달린다. 엄마마저도 “너 발연기잖아. 네가 날 닮아서 예뻐서 인기 있는 거지 연기 잘해서 그런 거 아냐”라고 조롱한다. 전지현 역시 한 때 연기력 논란을 거쳐 오긴 했으나, <베를린>에 이어 <별그대>까지 물오른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80% 사랑이 제일이다
천송이의 첫 사랑은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준 신비로운 남자다. 그녀 곁에는 중학교 때부터 자신을 한결같이 바라보는 남자 이휘경(박해진 분)이 있다. 박해진은 재벌가 아들이지만 천송이에게 순애보 하나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천송이는 까칠하지만 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도민준에게 점점 끌린다. 자신을 보고도 동요하지 않은 그에게 “내게 15초만 줘”라면서 그를 유혹하다가 결국 키스를 한다.
천송이가 사랑에 서툴다면, 전지현은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남부러울 게 없는 여자다. 전지현은 지난 2012년 동갑내기 친구인 최준혁 씨와 결혼했다. 외국계 은행에 근무 중인 최준혁 씨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외손자이며, 디자이너 이정우 씨의 차남. 게다가 아버지는 자산 운용 회사 회장으로 상당한 재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굳이 비교하자면 극중 이휘경에 가까운 조건이다. 박해진도 극중 천송이와 동갑내기로 나온다.
전지현과 천송이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점이 비슷하다. 전지현은 열애 사실이 알려졌을 때 당당히 인정을 했고, 결혼 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함께 오페라를 볼 정도로 공개 데이트를 즐겼다. 특히 전지현이 이번 드라마에 출연하기까지는 남편의 도움이 컸다.
“이 드라마를 선택할 때까지 주위 분들이 많이 힘이 됐어요. 우리 신랑의 응원 없이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쉽지 않았을 거예요.”
만일 천송이가 이휘경과 결혼한다면 전지현과 같은 삶을 살지 않을까.
60% 은근히 경쟁한다!
천송이는 <천송이 스페셜> 촬영을 하자고 설득하자, “내가 이미 뼛속 깊이 스페셜한데 그런 걸 왜 찍냐”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라이벌인 한유라(유인영 분)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어 한다는 말에 “대중이 원할 때 가끔은 친근한 이미지 나쁘지 않아. 한다 그래”라며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했다. 또 한유라와 결혼식장 신부 대기실에서 마주치자, 사진 촬영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유럽 패션쇼 런웨이에 선 모델처럼 민망한 포즈로 한유라와 경쟁을 벌였다. 이런 천송이를 두고 그의 친구 유세미(유인나)는 “송이가 난 신경 안 쓰지만 유라 언니는 신경 많이 쓴다. 언니는 경쟁자로 안다. 안 입으려던 드레스도 홀딩하고 안 하려던 드라마도 무조건 계약하고. 애 같은 데가 있다”며 이간질한다.
질투나 경쟁은 여자로서, 여배우로서 당연한 것. 그러나 전지현은 딱히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상대가 없다. 흔히 ‘태혜지’로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 세 배우를 비교하곤 하지만 청순한 이미지로 출발했다는 공통점뿐, 이제는 각자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상대는 아닐 터.
현재 전지현의 라이벌을 굳이 꼽는다면 김수현이 아닐까? 제작 발표회 때 전지현은 “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 분) 캐릭터에 관심이 집중돼 여자 캐릭터가 할 일이 없을까봐 우려도 했다”는 발언을 했다. 몸매에 대한 경쟁도 있다. 전지현은 방송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보고) 김수현이 이전보다 더 마른 것 같아서 ‘왜 이렇게 말랐냐’고 걱정을 했다. 근데 화면에서 보니까 몸이 너무 좋게 나오더라. 저 정도 말라야 저렇게 나오나 싶어서 내 몸매가 은근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몸매를 비교당할까봐 걱정이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도둑들>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톱스타와 아역 출신 신인 배우에서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엿한 톱스타가 되었다. 전지현이 한참 선배라 할지라도, 인기는 선후배를 가리지 않는 법. 다행히 두 배우의 각기 다른 매력이 만나서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시청률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80% 초긍정 마인드·강철 체력
천송이는 선배(실제로는 후배)의 자살(로 위장된 타살)의 원인 제공자로 알려지면서 드라마, 영화, CF에서 모두 하차하고, 미용실에서도 협찬을 거부당한다. 급기야 여기저기 위약금으로 돈을 물어주고 나니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버린다.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 누구라도 우울증에 걸려 식음을 전폐하기 딱 좋은 여건이다. 그러나 천송이는 새 매니저(?)인 도민준을 불러 중요한 회의를 하자고 해놓고선, 그동안 못 먹어봤던 것들을 먹어봐야겠다고 선언한다. 오늘은 개불, 내일은 냄비 우동, 또 그다음 날에는 간장 게장…. 물론 늘 옆에 있어주는 도민준이 있어서 가능한 이야기지만, 천송이의 초긍정 마인드에 깜짝 놀랄 정도.
전지현에겐 천송이처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경험은 없다. 그러나 초긍정 마인드는 닮아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라고 했던가. 전지현은 이번 드라마 촬영 동안 밤샘에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김수현은 제작발표회에서 “전지현 선배님이 아주 오랜만에 드라마를 촬영하셔서 솔직히 건강을 약간 걱정하기도 했다. 현장 분위기도 좋고, 밤샘 촬영을 하면서 보니 선배님 체력 걱정도 안 해도 되겠더라”라고 강철 체력을 인증한 바 있다. 제작사 관계자는 “힘든 스케줄에도 항상 씩씩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면서 천송이와 싱크로율을 한 번 더 입증했다.
그렇다면 전지현은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할까?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특별히 건강식품을 복용하거나 따로 관리를 받지는 않는다고 한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것이 체력에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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