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05 03:02
1955년 박인환이 첫 시집을 냈다. 문인들이 드나들던 명동 동방싸롱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시집 출간이 귀하던 시절이라 많은 예술인이 정장을 하고 모였다. 축사와 시 낭독이 끝나자 가수 현인이 감미롭게 샹송을 불렀다. "브라보, 오늘의 시인 박인환을 위하여"라며 술잔이 오갔다. 그 시절 출판기념회는 주머니 가벼운 문인들이 모처럼 신나게 먹고 마시는 축제였다.
▶1988년 20~30대 시인이 모인 '시운동' 동인들은 독특한 출판기념회를 꾸몄다. 새로 시집 낸 시인을 인사동 카페 '평화만들기'에 불렀다. 시집 주제부터 시인 사생활까지 캐묻는 '청문회'였다. 무더웠던 이번 여름엔 치킨에 맥주 곁들인 '치맥' 자리가 잦았다. 지난달엔 산문집을 낸 류근 시인이 치킨집으로 문인과 독자를 초대했다. 책값 포함해 회비 2만원을 걷는다고 페이스북으로 알렸더니 250여명이 몰렸다.
▶1988년 20~30대 시인이 모인 '시운동' 동인들은 독특한 출판기념회를 꾸몄다. 새로 시집 낸 시인을 인사동 카페 '평화만들기'에 불렀다. 시집 주제부터 시인 사생활까지 캐묻는 '청문회'였다. 무더웠던 이번 여름엔 치킨에 맥주 곁들인 '치맥' 자리가 잦았다. 지난달엔 산문집을 낸 류근 시인이 치킨집으로 문인과 독자를 초대했다. 책값 포함해 회비 2만원을 걷는다고 페이스북으로 알렸더니 250여명이 몰렸다.
▶요즘 예산 심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 출판기념회가 잇달고 있다. 몇몇 의원은 이미 거창한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이달에 하겠다는 의원도 여럿이다. 그제 국회 예결위원장이 신앙 간증집을 내자 법무·교육·산업통상 장관에 여야 의원,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성황을 이뤘다. 예산 심의권을 쥔 예결위원장 앞에 너도나도 줄 서 '눈도장'을 찍었다. "의원님들 출판기념회에 봉투 갖다 바치기 바쁘다"는 공·사기업 간부들 얘기가 실감났다.
▶의원들이 정기국회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갑'의 횡포에 해당한다. 선관위는 '사적(私的) 축하금'이어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정치인이 내는 책은 대개 대필 작가가 쓴다. 고료 1500만~3000만원 포함해 책 한 권 만드는 데 5000만원쯤 든다. 출판기념회에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200만원 가까이 납부하고 가져온 이런 책들은 곧장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책 같지 않은 책을 인쇄할 종이를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잘려나갔겠는가. 책 내는 의원님들께 '제발 쓰레기 좀 줄입시다'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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