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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천송이役, 망가진 전지현에 푹 빠진다

yellowday 2014. 1. 3. 07:40

입력 : 2014.01.03 03:03

[14년 만에 드라마 컴백,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

비속어 남발하며 코믹 연기… 방송 5회 만에 시청률 22%
"톱스타 천송이, 꼭 날 닮았다"

"여러분~ 갈릭(Garlic·마늘)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나네요. 저만 그런가요?" 보톡스 맞은 듯 뇌에 주름 하나 없이 깨끗한 백치미를 뽐내는 여자가 있다. 한강 크루즈를 타고선 "물가에 왔으면 개불 한 접시에 소주 마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입맛을 다시는 이 여자. 이사한 집에 간 첫날,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옆집 남자(김수현)를 스토커로 오인하며 말한다. "그래요 나 천송이예요. 당신 언제부터 나 미행했어?" 눈알을 부라리며 배우 전지현(33)이 쏘아붙인다.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 여배우‘천송이’역을 맡은 전지현(오른쪽)이 매니저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에서 톱 여배우‘천송이’역을 맡은 전지현(오른쪽)이 매니저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SBS 제공

망가져야 더 예쁜 얼굴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SBS '해피투게더' 이후 1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전지현은 그간의 공백을 만회하려는 듯 기꺼이 망가진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천송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지만, 비속어를 남발하고, 천연덕스레 무식을 티낸다. 이 엽기적인 여배우 덕에 시청률은 방송 4회 만에 20%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넘기더니 1일 방송에선 시청률 22%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드라마 기자간담회에서 "이전과 차이가 많은 역할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가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로 인한 나 자신의 변화에서 생겨난 자신감"이라고 했다. "성숙해지고, 때맞춰 결혼하고 여러 변화로 '난 어른이다'라고 깨달았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은 "색깔을 두드러지게 할 시기". 제일기획 이유신 그룹장은 "2012년 겨울, 냉장고 CF 촬영을 위해 8년 만에 전지현을 만났다. 결혼 전엔 통통 튀는 이미지였는데, 결혼한 뒤라 그런지 표정이나 행동에서 원숙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나이 서른셋, 변신은 시작됐다.

"가, 가버려."… 늘 2% 부족했던 여배우


	SBS '해피투게더'(1999) 출연 당시 전지현.
SBS '해피투게더'(1999) 출연 당시 전지현.

1997년, 16세의 나이로 패션잡지 '에꼴' 표지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전지현은 이미 서울 진선여고 재학 시절부터 미모로 소문이 자자했다. 전지현을 가르친 선생님이 "광채가 났다. 교무실에 팬레터가 잔뜩 쌓이고, 찾아온 남학생들이 정문에 한가득이었다"고 했을 정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는 그를 일순 최고의 청춘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숱한 CF를 찍으며 승승장구했지만, 히트작은 없었다. 곧 꼬리표 하나가 따라붙었으니, 바로 '연기력 부족'. 인형 같은 외모는 되레 독이 됐다. 작품보다 '엘라스틴' 샴푸로 찰랑이는 머릿결이 그의 상징이 돼갔다. 지난 2009년 5월, 전지현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연기력 모자란다는 말, CF 스타라는 말 많이 듣고 있어요.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난 여배우니까 일부러 조급해질 필요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어차피 난 잘할 거고, 좋은 모습 보여줄 거니까요." 그의 자신감이 현실화된 건 지난해. 1300만명을 동원한 영화 '도둑들'에서 욕설을 서슴지 않는 뇌쇄적이고 철없는 도둑 '예니콜'을 연기하며 마냥 예쁘기만 한 CF 모델의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영화를 찍은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은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과소평가된 경우"라면서 "코믹연기야말로 가장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데, 외모로도 뛰어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로 처음 떠오른 게 전지현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12월, 그리고 그는 허당이지만 사랑스러운 여배우 '천송이'가 됐다.

톱스타가 연기하는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전지현은 또 "천송이가 꼭 자기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지현의 연기를 두고, '이건 연기가 아니다'라는 평이 나온다. 천송이를 '전지현화(化)' 시킨 것이란 얘기다. 연기코치 안지은(36)씨는 "누구나 자기한테 잘 어울리는 옷이 있는데, 전지현에게는 그게 바로 '엽기적인 그녀'에서 보이는 자유분방함이다. 남에게 구속받는 거 싫어하고 눈치 안 보는 본래 성격이 캐릭터로 구현될 때 가장 빛을 발하는 케이스"라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는 메소드(Method) 연기를 구사하는 연기자가 있는가 하면, 캐릭터를 자신에게 끌어오는 연기자가 있다. 전지현이 바로 후자"라고 설명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