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06 02:59
2001년 뉴욕 리츠칼튼호텔이 첫 '워터 소믈리에'를 선보였다. 손님 요리에 맞춰 마실 물을 골라주는 전문가였다. 워터 소믈리에는 와인을 감별하듯 물을 혀에 머금고 살살 굴렸다. "물맛이 미디엄-소프트군요. 뒷맛이 강하네요. 이빨에 미네랄이 남습니다." 리츠칼튼은 플래트 워터(맹물)와 스파클링 워터(탄산수)를 여섯 가지씩 내놓았다. 소믈리에 수수료는 5달러였다. 이틀 전 예약하면 어떤 나라 물도 대령한다고 했다.
▶워터 소믈리에는 보통 요리엔 플래트 워터를, 향료가 센 요리와 후식엔 스파클링 워터를 권했다. 목 넘김이 좋으면 '기름처럼 부드럽다'고 했고 맛이 건조하면 '흙냄새가 난다'고 했다. 염소 함량이 너무 많다 싶으면 '수영장 물을 떠왔군요' 하면서 퇴짜를 놓았다. 물맛 표현은 갈수록 다채로워졌다. 맛이 강하면 '물이 달려든다(aggressive)'고 했고 그 반대일 땐 "축 늘어졌다(flabby)"고 했다. 중간쯤이면 "젖은 잎 같다"고 했다.
▶워터 소믈리에는 보통 요리엔 플래트 워터를, 향료가 센 요리와 후식엔 스파클링 워터를 권했다. 목 넘김이 좋으면 '기름처럼 부드럽다'고 했고 맛이 건조하면 '흙냄새가 난다'고 했다. 염소 함량이 너무 많다 싶으면 '수영장 물을 떠왔군요' 하면서 퇴짜를 놓았다. 물맛 표현은 갈수록 다채로워졌다. 맛이 강하면 '물이 달려든다(aggressive)'고 했고 그 반대일 땐 "축 늘어졌다(flabby)"고 했다. 중간쯤이면 "젖은 잎 같다"고 했다.
![[만물상] 워터 소믈리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09/05/2013090504470_0.jpg)
▶서울시가 수돗물 맛을 좋게 하려고 '아리수 소믈리에'를 운영한다. 맛과 냄새를 세심하게 가릴 줄 아는 민간 수질검사원 32명을 뽑았다고 한다. 시(市)가 공급하는 수돗물 '아리수'는 세계보건기구의 163개 수질검사 항목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냄새가 난다는 시민이 많다. 아리수 소믈리에가 나서 '혀 감찰관' 노릇을 하게 된다. 소독약 냄새, 쇠 냄새, 곰팡이 맛처럼 계측기에 잡히지 않는 불쾌감과 원인을 집어내는 임무다.
▶물맛은 다섯 가지쯤으로 가린다. '맛, 머금는 느낌, 뒷맛, 둔탁함, 감칠맛'이다. 물은 와인보다 맛 감별이 어렵다. 와인은 색깔과 향기도 따지지만 식수는 냄새가 나면 큰일이다. 워터 소믈리에는 혀로 미네랄 성분을 구별하고 알칼리 농도를 맞힌다. 능숙한 워터 소믈리에는 섭씨 11도에서 열 가지 넘는 물맛을 가려낸다. 목젖에 감기는 물의 '피륙'까지 느낀다고 한다. 물맛이 살맛이다. 워터 소믈리에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길 바란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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