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1.02 16:43 | 수정 : 2014.01.04 18:50
여자들은 대부분 출산 이후 전혀 새로운 우주를 경험하게 된다. 배우 고소영 역시 아이를 낳고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미혼모와 입양아 문제에 관심을 갖는 등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넓어졌고, 사람들에게 건네는 손길에는 온기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맛있어요? 마시쪄?”
MBC 나눔 특집 다큐멘터리 <엄마의 꿈>의 한 장면. 순하고 따뜻한 표정의 고소영이 갓난아이에게 말을 걸어가면서 분유를 먹이고 있다. 아이와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지만 편안하고 능숙하게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아들 준혁이를 키우면서 엄마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녀인지라,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다.
“저는 (아들에게) 모유 수유 했어요. 7개월 정도? 이후에는 분유랑 번갈아가며 먹였어요. 모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잖아요.”
<엄마의 꿈>은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싱글맘들이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소외된 계층인 싱글맘에게 사회적인 관심이 생길 수 있도록 기획됐고, 평소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고소영이 나섰다. 그녀는 직접 싱글맘들을 만나서 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인생 선배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배우 고소영이 아닌 엄마이자 여자 고소영으로서 말이다.
그녀는 “내가 엄마가 됐어도 여전히 배우로서, 디자이너로서 꿈이 있는 것처럼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들도 똑같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출연하게 되었다”면서 싱글맘들을 위한 적극적인 후원자임을 자처했다.
아이 낳고 180도 달라진 삶
“결혼 전에는 아이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막연하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어떻게 이렇게 180도 달라질 수 있느냐고 할 정도로 시선 자체가 달라졌어요.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아이가 엄마의 손길을 찾는 걸 느끼면서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고소영은 엄마가 된 이후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배우가 됐다. 아들 준혁 군의 생일 때마다 남편 장동건과 함께 1억원씩 기부를 하고 있다. 소외된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그녀의 마음이 아름다워져서 가능한 일이다. 본인의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스럽고 애잔한 마음은 더 커졌다.
아직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싱글맘들의 삶에 관심이 생긴 것 역시 그녀에게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는 이번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갈 곳 없는 싱글맘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내미는 기관들을 방문했다. 아이를 낳고 갈 곳이 없어서 기관의 도움을 받거나 편지와 함께 아이를 두고 가는 엄마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목격하고는 눈물을 흘렸다. 가슴 아픈 사연을 들으면서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한다.
촬영을 진행했던 생명누리의 집 원미혜 사무국장과 주사랑 공동체 교회 이종락 목사는 “고소영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화려한 이미지가 전혀 없는, 모성이 가득한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고, 이것저것 부족한 점을 물어보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고소영은 기관의 도움을 받은 엄마들의 눈물이 생각나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유식 뚝딱 만드는 베테랑 엄마
“(싱글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걸 많이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싱글맘들은 아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거잖아요. 자격이 있는 엄마들이어서, 아이도 행복할 거예요. 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을지 조심스럽지만, 스스럼없이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고소영이 찾은 기관은 싱글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생명누리의 집’이라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는 싱글맘을 위해 일일 봉사에 나섰다. 모든 것이 서툰 초보 엄마들이기에, ‘선배 엄마’ 고소영의 말은 작은 것도 큰 정보가 되었다.
초보 엄마들을 돕기 위해 이유식도 만들었다. 요리에 관심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수준급의 요리 실력을 자랑한다. 결혼 전부터 음식은 직접 했다는 그녀는 아들을 위해 자주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뭘 먹일지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다.
생명의 집에서 고소영은 브로콜리, 호박, 고기 등을 섞어서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었다. 아들이 이유식 시기를 한참 전에 지났기에 오랜만에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이유식 만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웃음) 아이 키우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이라서 경험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먹였는지, 가물가물하네요.”
두 눈을 반짝이면서 이유식 만드는 법을 배우는 싱글맘들에게 “쌀알이 완전히 퍼질 때까지 약한 불에 뭉근하게 끓여야 한다”는 등의 살아 있는 정보를 전해줬다.
처음부터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건 아니기에 초보 엄마들에게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고소영은 싱글맘들에게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줬고, 아이와 함께 얼굴을 공개한 두 명의 미혼모는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개인적인 아픔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같은 엄마의 처지에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주는 고소영의 품이 그만큼 넓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싱글맘 문희주 씨는 “소영 언니도 엄마라는 걸 느꼈고 많이 의지가 됐다. 아이와 함께 자립하기 위해서 바리스타, 피부미용 등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고 따뜻하게 격려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부 태교’ 하며 둘째 아이를 임신 중
고소영은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2010년 10월에 첫째를 낳은 후 3년 만의 경사다. 출산은 3~4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 하정우와의 출연을 논의했던 영화 등 작품들은 임신으로 인해 잠시 뒤로 미뤄놓은 상태다.
남편 장동건은 현재 김민희와 함께 영화 <우는 남자>를 촬영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둘째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함께하지 못하고 바빠서 미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은 신수원 감독은 촬영 당시에는 고소영 씨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신 감독을 나중에야 그때가 임신 초기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이란 게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데다 중요한 시기였는데도 수더분한 모습을 보이면서 밝게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고소영은 이번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미혼모, 싱글맘을 위해서 기부금 1억원을 냈다.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임신 중 좋은 일을 해서 복 받을 것’이라며 고소영뿐 아니라 배속에 있는 둘째 아이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고 나서 고소영의 인생은 더욱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다.
고소영의 기부가 다른 사람들의 기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 기부가 아닌 적극적인 기부라는 점이다. 그녀는 본인이 기부하는 돈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같이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돕고 싶어 한다.
아름다운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아름답다.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쓰기 위해 노력하는 고소영은 더욱 아름답다. 한 명의 스타는 세상을 조금씩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고, 고소영은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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