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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연필을 잡으면 사흘을 굶었던 여인

yellowday 2013. 9. 13. 06:18

 

최욱경展, 드로잉 100여점 나와


	최욱경의 1969년작 '자화상'.
최욱경의 1969년작 '자화상'. /가나아트센터제공

"추위가 갑자기 내게, 이른 봄 잔디 위에 놓인 죽은 물고기를 상기시켰다. 갑자기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모든 곳을 뒤덮었다. 서로의 눈을 보지 못하면서,

홀로, 추위와 함께."
실연당한 것일까. 영어로 문장을 휘갈겨놓고 여인이 슬피 운다. 어둠 속 여인의 뒤편에 남자의 발이 나타났다.

1966년 2월 5일, 화가 최욱경(1940~1985)이 남긴 드로잉이다.

한국 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최욱경에 대한 평가다.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인 1965년 미국 유학을 떠난 최욱경은 조지아 오키프, 빌럼 데 쿠닝 등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화려한 색채, 대범한 필치의 최욱경 그림은 단색화가 지배했던 70년대 한국 화단에선 환영받지 못했다.

여성 작가란 얌전한 그림을 그리는 '규수 화가'여야 했던 시절, 최욱경은 이단아였다.
덕성여대 교수로 재직하던 1985년 7월 그는 여의도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진다. 대중에게 잊혔던 그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2011년 한상률 전(前) 국세청장 그림 로비 사건에 그림 '학동마을'이 등장하면서다.

최욱경 개인전이 2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40여점이 나온 전시회의 핵심은 100여점의 드로잉이다. 연필과 콩테로,

모눈종이, 갱지, 미농지 등에 그린 드로잉에선 모델의 작은 움직임, 사소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았던 화가의 집요함이 드러난다.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뜬 채 생각에 잠긴 '자화상'(1969)은 총명하고 예민한 영혼의 수줍은 자기고백처럼 느껴진다.
이번 출품작들은 최욱경의 남동생이 30년 가까이 간직해왔던 것. 그는 "누이는 친절하고 자상했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이틀이고 사흘이고 무섭게 몰두해, 어머니가 밥그릇 들고 쫓아다녀야 했다"고 회고했다. (02)720-1020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