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정신적 갈라파고스'

yellowday 2013. 9. 2. 08:02

 

입력 : 2013.09.02 03:03

1835년 다윈은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1000㎞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諸島)에 발을 디뎠다. 외딴섬 갈라파고스엔 코끼리거북이를 비롯해 희귀한 동식물이

숱했다. 다윈은 뭍의 선조(先祖)와는 겉모습이 다르게 진화한 동식물을 여럿 찾아냈다. 갈라파고스는 진화생물학의 성지(聖地)가 됐다.

그러나 경제학에선 갈라파고스가 퇴행의 상징이다. 내수 시장만 고집하다 세계 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일본 휴대전화가 국내 소비자 취향만 따르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뒤처진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이끄는 지하 혁명조직(RO)의 대화 녹취록에 온 나라가 충격을 받았다. "광신도들이 집단 자위(自慰)하다 들통 난 사건"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민수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RO를 갈라파고스에 비유했다. "외부와 소통 없이 자기들 생각에만 편집증적으로 집착해

'정신적 갈라파고스'에 산다"고 했다. RO는 1960~70년대 독일과 일본에서 폭력 혁명을 시도했던 적군파(赤軍派)를 떠올리게 한다.


	만물상 일러스트

▶1968년 등장한 독일 적군파는 정치인을 암살하고 공공시설에 폭탄 테러를 했다. 74년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가 감옥에 갇힌 적군파 지도자 바더를 면회했다.

사르트르는 무장 투쟁을 중지하라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르트르는 나중에 "바더는 앞뒤가 꽉 막혔다"고 했다. 3년 뒤 바더는 감옥에서 자살했다.

사회에서 고립된 적군파는 98년 해체를 선언했다.

▶1969년 일본 적군파가 "모든 기존 체제를 파괴한다"며 출범했다. 적군파는 다른 과격 단체 '혁명좌파'와 합쳐 '연합적군파'가 됐지만 노선 차이 때문에 내부

'사상 투쟁'이 심했다. 연합적군파는 경찰 추격을 피해 깊은 산 속으로 도피했다. 산장에서 과격파는 온건파를 "혁명가답지 않다"고 몰아붙였다. 72년 경찰이

산장을 급습해 적군파를 소탕했을 때 과격파 손에 숙청된 열두 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일본 사회는 집단 광기에 충격받고 급진 좌파에 등을 돌리게 됐다.

▶주사파는 '한국은 미제(美帝)의 식민지이고 북한이 이상(理想) 사회'라고 믿는다. RO 조직원은 이석기 의원을 '수(首)'라고 불렀다.

수령(首領)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몸은 남녘에 있지만 혼은 북녘에 둔 사람들이다. 다윈이 찾아간 갈라파고스에서 방울새는 사는 환경에 맞게

다양하게 진화해 있었다. 우리 사회엔 정신적으로 퇴행한 갈라파고스 종족이 있다. 끼리끼리 모여 퇴화하더니 이번에 그 추한 꼴을 드러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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