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03 03:22
그러나 게티를 자린고비로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쏟아 미술관을 짓고 사회에 돌려줬다. LA에 있는 게티미술관이다.
그리스 시대부터 세잔, 고흐까지 빼어난 작품 4만4000여점을 지닌 이 미술관은 입장료가 없다.
▶미국 미술관에 가면 우선 로비에 걸린 기증·기부자 명단에 놀란다. 미술관 짓거나 작품 사는 데 힘을 보탠 사람들 이름이 벽에 빼곡하다.
물불 안 가리고 냉혹하게 돈을 좇으면서도 한편으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미국 미술관을 윤택하게 한다. 유명 미술관들의 고액 기부자 명단은
경제지 '포천' '포브스'에 등장하는 부자 리스트와 비슷하다. 제2, 제3의 폴 게티를 찾아 나서는 미술관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에 누가 큰 유산을 물려받았는지, 그와 가까운 친구는 누구인지 하는 정보를 꿰뚫고 있다. 핼러윈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때는 회원들에게
꼬박꼬박 감사 편지를 보낸다. 큰 전시 개막을 앞두고는 기부자를 초청해 며칠 동안 파티를 열고 큐레이터들이 직접 작품을 해설해준다.
▶11월 경복궁 옆에 문을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전시장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부족해 속을 태우고 있다 한다. 서울관을 짓는 데 2000억원 넘게 들어갔지만
국립현대미술관 한 해 작품 구입 예산은 30억원 남짓이다. 이래서야 1년 예산 다 털어도 피카소 작품 하나 사기가 빠듯하다.
▶국내 미술관에 작품 기증 많이 하기로 이름난 한 컬렉터는 "밤새 기증을 결심했지만 날이 밝으면 슬그머니 생각을 바꾸고 싶을 때도 있더라"고 했다.
그림 말고는 가진 게 없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걱정 때문이란다. 내 것을 내놓기는 이렇게 힘들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가난한 수장고' 문제를 풀려면
직원들이 앉아서 기다려선 안 된다. 미국에선 미술관 연회비 50, 60달러를 내는 일반 회원에게도 낸 만큼 세금을 감면해준다. 세금 문제를 포함해
기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기업 기부자라면 사원들을 위한 특별 관람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부자가 보람과 명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정신적 예우를 다하는 일이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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